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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리는 민들레 May 01. 2023

14-2. 성장은 극복할 때 일어나지만

메이저가 아니라 마이너로 살겠습니다.



안 그런 척


할머니는 나쁜 어른이에요.


 쩌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아프고 고통스럽다는 걸. 그랬으니까 결혼으로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닌 척하면서 보상받고 싶었을 수도 있다. 다만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안 아픈 척하고 없는 척하면 모든 일이 없는 일이 되나? 아닐 것이다. 그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고 그 사실이 내게 남긴 상처 역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또 누군가로 인해 그 상처가 치유될 수 있을까? 그것도 완전히는 아닐 것이다. 과거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 과거가 때때로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는 것, 그것을 보기 때문에 애쓰고 노력하는 것이 나의 매일이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기초체력이라는 것이 있는데 내 체력을 미처 깨닫지 못한 선택을 했구나..


 내 문제만으로도 버거운데, 배우자에게는 또 다른 정서적 배경이 있다. 내가 지금의 배우자를 선택하고 배우자가 나를 선택한 데는 대물림이라는 요소가 분명히 들어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 복잡해진다. 나만으로도 충~분히 복잡한데 복잡이 더블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유도 모른 채 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낸다.

 

 불행이 나에게서만 끝나는 방법이 있었는데도 불행을 전파한다. 세 사람에게. 행복은 나누면 배가되고 불행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데, 그건 완벽한 거짓말이다. 불행이 따따불이 되는 것이다. 부모님들은 자신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물려줬는지도 모른 채 이제는 우리가 자들을 돌봐주기를 바라고 계신다. 불행과 고통의 몸집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버렸는데..


/ 할머니는 나쁜 어른이에요.

 

 지금은 중학생이 된 큰 아이가 다섯 살 때 제 외할머니에게 말했다. 아이답지 않은 낮은 목소리, 반짝이던 눈이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깜짝 놀랐다. 내가 교육을 잘못시켰다고 생각했고 그런 말하면 못쓴다고 주의를 줬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이가 맞았다. 나는 아이도 알고 있는 것을 몰랐다.






 

아파도 받아들일 때


성숙은 받아들일 때 일어난다.


 그것은 과거의 일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노력하면 고통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 그렇게 말하고 싶고 정말 그런 분들이 많길 바란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드문 일이기도 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학대의 흔적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또 언제까지 그 고통이 이어질지 알 수도 없다. 딱 마음먹고 이제부터 고통받지 말아야지 한다고 해서 그때부터 고통이 딱 멈추는 것도 아니다. 난 친정엄마와 연락을 끊었지만 그래도 때때로 고통스럽다. 더 이상 그분이 나를 물리적으로 고통스럽게 하지 않아도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더 이상 유기불안 따위 느낄 나이의 어린아이가 아니라도 때때로 그런 감정이 찾아올 때가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잊지 않는 일이다. 수용하는 일이다. 장은 극복할 때 일어나지만 성숙은 받아들일 때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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