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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 노마드 Apr 20. 2024

팀원들이 놀라워하는 한국의 모습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라는 게 더 놀랍다

BTS 덕분에 캐나다에서 한글이 적힌 맥도날드 포장지를 바라볼 때. 옆 집에 새로 이사 온 사람이 우리가 한국 사람인 걸 알곤, 한국 드라마 얘기를 하고 싶어 할 때. 집에서 만든 김치 좀 가져다 달라던 찐 캐내디언의 부탁을 받을 때. 그럴 때면 캐나다에서도 한국의 위상이 참 높아진 것 같다가도, 가끔 깜짝 놀랄 만한 질문을 받을 때면 아직 갈길이 먼가 보다 싶을 때가 있다. 


캐나다 맥도날드 - BTS 버전. BTS덕에 한글을 보니 너무 좋더라!


"진짜 미안한데, 한국에는 한국말이 있어요? 내가 잘 몰라서 그래요."

주말엔 한글로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글을 쓴다는 내 말에 우리 매니저가 나에게 한 질문이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점심이 되면 김밥을 찾고, 어떤 고추장 브랜드가 먹을만한지 물어보는 캐내디언 동료들 사이에서 이렇게 가끔 놀랄 일이 생긴다. 백인이 70%가 넘는 직장에 근무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캐나다의 의료, 정치,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자연스럽게 한국의 이모저모에 대해서 소개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 나의 노력 덕분인지, 팀 사람들의 열린 마음 때문인지. 적어도 우리 팀 내에서는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 우리 팀원들이 내가 쓴 채팅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이모지 >> � <<를 달아줬던 에피소드를 풀어볼까 한다.


스페셜리스트를 바로 만난다고? 

캐나다 의료시스템은 장점과 단점이 아주 명확하다. 우선 치료가 대부분 무료이기 때문에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상황은 없다. 암에 걸려도, MRI 찍어야 해도 마찬가지다. 문젠 기다리다가 치료도 못해보고 죽을 수 있을 만큼 상황이 열악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 아들 입 주변에 뭐가 나기 시작했다. 입술 주위를 빙 둘러서 발갛게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간지럽다고 난리를 했다. 급하게 패밀리 닥터와 (한국으로 치면 가정의학과라고 보면 되겠다) 예약을 잡고 약을 처방받았다. 1주일이 지나도 약이 듣지 않아서 다시 병원에 갔더니, 피부과 전문의를 연결시켜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피부과에서 정확히 6개월 만에 예약을 잡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봄마다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할 때도 그랬다. 알레르기 스페셜리스트도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이비인후과도 마찬가지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만나려면 꽤나 기다려야 한다. 그나마 호흡기내과 스페셜리스트는 만나기 쉬운 편이고, 내가 꼭 만나야 하는 류머티즘 스페셜리스트는 1년을 넘게 기다려야 겨우 예약을 잡을 수 있다. 그것도 30분 전화 예약!


이런 환경에 처한 (?) 캐내디언들에게 한국의 진료 시스템을 알려주면 놀라서 자빠진다. '스페셜리스트를 웬만한 대기 없이 만난다고?" 하면서. 아, 치과도 마찬가지다. 캐나다는 썩은 이빨을 하나 치료해도 회사 보험이 없으면 10만 원은 넘게 주어야 하고, 신경치료는 50만 원을 넘는다. 한국 치과 비용을 들으면 놀라 자빠진다. 게다가 한국 치과의 기술력과 서비스에 대해 알게 되면 더 놀란다. 


그러고 보니 안경점도 마찬가지다. 여기선 보통 안경을 하나 맞춰도 40만 원이 넘게 들고, 최소 1주일 이상 기다려야 안경을 받을 수 있으니... 한국의 의료 시스템과 서비스는 캐내디언이 놀라 자빠지는 한국의 모습 중 하나다. 


주민등록 & 인감 

캐나다에도 SIN이라고 불리는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한국과 같은 주민등록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민등록이 참 여러모로 문제를 일으키는 제도인 측면도 있지만 여러 가지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하기에 편리하다는 점을 캐나다 와서 진하게 느낀 적이 많다. 애들 출생증명서 하나 떼려면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곳이 바로 캐나다니까. 주를 이동해서 이사하면... 하하하하하하하.


한국에서는 예전에 통장을 만들 때도 주민등록번호 외에도 인감이라는 도장이 필요하다고 알려줬더니 이번에 캐내디언들이 부러워했다. 자기 사인은 쓸 때마다 매번 바뀌는 게 불편하다나. 인감을 등록해 놓으면 혹시 모를 도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좋겠다면서! 물론 자기 이름이 새겨진 멋진 도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덤. 그게 그렇게 멋진 일인가 싶다가도, 이런 게 문화와 시스템 차이이구나 싶었다. 


가구는 저렴한데 한국 티브이가 비싸다고?! 

캐나다는 사람 손을 타는 모든 게 비싸다. 그중에서도 내가 캐나다에 와서 제일 처음 느꼈던 한국과의 괴리감 중 하나는 바로 가구 가격이다. 

La-Z-Boy의 눈 돌아가는 1인용 소파 가격


가구 가격이 너무너무 비싸서 캐나다 정착 초기에는 살 엄두도 못 냈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이 물려준 가구를 주기 전까진 바닥에 박스를 세워 놓고 밥을 먹을 지경이었다. 


그나마 저렴한 캐나다 이케아. 그래서 사람들이 여기서 사나 보다.


한국 의자, 침대, 소파 가격을 얘기해 주면 다들 눈이 튀어나온다. 그런데 한국산 티브이는 한국보다 캐나다가 훨씬 싸다고 하니 팀원들이 다들 놀라워했다. "삼성은 한국 거라며. 근데 한국에서보다 여기가 더 싸다고?" 영어에 없는 발음이라 "샘성~"이 되어버리지만, 실은 같은 회사랍니다. 하하하. 그렇습니다요. 



아마 내가 캐나다에 살면서 느낀 불편함, 차이, 또 좋은 점을 캐나다 토박이인 우리 팀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해외 살이가 길어질수록,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단 생각도 들고 또 그만큼 참 다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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