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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현정 Oct 08. 2024

9. 라파즈 >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 _ 돈!

23년 7/11일

새벽부터 일어나서 씻고 체크아웃 준비를 했다.

두 번의 경험상 라파즈 공항은 조금 천천히 가도 될 듯했다.

그리고 택시를 미리 예약해 둬서 여유가 있었다.

(어제 탔던 택시 기사님이 왓츠앱 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공항 이동을 하는데 역시나 새벽 공항 이동은 빨랐다.

안녕 라파즈!

아르헨티나행 체크인을 하려고 줄을 섰다.

총 네 번째인 라파즈 공항은 항상 여유가 있었다.

심지어 직원이 사람들의 목적지를 확인한 후 줄 서는 순서를 바꿔주었다.

역시 친절한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아웃하는 비행기표까지 물어보는 약간은 까다로운 체크인을 했다.

짐도 다 수화물로 맡겨 버렸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찾기!


짐도 없고, 엄마의 고산병도 끝나가니 몸도 마음도 가벼웠다.

남은 볼리비아 돈이 좀 있어서 다시 달러로 환전을 했다.

이 돈은 나중에 아르헨티나 공항에서 환전할 때 도장이 찍혀 있다며 받아주지 않았다.

이후 어디서든 달러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 필수!! 환전을 하면 그 자리에서 지폐를 한 장씩 확인하고 더럽거나 찢어져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교체 요청을 해야 한다.


산타크루즈에서 환승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1시간 정도 있었다.

그렇지만 짐은 부에노스에서 찾으면 되고, 같은 항공사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의 비행에 산타크루즈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최종 볼리비아 아웃을 하는데 여기서도 비자 확인을 까다롭게 했다.

무사히 다~ 통과한 후 또 기다림의 시간, 역시 여유 있을 줄 알았다.

다정한 외국인 커플 뒤로 엄마, 아빠는 멀찍이 떨어져 있기

산타크루즈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향하는 비행기는 2,4,2 좌석의 조금 큰 비행기였다.

어제 체크인을 미리 했는데, 맨 뒤 좌석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좌석이 텅텅 비어서 의자를 완전히 뒤로 젖히고, 셋 다 따로 앉아 갔다.

두 시간 반 정도의 비행이 너무 편했다.

제발 한국 가는 비행기도 이런 자리 앉을 수 있기를, 체크인 노력해야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는 호텔 이름을 한번 물어보고 끝이었다.

‘엑세 콜론’ 하자마자 바로 알아듣는 직원에 둘 다 웃음이 터졌다.


** 남미 여행을 하면서 입국 심사가 문제 되었던 적은 코로나 증명서가 없었을 때 말고는 없었다.

심지어 가족이라고 하면 세 명이 같이 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곳은 계절상 겨울로 날씨가 좋지 않았다.

그래도 강수량은 많지 않았었는데 ㅠ.ㅠ


일단 환전을 하고, SUBE(아르헨니타 교통카드)를 사러 갔다.

인터넷으로 미리 알아간 정보로 편의점 카운터에서 SUBE  카드 구매를 했다.

그리고 돈을 충전할 수 있는 기계 앞으로 향하니 자연스럽게 점원이 따라와 도와주었다.

역시나 친절한 남미 사람들, 너무 고마웠다.


** 당시(23년 7월 기준) 인터넷에서는 SUBE 카드를 구하기 어렵다고 하였는데 나는 공항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었다. 카드는 1장당 2명이 사용 가능!!

아르헨티나의 환율이 급변하여 정확한 금액은 모르겠으나, 너무 저렴하다.

그래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SUBE 카드가 무조건 이득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SUBE (교통) 카드!

시내버스로 이동이다!

버스를 타고 호텔이 있는 중심가까지 1시간 20분쯤 이동을 했다.


엄마, 아빠는 수많은 여행 중 이렇게 시내버스를 타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셨다.

버스를 조금 오래 타는 듯하여 걱정이 되었지만,

이제 고산병도 없고 자유여행의 재미를 보여드리는 듯하여 마음이 조금은 편했다.


내가 버스에서 잠시 눈을 감았는데,

아빠가 '네가 자면 어떡해'하며 나를 깨웠다.

걱정마... 호텔 데려가 줄게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시내버스! _ 크고 쾌적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지인 7월 9일 대로 (오벨리스크 있는 곳) 근처에서 내렸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우산도 없이 10분 정도 걸어서 호텔에 도착했다.


** 7월 9일 대로는 아르헨티나의 독립과 통일을 기념하는 대표 거리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대로라고 한다.


엑세 콜론 호텔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메인 거리인 7월 9일 대로에 오벨리스크까지 보이는 방이었다.

더블베드 하나와 칸막이가 나뉘어 있는 방에 미리 요청한 싱글베드가 놓여 있어서 구조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나니 저녁시간이었다.

짐을 대충 놓고 저녁을 먹으러 거리로 나왔다.

유명한 아사도 가게가 (TV에도 나온!) 숙소 5분도 안 되는 곳에 있었다.

(어느 식당을 갈지 찾아보지도 않았었다. 숙소에서 대충 찾아보고 갔다.)


그전에!! ‘깜비오’ 외치는 암환전을 해야 했다.

이미 숙소를 향해 오면서 ‘깜비오’ 외치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공식 환율과 암환율이 따로 존재한다.

따라서 여행객들을 환율을 조금 높게 쳐주는 암환전을 선호한다. 거리에서 관광객들에게 ‘깜비오’ 외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는데 '깜비오'가 '환전'이라는 뜻이다.

플로리다 거리에서 많이들 한다고 했고, 숙소 바로 옆이 플로리다 거리였다.


난 나름 긴장을 했다.

위조지폐와 ‘암환전’이라는 이름 때문에 살짝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깜비오’를 말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상이 모두 좋지 않다.

기분 탓인가.. ㅠ.ㅠ


엄마와 같이 길을 걸으며 ‘그래도 아빠 있어서 좀 낫네’라고 말했다.

그런데.... 하.... 아빠 정말....

‘깜비오’ 외치는 청년 하나 잡아서 물어보고 환전하는 곳으로 향하는데 가까이 오질 않는다.

‘여기서 그냥 할까?’ 물어봐도 하라고만 하고 가까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청년과 같이 가게 뒤편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불안한지 내 옆에 딱 붙어 있었는데, 아빠는 가게를 들어오지도 않는 것이다.

1분 전에 아빠가 있어서 안심된다는 말 취소.  

왜 그러는 건지 정말 휴


긴장했던 마음이 화로 돌아서 아빠에게 짜증을 내뱉었다.

아빠!!!!! 나 무섭다고!!!!!!!!! 들어오라고!!!!!!!!

(에라이 효년아...)


직원을 따라간 가게는 아주 작은 핸드폰 판매? 핸드폰 용품 판매?

정확하게 무슨 가게 인지 정체를 파악할 정신이 없었다.


목표는 환전.

직원은 그 가게의 뒤편으로 향했다.

마치 작은 미용실을 가면 칸막이 뒤편에 머리 감기는 공간 정도 될까...?

이런 곳인데 아빠가 들어오지 않으니...... 휴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나랑 엄마만 보내 지금...........?


환전하는 곳은 CCTV 모니터와 지폐 세는 기계, 계산기가 있었다.

CCTV를 보니 그나마 좀 안심이 되었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증거를 남기려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500달러 환전에 245장의 지폐를 받아 엄마, 아빠 100장씩 주고(보통 100장씩 묶여 있다.) 세어 보라고 했다.

나는 받아서 확인할 줄도 모르는 위조지폐를 확인하는 척했다.

그렇게 분노를 억누르고 환전을 마쳤다.


인터넷으로만 보던 이 종이들을 실제로 들고 있으니 느낌이 달랐다.

200장이 넘는 지폐라니, 돈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소매치기도 무서워서 돈을 엄마, 아빠와 나누고 잠바 안주머니에 넣고 아사도 식당으로 갔다.


** 대부분의 상점에서 카드도 사용 가능해서 신용카드 쓰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신용 카드 사기 이야기도 많아서 나는 남미 여행 동안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환전의 짜증은 잊어버리고 다시 평화의 시간이다.

아사도와 샐러드, 와인을 시켰고 와인이 가장 먼저 나왔다.

와인 맛은 모르지만 어쨌든 맛있어!!!


** 아르헨티나는 사실 말벡 와인이 가장 유명하다.

평화의 시간 짠-  고기와 곁들여 먹는 지미추리와 야채 절임....?

와인을 조금 마시면서 미리 나온 지미추리와 양파, 토마토 절임?, 미나리? 종류의 야채 맛을 보았다.


맛을 잘 모르는 나에게는 고기랑 먹으면 느끼함을 싹 잡아주겠구나 싶은? 그 정도였다.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주문한 아사도와 샐러드가 나왔고 비주얼이 완벽했다.

우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ㅎㅎㅎ 완벽한 비주얼 ㅎㅎㅎ 사진은 정말 맛있어 보인당ㅎㅎ

반전, 고기가 질기다.

ㅎㅎ 우리 가족 모두에게 아사도는 질겼고, 부드러운 부분이 얼마나 있었지..? ㅎㅎㅎ


퍽퍽한 고기 부위도 있고, 또 특유의 향도 있어 엄마는 조금밖에 드시지 못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람마다 입맛은 다른 거지만 왜 맛집이지? 하하하하


고기 가장 아래 깔려 있던 곱창이 맛있었다.

바삭하게 구워진 곱창!

그리고 샐러드가 제일 맛있어 하하하하하


블랙푸딩 (피순대..?) 처음 먹어 보았다.

향과 맛은 선지, 순대랑 같은데 우리나라 순대와는 다르게 정말 선지만 들어가 있는 느낌이라 흠.. ㅎㅎ 식감과 비주얼이 조금 거북했다.


엄마는 역시 못 드셨다.

아빠는 그나마 준비한 신라면 소스를 열심히 뿌려서 부위별 맛은 다 보셨다.


나는 와인이 있기에 그것 하나로 만족했다.

지미추리 소스도 고기 맛을 좀 잡아줘 열심히 먹었다.

아빠와 나만 와인과 고기로 배를 채운 뒤, 자리에서 환전한 돈으로 계산도 하고 만족스럽게 거리로 나왔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대부분 그냥 맞고 다녔다.

좋은 공기와 함께하는 곳이라 머리에 비 맞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우리 가족도 그냥 맞았다.


물과 아빠와 나의 평화를 위한 술을 사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근처 마트를 찾았다.

큰 마트가 도통 보이지 않았다.


결국 숙소 가는 길로 다시 돌아가는데,

응?? 식당 웨이터가 우리를 그곳까지 찾아왔다.

맙소사 비도 오는데 비를 맞으면서.


순간 돈을 잘못 줬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

나는 팁까지 넉넉하게 줬다고 생각했는데 1000페소짜리 30장 줘야 할 것을 3장만 주고 나온 것이다!!! (33000페소가 암환전 기준 8만원 정도인데 지폐 30장이 필요한 것이다.)

너무 미안했다.


돈 같지 않은 수많은 지폐 뭉텅이에 계산을 잘못했다.

웨이터는 너네 나라와 돈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한다고 했다.

웨이터도 참 바보 아닌가. 30장 느낌 모르냐고....... ㅠㅠ


가게 앞에서 사진까지 찍는 여유를 부리며 나왔는데... 정말 미안했다.

미안하다고 정말 몰랐다고 하면서 영어, 스페인어를 섞어서 횡설수설했다.

길거리에서 돈뭉치를 다시 꺼내 돈을 세어 주었다.


나는 이후 돈 계산 실수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매 끼니때마다 20-30장의 돈을 세느라 힘들었다.

나중에는 엄지손가락이 마비되는가 싶었다.


민망함을 뒤로하고 숙소로 가는 길에 작은 슈퍼에서 물과 맥주를 샀다.

아르헨티나 맥주도 합격이다. 맛있다.



들어가는 길에 숙소 값도 160장의 지폐로 계산을 했다.

숙소에도 돈 세는 기계가 있었다.

(40만원 정도인데 160장이라니)


나는 오벨리스크가 보이는 방 책상에서 맥주를 마셨다.

비가 계속 온다. 날씨가 좋지 않다.

'과연 우리 가족의 세 번째 여행행 계획인 모레 스카이다이빙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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