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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 온 결 Feb 22. 2024

꿈을 자주 꾸시나요?

이 눈이 녹기전에..

새벽에 일어나서 집앞에서 큰 길까지 눈을 치웠습니다.

단독주택에서 자기 집 앞 눈을 쓰는 일은 마을 사람들의 암묵적인 약속이예요. 근데 저희 집은 양쪽으로 아직 집을 짓지 않아 텅 비어있어 저희가 함께 쓸어줘야 합니다. 세 집 앞의 쌓인 눈을 새벽에 쓸고 들어왔어요. 역시나 비실거리는 몸둥이가 으슬으슬하더니 몸살이 왔습니다.


아직 돌이 한참 전인 갓난 아기를 재우다 제가 먼저 잠들어 버렸습니다.

피곤했는지 몸이 가라앉듯이 잠이 들었어요. 꿈에 조금 사랑하는 남편이 나왔습니다.


50대 외국인 여자와 두 아이를 데려왔습니다.

남편은 자기 아이라고 했습니다. 두 아이는 제가 낳은 아이들과 비슷한 또래였구요.

그래, 그래도 나에게 이야기해줘서 '고맙다'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들은 난민 신분이라 한국에 계속 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그들을 계속 돌봐주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래, '착하다' 또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을 바라보고 또 너무 착한 50대 외국 여자를 꿈속에서 계속 바라보았습니다.

이 여자를 왜 사랑하게 되었을까? 찬찬히 뜯어보니 너무 착하더라구요. '남편은 착한 여자를 좋아하는 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가슴이 너무 아파 잠에서 깨었습니다.

실제로 오른쪽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새벽에 집앞을 너무 열심히 눈 치우다가 가슴과 어깨 팔에 근육통이 찾아왔습니다.

일어나 몸살약과 손흥민.. 흥민이가 광고하는 파스를 붙였습니다. 흥민이를 보니 이런 저런 기사가 생각 나 마음이 아팠습니다(삼천포 속으로;;;)


꿈 해몽을 해보니 남편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오는 꿈은 돈이 들어오는 길몽이라길래 주식 거래 통장을 열어보았습니다. 두산로보딕스 주가가 조금 올랐습니다. 소고기 사다 먹을 정도는 아니라 일단 가지고 있어야지 하고 다시 밖을 내다봤습니다.


소나무 위로 두껍게 내려앉은 눈이 천천히 녹고 있습니다.

저 눈이 녹기 전에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준비하는 소설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판에서 다시 소설을 준비해야겠다는 다짐도 들었구요.


저는 꿈을 많이 꾸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꿈을 소재로 글을 써야지 생각하며 꿈을 항상 노트에 적어두곤 했습니다. 문제는 이 노트를 잃어버렸는데,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노트가 언젠가 내 앞에 소설 한 권을 들고 나타나 나에게 건네줄 것이라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저 기다리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누가 내 소설을 훔쳐갈까봐 글을 쓰지 않고 살았습니다.


핑계들을 다 던져버리고 몸살이 나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오후입니다.


이 눈이 녹기 전에, 봄이 오기 전에

글을 더 써야지 다짐하게 되네요.


꿈을 자주 꾸시나요?


이 눈이 녹기 전에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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