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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리는 민들레 May 17. 2023

19. 진짜 살아있는 존재가 되려면.

메이저가 아니라 마이너로 살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제 인생의 모든 것은,

지금 이 순간입니다.



  자를 쓴 남자가 하얀 공으로 저글링을 하다가 눈 깜짝할 새에 공 하나를 꽃 한 송이로 만들었다. 방금까지 하얀 공이었는데 어떻게 꽃이 됐지.. 남자는 그 꽃을 작은 화분에 심었다. 다시 남자는 저글링을 하며 왼쪽신발의 풀려버린 신발 끈을 손을 대지도 않고 반대쪽 발로 움직거려 묶었다. 와~ 사람들은 놀라워하며 박수를 보냈다. 남자는 또다시 저글링을 열심히 했는데 박수소리가 작아서 시무룩해다. 시무룩해진 남자를 보고 사람들 박수를 많이 쳐주하얀 공이 꽃이 되었다. 남자는 두 번째 꽃을 화분에 심었다. 남자는 또 꽃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각종 묘기를 부렸는데 잘 안 됐다. 그래서 스스로 엉덩이를 때렸다. 여러 번 시도하는데 공은 꽃이 되지 않았다. 참을 시도한 끝에 결국 또 하나의 꽃 만들어다.


 마지막 화분은 높은 곳에 걸려있었다. 남자는 높은 곳에 있는 그 화분에 꽃을 심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했다. 하얀 공을 던져보고 뛰어보기도 했으며 사다리를 부서트리기도 했다. 

남자는 화나. 열심히 노력했다고. 이걸 내가 다시 하나 봐라.라고 말하는 듯 가방을 싸서 집에 가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가방이 움직이지 않는 거다. 얘 왜 이러는 거야. 가방과 한참 씨름을 하던 남자는 하는 수 없이 다시 저글링을 했다. 그리고 뚝딱뚝딱 사다리를 고쳤다. 그는 아슬아슬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결국 높은 화분에 꽃을 심어 내고야 말았다.


 거리공연을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은 그의 성공에 박수를 보냈다. 빨간 모자를 쓴 남자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저의 모든 것입니다.
그리고 제 인생의 모든 것은
지금 이 순간입니다.








축제 안에서



축제 안에서.



 모두가 거리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즐겁게 웃었고 놀랍게 행복했다. 나무 위에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작은 알전구들 바람이 불어 저희들끼리 부딪혔다. 그러자 반짝이는 리가 났다.

 

 나는 빨간 모자를 쓴 그 남자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눈물이 터져 나왔다. 

수많은 실패, 좌절과 자책,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꽃을 심어내고야 마는 그의 아름다운 익살이 슬프고도 웃음이 났다.


 빨간 모자의 그 남자에게서 나를 보았다. 수없이 넘어지고 실망하고 자책하길 반복하면서도 어느새 또 글을 쓰고 있는 나. 화나. 어떻게 더 하라고. 이 이상 어떻게 더 해. 열심히 했단 말이야! 이제 다시 하나 봐. 그만할 거라고. 가방을 싸는 나. 그러다가 또 남자처럼 사다리를 고치고 있는 나. 어떻게든 꽃을 심기 위해 두려을 참으며 사다리를 올라가는 나.


 쓰는 일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그 남자처럼 내가 이걸 다시 하나 봐라. 하며 가방을 싸고 푸는 일을 반복하면서도 계속 쓰고 있다. 하얀 종이 앞에서, 빈 화면 앞에서,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가지 못하는 시간들을 보내고 내가 설마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던 의문점들도 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 신기하게도 두 권의 책을 썼다. 책이 얼마나 팔렸고 사람들이 내 책을 얼마나 아느냐보다 더 신기한 것은 내가 그 책을 썼다는 사실이다.







아이와 어른의 차이


진짜 살아있는 <존재>란



 눈에 보이는 판매량과 수익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나만의 성취다.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해냈다는 것이 나는 더 중요하다.

빨간 모자를 쓴 거리의 예술가가 <내 인생의 모든 것은 지금 이 순간>이라고 한 말처럼, 정 소중한 것은 느낌이자 감정이다. 그는 무대 위에서 관객의 인원을 세지 않았다. 자신의 일당을 계산기로 두드리지도 않았다. 다만 그 순간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 순간에 그 가짜 아닌 진짜 <존재>다. 그가 진짜 존재가 되었던 이유는 느낌에 자기를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객관이나 이성이 아닌 느낌을 살았기 때문이다.


 진짜 <살아있는 존재>는 지금 이 순간, 간의 느낌을 다.

아이는 세계와 자기 사이에 아무것도 두지 않지만

어른은 세계와 자기 사이에 무수한 것들을 둔다.

그것이 바로 아이와 어른의 차이며 행복과 불행의 차이다. 죽은 채 사는 것이 아니라 진짜 살아가는 것에는 그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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