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7/10일
우유니는 겨울이 맞았다.
히터가 있었지만 너무 추웠고, 피곤함에 세수만 하고 자서 추운 새벽에 씻어야 했다.
그렇지만 숙소가 너무 만족스러웠다.
욕실에도 히터가 있었고, 뜨거운 물도 잘 나왔다.
(다른 숙소들 후기에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글들이 있다.)
셋 다 개운하게 샤워하고 체크아웃 준비까지 완료했다.
비행기 시간이 9시 15분 출발이라 조식을 먹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어제 우유니 공항을 보고 조식을 즐기고 가기로 결정!!
8시에 조식 시작이라고 하여 잠시 기다렸다가 시간 맞춰서 로비(라고 하기엔 조금 그렇지만)로 내려갔다.
너무나도 친절한 주인 할아버지는 짐을 보고 있을 테니 걱정 말고 밥을 먹고 오라고 했다.
조식을 먹는 카페테리아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작지만 질서 있게 구분되어 있었고, 오래되어 보였지만 깔끔했다.
밖이 환하게 보이는 창문과 앤티크 한 식탁, 의자도 분위기를 한몫 더했다.
시간이 엄~청 여유 있진 않았지만 빵, 시리얼, 과일까지 야무지게 먹고 커피 맛도 어찌나 좋은지.
두 잔 마셨다.
** 남미는 커피가 정말 맛있다. 기분 탓인가?
우리가 조식을 먹고 나오는 사이 주인 할아버지는 택시까지 미리 불러 주셨다.
우유니 호텔 줄리아!! 별 점 5점이다.
숙박업소 사이트에 최고의 후기를 남겼다.
시설이 최신식은 아니었지만 다른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할아버지가 불러준 택시를 타고 15분 만에 공항에 도착했다.
역시나 이 작은 공항은 보딩까지 막힘없었다.
티켓팅부터 짐 검사까지 10분 정도 걸렸으려나...
바로 비행기 타는 곳 앞에서 대기할 수 있었다.
또다시 걸어서 비행기 타기! 이거 은근히 재미있다. 이렇게 우유니도 안녕!
** 우유니 공항은 매우 작고 작아서 충분히 여유 있게 가도 문제가 없을 듯!!
공항 입구를 들어가면 바로 티켓 카운터 및 수화물 붙이는 곳!
그 왼쪽으로 가면 바로 짐 검사! 들어가면 탑승 대기실!
작고 소박하지만 따뜻한 히터도 있고 쉬기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한 시간 정도의 비행에 라파즈에 다시 도착했다.
두 번째 방문이라고 (공항은 정확히 3번째) 조금 익숙한 기분이었다.
라파즈 첫날의 숙소와는 반대 위치의 언덕 아래쪽에 있는 호텔이었다.
택시 기사를 잘 만나서 재미있게 올 수 있었다.
영어를 조금 할 수 있는 기사님은 라파즈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한국인을 무척 좋아한다!!
차도 처음으로 오토매틱이었다.
** 남미에서 우버를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다.
공항 앞, 시내 대로변, 숙소 카운터에서 불러 주는 택시!
우버를 이용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대신 차량들이 조금 노후되었었다.
30분 정도의 이동 거리였는데, 내리막을 끝도 없이 계속 내려갔다.
4000미터의 도시가 이런 것인가 싶었다.
그렇게 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고, 지겨워질 때쯤 호텔에 도착했다.
엄마, 아빠는 택시 기사에게 홍삼 사탕을 주었다.
여행을 다니며 본인들도 드시고 외국인들에게 사탕을 나눠 주시며 약간의 뿌듯함을 즐기셨다.
또 체크인 시간보다 빨리 도착했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엄마, 아빠는 무척 피곤해하셨다.
특히 엄마의 고산병 증세가 더 심해진 느낌이었다.
중요한 일정이 끝났고 여행 후 처음으로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날이라 긴장이 풀리신 듯했다.
호텔에서는 얼리 체크인이 어려울 것 같다며 호텔 카페에 있어도 된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이것저것 무전기로 체크를 하더니 30분 정도만 기다리면 방에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라시아스!!! 남미는 정말 친절하다.
여행을 준비하며 많은 숙소를 예약하다 보니 내가 어떤 숙소를 예약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이번 숙소는 전체적인 건물 외관이나, 위치도 번화가는 아닌 듯하여 기대가 없었다.
1층 방으로 안내를 받아서 뷰도 없을 테니 더욱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맙소사. 더블 침대 세 개다.
(내가 이렇게 예약을 했나??? 모르겠다.)
방 컨디션도 좋았고, 뜨거운 물도 잘 나왔다.
일단 침대가 3개 있는 것이 가장 행복했다.
(남미 숙소 2등이다! 1등은 쿠스코ㅎㅎ)
가격도 약 7만원 정도로 매우 저렴했다.
오늘은 쉬기로 한 날인데 혼자 넓은 침대에서 뒹굴뒹굴 수 있다니!
짐을 풀어놓고 대충 옷을 갈아입고 마녀 시장을 가기로 했다.
(너무 피곤하지만 라파즈에서 가는 유일한 관광지였다.)
우유니가 겨울이었다면 라파즈는 봄? 가을 정도 되는 날씨였다.
날씨도 좋으니 15분 정도 걸어서 마녀 시장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길이 언덕이었다.
엄마의 고산병 증세가 maxxxx치 도달.
정확하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느낌상 이때가 가장 힘들어 보였다.
그렇게 15분 정도 되는 거리를 30분 정도 걸려서 간 듯하다.
이때 나도 엄마 옆에서 천천히 걸었다.
힘들어하는 엄마 생각에 괜찮은 식당이 있으면 그냥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마땅히, 적당히, 깨끗해 보이고 엄마가 먹을 수 있어 보이는 음식을 파는 곳이 없었다.
결국 구글로 평점 좋고 사진상 깨끗해 보이는 레스토랑을 향해갔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그 레스토랑 위치에 왔는데 구글에 있는 레스토랑이 아니었다.
분명 볼리비아 음식 레스토랑을 찾았는데, 아시아 음식점이었다.
더 이상 지체하고 다른 곳을 찾아볼 여력이 없어 그냥 그곳을 들어갔다.
태국 음식 전문점이었다.
두부가 들어간 국물 음식과 두부를 넣고 볶은 음식, 팟타이를 시켰다.
아빠와 나는 역시 술 한 잔씩.
평화의 시간.
아빠는 위스키, 나는 볼리비아 맥주!
볼리비아 맥주를 생각보다 맛있게 먹었다.
아빠랑 나는 뭐든 잘 먹는다 ㅎㅎ
음식은 다 맛있었다.
엄마는 속이 너무 좋지 않아서 처음에는 잘 못 드셨는데,
국물 요리도 있고 두부가 있다 보니 생각보다는 드실 수 있었다.
어쩌면 현지 음식점 보다 아시아 음식점이 훨씬 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물론 선택권이 없었지만... ㅎㅎ
바로 옆 언덕을 조금 올라가자 마녀 시장이 바로 나왔다.
귀엽고 예쁜 것들이 많아서 이것저것 사고 싶었다.
그렇지만 짐을 늘릴 공간도 없고, 아직 여행 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살 수 없었다.
기념 마그넷만 간단하게 구매!!
(이럴 때 큰 캐리어 없는 것이 너무 아쉽다. ㅠ.ㅠ)
마녀 시장은 위에 우산 장식을 꾸며 놓았다.
그리고 가게마다 다양한 색의 직물 제품을 걸어 두어서 거리가 너무 예뻤다.
파란 하늘과 색색의 거리 모습이 사진 찍을 맛을 더해줬다.
배가 좀 부르고 식당에서 쉬다 나와서 엄마, 아빠의 컨디션도 훨씬 좋아져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언덕을 내려가는 길이라 엄마가 좀 수월했다.
또 올라올 때는 보지 못했던 라파즈의 도시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기분이 좋아져 가는 길에 예쁜 공원에서 엄마랑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먹어 보았다.
맛있다!!!
오늘은 휴식을 하는 날로 숙소를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간단한 저녁거리와 술을 사서 들어가기로 했다.
마녀 시장을 가면서 보았던 엠파나다(볼리비아식 이름은 살테냐!) 파는 곳을 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지나쳐버렸다.
이미 숙소 근처 마트까지 내려왔기에 엄마, 아빠는 마트 구경을 하고,
나는 다시 뛰어올라가 엠파나다 집을 찾았다.
나는 고산병 따위... 뛰었다.
참 뛰기 좋은 날씨였다.
한참을 올라가 엠파나다 집을 찾았다.
들어간 가게는 할머니께서 운영 중이셨다.
간단한 스페인어로 닭고기 엠파나다 두 개, 치즈 엠파나다 하나, 사과가 들어간 파이 하나를 샀다.
빵 4개에 4천원 정도. 정말 착한 가격!!
빵을 사고 또 뛰어서 내려갔다.
저 멀리 엄마가 나와있는 것이 보였다.
작은 마트에는 위스키도 없고 맥주도 몇 개 없었다.
술을 찾자 친절한 가게 주인은 술 파는 곳을 알려 주었다.
남미 사람들 정말 친절하다니깐!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술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이미 사두었던 물, 과자를 숙소에 놓고, 엄마도 쉬시라고 했다.
아빠와 둘이 술을 사러 가는 평화의 시간이다.
숙소 옆길로 들어서자 술을 파는 작은 가게가 바로 있었다.
그곳도 할머니가 운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약간 인상이 무서워 보여서 '외국인을 안 좋아하시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스페인어로 말하고 손짓을 동원해 술을 찾았다.
할머니는 내 말을 알아들으시고는 작은 위스키를 찾아 구석으로 가셔서 꺼내다 주시고,
맥주를 찾아 냉장고에서 큰 거, 작은 거 두 개씩 4개를 들고 나오셨다.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차갑다는 손짓도 하시고,
'네가 어떤 걸 살지 몰라서 이렇게 가져왔어'라고 말씀하셨다.
(분명히 알아들었다!!) 귀여우셨다.
친절하신 할머니 덕분에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그렇게 아빠와 만족스럽게 술 쇼핑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마트에서 산 감자칩, 엠파나다 치즈맛, 사과 파이 정말 맛있었다!!
엄마는 이미 잠이 드셨고, 아빠와 나는 그렇게 먹고 휴식을 취했다.
아빠는 바로 잠에 드셨다.
나는 잠도 오지 않았고,
뭐랄까... 기분이 그냥 편했다.
우유니 사진도 옮기고, 투어같이 했던 친구들에게 사진도 보내주고,
이것저것 하다가 세수, 양치만 하고 잠에 들었다.
남미 여행의 가장 큰 목표 두 개(마추픽추, 우유니 사막)를 무리한 일정으로 마무리했다.
엄마, 아빠는 너무 지쳐 있으신 듯했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운 좋게 마추픽추도 최고로 잘 보았고,
우유니 사막도 좋은 날씨에 갈라진 사막, 물이 고인 사막을 모두 보았다.
남미 목표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
이제 내일이면 고산병도 끝이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