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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현정 Oct 08. 2024

7. 우유니 소금 사막 (볼리비아) _ 또 하나의 추억

23년 7/9일

새벽 4시.

일어나서 우유니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갈 준비를 했다.

히터가 있어도 너무 추웠고, 엄마, 아빠의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무리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이미 비행기, 숙소, 투어까지 일정에 맞춰 모두 예약해 두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우유니 사막 일정까지만 버티면 그 이후로는 조금 여유가 있다.


새벽 이른 시간이라 숙소 카운터에 요청해 택시를 불렀다.

확실히 이 도시의 치안이 안 좋긴 했다.

숙소는 철문으로 닫혀 있었다.

오른쪽으로 살짝 보이는 철문!

택시가 와서 기사가 문을 두드릴 때도 야간 직원이 우리 가족에게 기다리라고 한 뒤,

본인이 직접 확인 후에 문을 열어 주었다.


그렇게 어두운 새벽, 택시를 타고 공항 도착했다.

언제든 빨리빨리, 우리 가족은 역시나, 2시간 반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어제도 느꼈지만, 라파즈 공항은 정말 작았다.

그래서인지 체크인도 늦게 시작을 했다.

볼리비아식 엠파나다

카페가 열려 있길래 커피와 엠파나다(볼리비아식 이름 살테냐!)를 하나 샀다.

그리고 어제 길거리 가게에서 미리 사 두었던 빵과 과일을 먹었다.


맛있다. 나만 맛있다.

잘도 먹는다 정말.


역시 공항에서의 시간은 매우 빨리 흘러간다.

깜짝할 새에 비행기 탑승시간이 되었다.

공항이 어찌나 작은지 걸어서 비행기를 타러 갔다.

이런저런 많은 경험을 한다.


우유니까지는 1시간 남짓한 비행시간이었다.

우유니에 다가오자 새하얀 소금사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멀리까지 하얀 소금사막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우유니 사막의 크기는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실제로 넓이가 10,582㎢로 우리나라 경상남도 정도의 넓이라니!

엄청 큰 것은 사실이다.


우유니 공항은 더욱 작았다.

우리나라의 시외버스 터미널 보다 작았던 것 같다.

귀여운 우유니 공항!

라파즈에서 탑승 때와 마찬가지로 비행기에 내려서 걸어서 공항을 들어갔다.

짐을 수화물로 맡긴 사람들은 그냥 그 문 앞에서 짐을 기다리는 듯했다.


우리 가족은 짐을 기내로 가지고 탑승해서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어떻게 수화물을 내리고 사람들이 찾아가는지 구경하고 싶었지만,

서둘러 예약해 둔 우유니 사막 투어사로 가야 했기 때문에 이들이 짐을 어떻게 찾는지는 보지 못했다.

(미리 예약해 둔 우유니 사막 투어사에서 9시까지 와 달라고 했었다.)


볼리비아 내 국내 이동으로 입국 심사도 없어 금방 공항을 나올 수 있었다.

나올 때까지 10분도 안 걸렸을 것이다.


공항을 나오자마자 바로 택시를 탔다.

투어사 까지는 차로 15분 정도 걸렸다.


우유니 마을은 라파즈와는 너무 다른 풍경이었다.

평화롭고 조용한 시골마을의 분위기였다.

우유니 마을의 거리

컨디션은 좋지 않았지만 우유니 사막을 간다는 기쁨과 좋은 날씨, 우유니 마을의 풍경까지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다.


내가 예약한 투어사는 한국인들이 많이 한다는 오아시스!

위치를 확인하고 미리 투어사 바로 옆 호텔을 예약했다.

(Hotel Julia !!)

자세히 보면 예약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다.
호텔 사진은 왜 안 찍은 거야, 아쉬우니깐 로드뷰 ㅎㅎㅎ

투어사에 도착해 호텔에 우리 짐 좀 맡기고 오겠다고 말했다.

직원은 같이 호텔로 들어가 줬고, 친절한 노부부의 호텔에 체크인을 했다.

투어사 직원과 호텔 주인은 서로 잘 아는 듯했다.

(옆집 이웃사촌이니까 당연하겠지?)


그런데 어? 지금 아침 9시인데 방을 안내해 줬다.

원래 이렇게 서비스를 해 주시는 것인지, 방이 남아서인지는 물어보지 못했지만,

이것 또한 너무 좋은 행운이었다.


서둘러 짐을 챙기고 내려와서 투어 사무실로 갔다.

이런저런 코스 설명과 돈을 지불하고 엄마 판초 우비도 하나 빌렸다.


**판초 우비는 무조건 1인 1개 빌려야 한다. 나중에 크게 후회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후회스럽다.


10시 30분까지 오란다.

‘응?ㅎ 나 왜 서두른 거야. 뭐 다행이지만.’이라고 생각하며 근처 마트로 갔다.

투어 중에 간단히 먹을 간식이 필요했기에 물과 초콜릿 과자, 빵 등을 샀다.


10시 30분.

사무실로 가자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혹은 조금 더 어린 듯한 남자 세 명이 있었다.

속으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편한 투어가 될 듯한 느낌이었다.


한 분은 이제 막 유튜브를 시작한 여행 유튜버!

이분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너무 잘해 주셨다.


그렇게 여섯 명이 우유니 투어를 시작했다.

고산병 약을 잘 챙겨 드신 덕분인지 해발 3600m의 우유니에서도 엄마의 컨디션이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기차 무덤!

왜 기차 무덤이 된 것일까 궁금했다.

가이드가 영어가 거의 되지 않아 물어보지 못했다.


** 인터넷 정보에 의하면! 19세기말 우유니에서 나오던 광물을 수송하기 위한 기차! 1940년 광물이 고갈되면서 기차들이 그냥 방치되어 버려진 것이라고 한다.

기차 무덤은 그냥 정말 사진 찍기 위한 곳이다.

사실 우유니 사막투어 자체가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건 맞지만 ㅎㅎ

짧게 기차 무덤을 구경한 후,

다시 투어사로 들려서 가이드가 점심과 사진을 찍기 위한 소품들을 챙겼다.


잠시 차에서 대기하고 있는 도중에 차 한 대와 20-3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의 행렬이 멀리서 다가왔다.

운구 행렬이라고 해야 하나, 앞선 차에는 관이 실려 있는 듯했고, 그 뒤로 사람들이 천천히 걷고 있었다.

북을 치는 사람이 있었고, 몇몇은 트럼펫과 같은 관악기를 들고 있었다.

'이곳은 조금 밝게 장례식을 치르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곳을 여행할 때는 이런 문화까지도 신기하고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소금 사막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콜차니 마을에 잠시 내려 기념품을 사기도 했다.


그렇게 소금사막에 도착해서 달리기 시작했을 때 곧바로 차에서 내릴 줄 알았다.

가이드는 아직 온 것이 아니라면서 소금사막을 시원하게 질주하는데

'2000km 나 된다는 소금사막을 끝까지 가려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차에 있는 모두가 신기하고 즐거워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새하얀 소금밭에 얼른 차에서 내려 바닥을 밟고 싶었다.

차에서도 선글라스를 쓰고 밖을 봐야 했다.

하지만 20분쯤 달렸을까, 젊은 친구들 모두 졸기 시작.

나란히 달리던 다른 투어 차량 _ 바닥에 육각형 모양이 보인다.

엄마는 고산병 증세로 인해 이미 눈을 감고 있었다.

나와 아빠만 신기한 창문 밖 풍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렇게 계속 달리다 보니 잠들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 깼다.


새하얀 소금사막을 1시간 정도 달려서 점심을 먹기 위해 인카와시 섬(선인장 섬으로 유명) 근처에 자리를 잡고 내렸다.

내리자마자 모두 탄성을 뱉으며 소금 맛을 보느라 정신없었다 ㅎㅎ

가이드는 본인이 점심 준비를 할 테니 우리에게 사진 찍고 놀고 있으라고 했다.

가이드는 빠르게 움직이며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손이 정말 빨랐다!)


식사는 밥, 샐러드, 닭고기 찜, 과일, 음료로 단출했다.

그래도 우유니 사막에서의 식사라서 그런가 너무 맛있게 먹었다.


아빠는 비장의 무기인 라면 스프를 꺼내 다른 사람들한테는 물론, 가이드한테까지 맛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기분 좋아진 아빠는 가이드에게 스프를 선물했다.

(가이드에게 따뜻한 물에 타 마시라는 말 잊어버림.. 아마도 그냥 소스처럼 찍어 먹었겠지ㅠ)

인카와시 섬 구경! 섬은 따로 입장료가 있었다.

(1인 30 볼리비아노!)


다들 피곤한지 섬을 올라갈까 말까~ 하고,

엄마는 고산병으로 힘들어서 고민을 했지만, 나는 무조건 올라가려고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결국 다 같이 섬을 들어가 구경했다.

우와 1년에 1cm씩 자란다는 선인장 섬!

남는 것은 사진뿐! 열심히 사진을 찍고 구경을 했다.

인카와시 섬에서 보이는 소금 사막 모습

그런데 문제는 화장실이다.

깨끗하지도 않았고 냄새도 심했다.

그나마 인카와시 섬은 물이라도 나왔다!

여기서.... 볼일을 봤어야 했는데... 소금 호텔은 조금 괜찮겠지 싶어서 참았다. 실수였다.


이후 사람들이 없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드디어 그 유명한 마리오 샷, 프링글스 샷, 공룡 샷 등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인생샷 같은 거 모르겠고 재미있었다.

엄마, 아빠와 포즈를 맞추고, 점프 샷을 하고,

심지어 이런 사진에 적극적인 아빠의 모습이 새삼스러웠다.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차 위로 올라가 사진을 찍고 즐거워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역시 여행은 모두를 즐겁게 해 주고 모두를 동심으로 돌려놓는다.


그리고 ㅎㅎ 아빠도 사진에 너무나 진심이고,

투어를 함께했던 세 명의 친구들도 사진에 모두 진심이었다.

역시 한국인들의 사진이 최고다.


한바탕 사진 타임을 보내고, 다음 장소인 소금 호텔로 이동했다.

난 바로 화장실 먼저 갔다. (1인 5 볼리비아노)

돈까지 내면서 들어갔는데... 물이 나오지 않는다.... 하 결국 난 화장실을 또 참았다.

화장실 때문에 물도 마시지 않았다.

이때 이후로 화장실 타임은 없었다.

투어가 끝날 때쯤 배가 너무 아팠다.


** 우유니 사막에 갈 때는 물은 최소한으로 마시고 화장실은 갈 수 있는 곳에서 무조건 가세요!

물티슈 챙기는 것도 필수입니다!!

그리고 인카와시 섬 화장실을 가야 합니다.


사실 소금 호텔은 크게 구경할 것이 없었다.

그냥 소금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신기했고, 쉬어가는 곳, 그 이상의 의미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소금 호텔 앞에 있는 국기가 꽂혀 있는 곳은 새하얀 풍경에 예쁘기도 했고 의미 있어 보였다.

우리 가족의 남미 여행은 마추픽추를 위해 건기 기간에 맞췄었다.

우유니 사막도 건기였다.


그래서 물 고인 곳이 있으려나 걱정을 조금 했었다.

하지만 물 고인 곳은 무조건 있다고 했고, 역시나 가이드는 기가 막히게 물 고인 곳으로 향했다.


건기로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소금 바닥도 보았고, 우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차로 조금 이동하니 곳곳에 물 고인 곳이 많이 있었다.

시기를 잘 맞춰 간 여행에 너무 대만족스러웠다.


이미 다른 관광객들도 다들 여기저기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해가 지기 전 얼른 물에 비친 사진들을 찍었다.

그렇게 또 적극적인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았다.

다리도 들고 젊은 친구들 포즈도 따라 하고 귀여웠다.

웃으면서 세상 열심히 따라 하셨다.


본인들이 먼저 스스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아빠는 사진을 찍어주고 보여주느라 뿌듯하고, 친구들이 아빠를 호응해 줘서 또 내심 고마웠다.

그렇게 엄마 아빠의 베스트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엄마 아빠의 인생 샷! 판초 우의가 필요한 이유!

해가 지자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기온이 떨어지자 고산병 증세가 있던 엄마는 너무 힘들어하셨다.

결국 엄마는 야간 촬영은 한방만 찍고 포기했다.


이때 친구들이 부모님을 배려해 준다며 먼저 찍으시라고 했고 덕분에 엄마는 먼저 찍고 차에서 기다렸다.

차 안도 추웠지만 그나마 물 위에 있으면 발까지 너무 시렸기 때문에 차 안이 최선이었다.

그저 기운을 쥐어 짜내서 야간 촬영을 하셨다는 거에 감사하다.


아빠도 야간 촬영을 하다가 더 이상 안 되겠다며 포기했는데,

이때도 친구들이 아빠 먼저 찍고 들어가시라며 양보해 줘서 너무 고마웠다.


안 추운 사람이 없었는데, 일단 장화 신은 발이 너무 시렸다.

발이 시리니 전신이 덜덜 떨렸고, 정말 추웠다.


** 우유니 사막은 패딩이 있어도 과하지 않은 추위였다.

양말도 등산 양말 두 개 필수!

핫팩도 필수로 챙기면 좋을 듯하다.


추위를 버틸 수 있던 것은 별이었다.

하늘에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별이 짙어졌고 그 하늘에 취해 견딜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별들을, 은하수를 살면서 또 볼 수 있을까?

우유니의 별과 사진들을 생각하면 또 가고 싶지만 그 추위를 생각하면 망설여진다.

차 위에까지 올라가서 마무리 야간 촬영을 하고 우유니를 떠났다.


우유니 사막을 나올 때도 너무 신기했다.

가이드들만의 표시가 있는 것인지, 네비도 없이 어두운 사막에서 가이드는 기가 막히게 방향을 찾아 사막을 빠져나왔다.


마추픽추 때는 계속 있고 싶었지만, 우유니는 얼른 숙소로 돌아가고 싶었다.

9시 넘어서야 숙소에 도착을 했다.


배가 고파서 짐만 놓고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문 열린 곳,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 따뜻해 보이는 곳에 그냥 들어갔다.


그런데 맛집이다.

오믈렛, 수프, 고기튀김 등 식당 분위기도 좋고 맥주 한 잔까지 너무 행복했다.

엄마, 아빠는 좀 힘들어하셨지만...

두 번째 남미 여행의 목적이었던 우유니 사막을 다녀왔다.

엄마는 고산병에 더욱더 힘드셨고, 너무 추웠지만,

예쁜 하늘, 별, 은하수,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즐거워하는 부모님, 셋이 함께 찍은 사진들.

행복하다. 뿌듯하다.

평생의 자랑거리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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