#서학개미 라이프
10. 5년 안에 800억을 만들기
2022년 4월 6일 수요일 맑음
스마트폰 벨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아버지의 전화였다. 일어나 통화하며 주방으로 가 유리잔에 물을 따랐다. 아들은 이미 출근한 뒤였다. 오미크론 감염 치료 결과와 손자들의 근황을 묻는 아버지에게 “다 나았습니다. 아이들도 문제없고요.”라고 말하며 “아파트도 22억에 팔려고 내놓았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아버지도 “그래, 20억이라도 팔아라.”라고 동의했다. 그래서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캘리포니아 토지도 매수자가 나오면 팔랍니다.”라고 한 발 더 나갔더니, 이번에도 “그래, 그만하면 상당한 재산이다. 편하게 살아라.”라고 응원했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 주식’ 어쩌고 하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속으로만 결심하고 실행할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친구 석의 전화를 받은 때도 이때였다.
“형, 토요일에 ㅇㅇ이 형이랑 ㅇㅇ랑 중랑구에서 만나는 거 어때요?”
잠시 후 아파트를 나섰다. 함께 벤츠 SLK 로드스터를 타고 동작대교를 건너 자카르타로 향했다.
2022년 4월 7일 목요일 맑음
눈을 떴을 때는 자정이 조금 못 된 시각이었다.
충분히 잠을 잤다고 생각되었기에 서재로 가 컴퓨터를 켜고 주식 매매 프로그램을 구동시켰다. 그렇게 확인한 미국 주식 TQQQ는 갭 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니 35%에 달하던 수익률은 12%대로 떨어졌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SOXL은 –4%로 망가져 있었다.
마이클은 1주당 52달러까지 떨어진 TQQQ 주식을 52달러. 51.5달러, 51달러... 식으로 각 20주씩 ‘매수’ 주문했다. 그러다가 ‘아니다, 그냥 1백 주 정도 매입하자’라고 마음먹고 2개 호가로 50주씩 주문했다. 다행히 반등하지 않아 1백 주를 매수하게 되었다. 물론 스마트폰을 이용해 동영상도 촬영했기에, 편집해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기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다.
‘문제는 주식 수량이야. 싸게 많이 매입해야 하는데 어디가 바닥인 줄 알고 매수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주방으로 가 전기주전자의 물을 끓여 커피를 탄 후 서재로 가 컴퓨터를 켜고 엑셀 프로그램을 구동하고 왼쪽부터 주식가격, 투입금액, 주식 수량, 60달러로 오를 시 수익 금액을 표로 만들었다.
현재 1주당 50달러인 주식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1달러 떨어질 때마다 같은 금액으로 매집하자는 계산이었다. 예를 들어 50억 원을 1억씩 투자하면 50번을 투자할 수 있기에 50달러에서 1억 원, 49달러에서 1억 원, 48달러에서도 1억 원 하는 식으로 최저 1달러로 떨어질 때까지 1억 원씩 매수한다면 주식 수량 또한 같이 늘어나는 식이었다.
그렇게 하면 50달러일 때 1억 원으로 2,000주를 살 수 있으나 1달러로 떨어지면 무려 100,000주를 산다는 계산이 나왔다. 물론 마이클은 엑셀 프로그램 계산식을 사용할 줄 모르므로 매번 계산기로 두드려가며 값을 구했다. 그렇게 한 결과 주식 수량은 449,901주를 확보했고 60달러로 오른다면 수익은 26,989,834,560원에 달해 수익률은 19%로 계산되었다.
계산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현재 보유한 금액을 5천만 원으로 50달러인 주식이 30달러로 떨어질 때까지 매수한다고 가정하면 1달러 떨어질 때마다 250만 원씩 매수하면 30달러가 됐을 때는 52,500,000원이 투자되었고, 주식 수량은 1,338주였다. 마찬가지로 60달러로 상승한다면 수익금은 약 7,500만 원이었다. 수학적으로 오류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1달러까지 떨어져도 지하실을 걱정하지 않는 매수법은 분명했다. 그래서 잊지 않도록 표로 만들어 ‘버킷리스트’ 폴더에 저장하고 5천만 원 투자 방법은 출력해 모니터 옆에 붙여두었다.
브런치는 ‘우렁쌈밥’이었다. 샤워한 후 벤츠 SLK 로드스터를 타고 피렌체하우스로 향했다. 식사 후 돌아오는 길에 주유소를 들러 주유와 세차했다. 그리고 도착해서는 세탁기를 돌리고 일기를 썼다. 새벽에 주식 거래 재미에 빠져 일기를 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는 사이 세탁이 끝났기에 건조기에 넣고 작동시킨 후 아버지 계좌로 생활비를 송금하거나 피렌체하우스 계좌에서 대출이자와 공용 전기요금도 납부했다. 관리실이 있는 202동 전기요금은 217,370원이 청구되었다. 그러니 자신의 건물이라고 해도 유지하는데 2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었다.
“부아아악-”
시간은 오후를 향해가고 있었다. 빨간 벤츠 SLK 로드스터 가속페달을 밟으며 ‘참치 정육점’에 전화를 걸어 회 포장을 부탁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 무순과 소주, 맥주를 샀다. 투자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 때도 이때였다.
미국 주식 투자가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투자 같지만, 어쩌면 부자가 될 방향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니 더욱 그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고, 손자가 태어난다면 출생과 동시에 미국 주식을 선물로 주기로 했다. 태어나 만나게 된 할아버지가 백만장자인 행운아가 될 녀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