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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한 자유 Nov 15. 2024

정유정의 작품의 읽고

최고의 이야기꾼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는 2021년 전남도립도서관에서 20~40대가 가장 많이 읽은 책이라기에 호기심에 읽게 되었는데 정유정 작가가 남았다.

전혀 작가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읽게 된 소설이었는데 이 소설보단 다음에 읽은 그녀의 소설이 내 최애소설이 되었다.

평소 제일 좋아하는 장르인 스릴러 소설 3권으로 엄청 유명한 작가였기 때문이다.

한번 작가에 꽂히면 그 작가의 책을 쭉 다 읽는 편이라 그동안 읽었던 그녀의 책들을 쭉 리뷰해 보고자 한다.


함평 출신이라 더 친근했고 간호사를 하다 늦은 나이에 전업 작가가 된 이력도 특이했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는 전라도 신안, 무안 등을 배경으로 86년 민주화 운동이 한창일 시절의 아이들의 모험이야기다.  80년 5월의 이야기도 살짝 나온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어려웠고 어두웠던 시대적 상황을 자연스럽게 녹여내서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망가지고 부서지는지에 대해 아주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처절하게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모험을 그린 장편소설의 내용 전개는 중학생들에게 현실에선 있으면 안 되는 내용이라 그런지 공감이 잘 안 되던데 마지막 결말은 참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프링 캠프의 뜻이 궁금해 찾아보았는데  프로 스포츠에서 정규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각 팀별로 모여서 하는 '전지훈련'을 뜻한단다.

사춘기의 절정에 이른 아이들이 극단적인 모험을 스프링 캠프에 대비해 제목을 짓고 그 시절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본 경기인 성인기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

곧 있으면 사춘기를 맞이하는 내 두 아들들은 어떤 스프링 캠프를 보내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소설에서처럼 극단적인 스프링 캠프는 아니더라도 앞으로의 삶을 살아 나갈 때 두고두고 잊지 못할 도전은 하게 해주고 싶다.


정유정 작가의 이름을 널리 알려 준 악의 3부작 중 1편인 [7년의 밤]을 그 해 여름 여름맞이 스릴러물로 읽었는데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하는 필력이 너무 부러웠다.

숨 막히게 전개되는 속도감 있는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서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생생한 긴장감을 주는 탁월한 이야기꾼임을 느꼈다.

책을 읽는 내내 세령호의 장소에 대한 묘사를 보며 배경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의도치 않은 살인이 들통날까 봐 마음 졸이는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느라 감정 이입이 된 채로 숨죽이며 읽게 되었다.

정유정 작가의 소설은 무서워서 읽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니 얼마나 생생하게 묘사하는지 그녀의 스토리 구성력에도 박수를 보낸다.

책을 다 보고 장동건 류승룡 송새벽이 주연을 맡았다는 영화를 찾아봤는데 보통 소설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보면 대게는 실망하기 나름인데 책을 읽을 때 상상했던 물속 마을의 모습이라던지 스산하고 어두운 밤의 풍경을 소름 끼치게 잘 담아내서 감탄하며 봤다.


정유정 악의 3부작 중  [종의 기원]에서는 악인을 유일하게 1인칭 시점으로 다루기에 범죄자의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거 같다.

이런 글을 쓰려면 얼마나 상상력이 대단한 사람일까 소설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다.

그 사람이 되어 보지 않고도 그 사람의 마음속을 꿰뚫는 글을 쓰는 능력이야 말로 천부적인 재능이다.

이 소설을 한 줄로 요약하면 살해된 어머니의 시신을 목격하는 사이코패스 이야기인데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완벽한  결말이랄까?

스릴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작품이 제일 재미있었다.

살인을 통해 생존과 번식을 이뤄서  인류가 진화적 성공을 이루었고 우리 조상은 이 적응 구조의 생존자이기에 제목이 종의 기원이라는 데는 100프로 공감할 순 없지만...

악인이란 타고나는 것일까?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사람이 막 태어나서는 배가 고프면 자기 입으로 음식을 먼저 밀어 넣는 자였다가 환경에 의해 교육을 통해 선해질 수도 있다는 성악설이 더 와닿았다.


정유정의 악의 3부작  중 2번째인  [28]처음 시작의 용어가 낯설고 인물도 많아 몰입이 힘들어서 읽다가 포기했는데 새해 들어 다시 읽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두께에 읽는 시간이 제일 많이 걸렸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 작품 또한 리얼리티와 재난이 일어나는 속도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서울과 인접한 '화양'이란 도시전체가 28일간 빨간 눈 괴질에 걸려 파괴되어 가는 재난이야기였는데, 재난 속에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행태가 너무나 처절했고 사실적이었다.

재난 상황이 너무도 가혹하지만 자연스럽게 코로나 시국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코로나 초기 많은 감염자가 나왔던 대구가 떠올랐다. 우리의 모든 동선이 공개되고 코로나로 인해 직장을 잃기도 하고 전 세계가 팬데믹 속에 빠졌던 그 시절,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개와 인간이 동시에 걸리는 전염병이란 이유로 인간에게 방해가 된다면 몽땅 살처분되는 유기견들의 이야기를 보며  "동물이 고통받는 세상에서 인간은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다수를 위해 늘 소수가 희생되는 게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물음까지.. 참 많은 숙제를 남긴 소설이었다.

정유정 작가는 인간을 넘어 '생명'을 지키고자 헌신하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했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숨 쉬는 인간성'을 끝까지 실천한 등장인물 서재형이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정유정의 욕망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 [완전한 행복]은 제목처럼 행복한 가족 이야기인가 생각했다.

완전한 행복을 위해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를 철저히 제거해 나가는 완벽한 반어법일 줄이야...

짧은 호흡의 긴장감 넘치는 문체덕에 이번 책 또한 몰입감 최고였다. 이번 책은 성우가 읽어주는 윌라 어플에서 들어서 그런지 박진감 넘치는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었다.

등장인물이 너무나 생생하고 서사에 힘이 있어서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것이 그녀의 소설의 특징이다.

분명 내용은 스릴러지만  극단적 나르시시스트인 주인공의 '악함'에 포인트를 주는 게 아닌 자기의 행복만을 위해  타인의 행복을 짓밟는 '욕망'에 포인트를 뒀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있지만 타인의 행복을 위한 책임 또한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욕망의 3부작 중 2번째 작품을 기다리는 동안 읽은 [진이, 지니] 영혼체인지라는 설정에 동물인 보노보의 시선에서 하는 대사들이 코믹했고 죽음에 관한 내용이 책을 덮고도 잔영이 한동안 마음 따스하게 다가왔다.

아이들과 같이 보기 제일 좋은 소설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삶의 반대말이 죽음이 아니라 삶의 한가운데에 죽음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삶은 유예된 죽음이라는 말을 진지모드가 아니라 판타지였다, 해학적이었다, 아슬아슬함까지 느끼게 하는 문체로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읽을 수 있게 했다.

인간과 동물을 오가는 영혼에 대한 서사를 통해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책이다. 보노보와 영혼이 바뀌었지만, 다시 자기의 몸을 찾아 살아가고자 하는 진이와 별 볼일 없고 간장종지만 한 그릇의 인생이어서 언제 어디서 끝나도 그만인 민주를 통해 삶과 죽음이 결국 같은 결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중에서 마지막 죽음을 고요하고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장면이 너무 인상 깊었다.

내 삶의 유일무이한 존재인 나 자신과 작별하는 그 순간 나는 과연  준비된 자세로 고요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작가의 말처럼 치열하게 온 힘을 다해 사랑하며 살아가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죽음에 대한 이미지가 슬프지 만은 않아서 좋았고 삶에 대한 시선 또한 담담한 듯 다정해서 좋았다.

삶이 아무리 가혹하고 슬프고 외롭고 지치더라도 왜 삶을 이어나가야만 하는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에서는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 속 뒷 이야기부터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까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인터뷰 형식이라 쉽게 읽혔고 그녀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비하인드 스토리는 신났다.

정유정 소설은 영화처럼 서사적이고 카메라로 비추는 듯 생생하고 구체적이기에 그녀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를 찾아보게 만든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욕망 3부작 중 두 번째 책이 3년을 기다린 끝에  올해 9월 드디어 나왔다. [영원한 천국] 은 그동안 그녀의 작품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스릴러 장르가 아닌 SF, 로맨스 장르라고나 할까?

그래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정유정 작가의 스릴러가 무서워서 못 봤던 사람이라면 추천!  롤라라는 가상세계가 주무대인데 현실을 넘나 들며 이야기가 전개되어 내용이 조금 복잡한 감은 있었지만   읽고 앞부분으로 돌아가 다시 보니 정리가 좀 되었다. 

특히 여주인공 해상의 루 게릭 투병에 대한 이야기에 같은 병을 앓았던 친정엄마 생각이 나서 가슴이 멈춘 듯 먹먹했다.

죽음을 뛰어넘는 가상세계에 사랑하는 이를  보내고 싶어 하는 절절함은 이해가 되었지만 그런 세계가 영원한 천국일까에 대한 고민은 좀 더 해봐야겠다.

죽지 않는 영원한 삶과,  가상 세계 롤라에서는 이에 더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택하고 통제하는 삶을 인간은 욕망한다.

언뜻 보면 그 세계가 영원한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철저히 계획된 시나리오대로 모든 일이 진행된다면 인생의 희로애락은 없을지도 모른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을 보며 기쁨이만 가득한 삶을 살면 과연 행복할까를 고민했는데 딱 그 느낌...

알 수 없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고 정답이 없기에 인생은 살아볼 만하지 않을까? 

설계자에 의해 프로그래밍된 드림시어터에 갈 수 있는 티켓이 주어져 고통스럽고 두려운 기억으로 벗어나는 삶을 택한다면 늘 그 도망치는 선택을 하게 설계되었어야 하는데 경주는 견디고 이겨내려는 의지를 선택했다. 제이는 자신이 죽더라도 연인해상을 살리고자 하는 사랑으로 인간다움을 보여줬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게 해 주는 건 자유 의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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