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 뚜껑 닫기
얼마전까지 영어필사를 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 글을 쓰고 함께 공유하는 공간에 올리는 것이다.
어떤 이는 이 새벽에 이렇게 정리된 서재에서 글을 쓰나?
믿어지지 않게 잘 정리된 글과 사진을 올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의 서재 책상과 식탁의 아름다운 배경을 보는 낙으로
나도 글을 써서 부지런히 올렸다.
그렇게 아침마다 무언가 하나를 완성했다.
그 작은 습관이 무서운게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힘을 갖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뭐 애 둘을 키우며 정말 무시무시한 무언가를 한 건 아니었다.
그저 필사가 끝난 이후에도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는 정도였다.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 장독대로 간다.
장독 뚜껑을 열며 아침을 시작하고 잠들기 전에 장독 뚜껑을 닫는다.
아주 간단한 일임에도 잊고 지나기 일쑤다.
어제는 새벽에 몰래 내린 도둑비를 맞았다.
물론 장독 뚜껑을 닫지 않은 내 잘못이지만 도둑비에게 핑계를 덮어 씌웠다.
작은 일과가 나를 즐겁게 한다.
장독 뚜껑 하나 열러 나가면서 스트레칭도 하고 정원을 걷기도 한다.
또 뚜껑을 닫으러 나가면서 문이 잘 잠겼나 살피고 가슴을 펴 깊은 숨을 쉬고 들어오기도 한다.
삶에 작은 구속같은 이런 일이 조금 즐겁다.
그 무엇으로부터도 얽매이지 않고 살겠다던
20대와는 달리 사람들과 엮이고 섞이며 잘 살고 싶어지는 40대다.
잘 섞여 오순도순 살고 싶다.
근데, 추워서 나가기 싫어지네;; 어쩐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