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가 12만 3천 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태어나는 아기 숫자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78명으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았고,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꼴찌였습니다.280조 원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 문제, 지금부터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앵커는 명쾌한 발음으로 명쾌하지 않은 뉴스를 전달하고 있었고 나는 개수대 가득 든 그릇들에 뜨거운 물을 틀며 음식물 찌꺼기를 씻어냈다. 네 식구 밥그릇 국그릇 반찬 접시 두어 개, 대단한 음식을 차려먹는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설거지는 매번 이렇게 많은지 참 미스터리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큰 그릇부터 부지런히 헹군다. 앵커는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문제라고 하지만 우리 집에는 아이가 둘이나 있어 그다지 체감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 집은 초등학교 옆에 위치하고 있어 아침저녁으로 등하교하는 많은 학생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매년 3월은 신학기라 자기보다 더 큰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초보 8살들을 볼 수 있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말도 못 한다. 저렇게 귀여운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고 있다고 하니 걱정이긴 걱정이나 뉴스에서 하고 있는 어젠다 세팅(Agenda setting)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저들이 하려는 어젠다 세팅과 어젠다 키핑의 목표는 무엇일까.
어젠다 세팅은 여러 미디어, 뉴스나 시사프로그램, 신문 등등에서 중요하다고 보도하는 주제(미디어 의제)를 설정하는 것이며, 어젠다 키핑은 그 주제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그 지점에서 바로 언론이나 미디어의 본질을 볼 수 있다. 언론은 자기들만의 시각과 입장에 입각한 어젠다 세팅을 하고 어젠다 키핑을 해 나간다. 결국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는 언론의 본질은, 객관성이 아니라 자신들이 견지하는 입장일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은 뉴스나 미디어의 관점이다. 한 가지 사실에도 언론사마다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고 다른 어젠다 세팅을 한다. 관점은 모두 다르다.
앵커는 단정한 양복을 입고 바른 자세로 앉아 최대한 표정 없는 얼굴로 뉴스를 전달하므로다양한 어조나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최대한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한다는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그래서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은 그렇지 않지만)
각자의 관점
각자의 관점
미디어가 각자의 관점이 있듯, 모든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관점이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관점에는 무수한 외부적인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우리가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왜냐하면 나의 관점은 내게만 있는 것이고 그의 관점은 그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기준이나 평균이 정답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보편적이라는 사람들도 각자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그에게는 자신의 관점이 정답이다. 지구상에는 약 오억 개(?)쯤의 정답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각자의 관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보편과 평균이라는 가치에 맞추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보편과 평균은 어쩌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있다면 보편이 아니라 그저 비슷한 관점들만이 있을 뿐. 객관적 사실을 전달한다는 뉴스조차도 그러한데 하물며 감정과 본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는 오죽할까.
" 너를 생각해서 해주는 말인데.."와 같은 말에도 어쩌면 본인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어젠다 세팅 같은 것이 숨어 있는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 신경 쓰지 말고 살아야 한다. 남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내 갈길에 집중하면서 살아야 한다. 뉴스를 끄고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틀어본다. 이곡은 언제 들어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