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7/7일
드디어 대망의 날이다.
우리 가족에게 남미 여행 = 마추픽추였다.
새벽 내내 마추픽추를 위한 축제로 아빠는 잠을 못 주무셨다고 했다.
내 가방에 있던 귀마개를 용케 찾아내어 잠을 청하려던 흔적이 있었다.
눈 뜨자마자 창가로 가서 날씨 확인을 했다.
진작에 날씨 확인을 마친 아빠는 날씨가 너무 좋다고 말씀하셨다.
잠기지 않는 창문을 통해 산과 계곡이 예쁘게 보였다.
날씨가 정말 화창했다.
구름이 조금 있었지만 오히려 저런 구름은 사진을 예쁘게 나오게 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준비를 마치고 기분 좋게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10가지도 되지 않는 음식이었지만 깔끔하고 맛도 좋았다.
방 컨디션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시작이 좋다.
나오면서 짐은 숙소에 맡겼다.
** 아구아 깔리엔테스의 모든 숙소에서는 마추픽추 여행자들을 위해 짐을 맡아준다. 무료로!
어제 비싸게 끊어 두었던 마추픽추행 버스를 타러 갔다.
어디서 버스를 타는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사람들이 향하는 곳으로 가니 이미 긴 줄이 있었다.
** 마추픽추는 1일 입장 제한을 하고 있어서 티켓을 미리 구매하고 가는 것이 좋다.
나는 한국에서 예매를 하고 프린트까지 완료해서 준비를 마쳤다.
또한 어제 구매했던 버스 티켓은 필수 중에 필수!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직원이 마추픽추 입장 티켓을 미리 확인하고 도장도 찍어준다.
30분 정도 기다렸을까?
버스 안내를 도와주는 사람이 3명인 팀 있냐고 물어봐서 먼저 버스를 탑승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버스를 탑승했기에 엄마 아빠와 떨어져 앉았다.
마추픽추로 가는 길은 꽤나 시간이 걸렸고 (30~40분 정도) 생각보다 높게 올라갔다.
내 옆에 혼자 앉은 아저씨가 이동 중에 마추픽추 관련 책을 꺼내 들었다.
처음에는 혼자 와서 열심히 공부하는 관광객인 줄 알았다.
책을 슬쩍 쳐다보니 마추픽추에 있는 동식물 관련 책인 듯했다.
나는 무엇이냐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는 낯선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이 아니다.
(길 물어보는 것을 제외하면? 음식 시키는 것을 제외하면?)
그것도 영어로?
(남미 사람으로 추정되어 영어를 할 수 있냐고 확인 후에 말을 걸었다.)
그런데 기분이 너무 좋았나 보다.
나의 큰 용기로 시작된 아저씨와의 대화는 마추픽추 방문기에 날씨 다음으로 최고의 행운이었다.
그 아저씨는 마추픽추 가이드였다.
아저씨는 마치 내가 인사를 건네길 기다린 듯,
'어디서 왔냐, 오늘 날씨 좋다, 이 꽃은 마추픽추에서만 볼 수 있다. 이 새는 여기만 사는 새인데 오늘 아침에 처음 봤다' 등등 나에게 많은 설명을 해 주었다.
역시, 내가 말이 많은 편은 아니다.
가장 맘에 들었던 설명은 마추픽추에서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당연!)
물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물은 마셔도 괜찮지?'라고 하니 꿀 팁을 주었다.
물을 마시기 전에 뚜껑에 조금 따라 바닥에 한번 버리고 마시라는 거다!
이것은 우리나라 고수레랑 비슷하다!!!!!
** 고수레 : 민간신앙 행위 - 음식을 먹기 전 자신의 소망을 돌아보면서 신성한 존재에게 소망을 기원하는 의미와 함께 음식을 제물로 올리는 행위 _ 지식백과 설명 ㅎㅎ
이 꿀 팁을 알고 행한 한국인 관광객, 아니 전 세계 관광객이 얼마나 있을까?
나에겐 엄청난 꿀 팁이었다.
신성한 마추픽추에서의 고수레라니!!!!!!
가이드에게 엄청난 고마움을 표했다.
(마추픽추를 도착한 후에는 버스에 내려서 엄마, 아빠에게 박하사탕을 받아 가이드를 다시 찾아 전달해 주었다. 너무 고맙고 마추픽추 여행의 정말 큰 행운이었다. 마치 남은 남미 여행에도, 인생에서도 행운만이 가득할 듯한 기분이었다.)
모두 지키는 기본이지만, 가이드가 말해주었던 화장실을 꼭 다녀가라는 팁도 지켰다.
여자 화장실은 역시 줄이 길다.
살짝 기다렸다가 돈을 내고 (1인 2 솔) 다녀왔다.
기분 좋게 마추픽추 입장!!!
그런데 아빠가 또... 또... 하... 서둘러서 막 가자는 것이다.
사람들 많으니 얼른 올라가 한적한 곳에서 보자고.
나는 분명히 설명했다.
- 이곳은 코스가 나뉘어 있고 사람들이 많아서 한 방향으로만 구경을 해야 한다.
그곳을 지나면 다시 돌아갈 수 없다. -
이 설명은 여행 전부터 말했었다.
** 마추픽추는 예약부터 코스를 정해서 예약을 해야 하며,
구경을 하면서도 정해진 길로만 갈 수 있고 다시 뒤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니 제발 천천히 둘러보고 충분히 느끼길!
그렇게 나와 아빠는 시작부터 다퉜다.
산길을 올라가는데 어찌나 날씨가 좋던지 땀이 조금 났다.
약간의 트레킹 느낌이 있었다.
배낭여행처럼 오는 사람들은 버스를 타지 않고 마을에서부터 트레킹 코스로 올라왔다.
그 안에서도 마추픽추 산의 신비로운 길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마추픽추를 또 올 것이라고 다짐했고, 그땐 트레킹 코스로 올라올 것이다.
마추픽추가 딱 보이는 순간, 감격의 눈물이 나올 뻔했다.
버스에서부터 울컥했었다.
그렇지만... 곧바로 이어진 아빠와의 말다툼으로 싹 사라졌다.
이번엔 사진이 문제다.
아빠는 본인이 강력하게 원하는 사진 구도가 있다.
그래서 나는 아빠가 원하는 대로 맞춰 찍어 주곤 하는데, 아빠는 '그게 사진이냐, 어디다 써먹냐' 등의 말을 하며 내가 찍어달라고 하는 것은 무시를 했다.
으아!!!!!!!!!!!!!!!!!!!!!! 제발!!!!!!!!!!!!!!!!!!!!!!!!!! 프사 건져야 한다고!!!!!!!!!!!!!!!!!!!!!!!!!
마추픽추에서는 포기할 수 없기에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나 좀 이쪽에 나오게 뒤에 배경도 이렇게 나오게 찍어 달라고, 그게 장애물이 아니고 배경의 한 부분이라고! 이건 마추픽추 아니냐고!' 소리를 쳤다.
신성한 곳에서 사람도 많은데 짜증 짜증을 ㅎㅎ
결국 싸워 이기니 만족한 결과물이 나왔다.
(아빠가 잘 찍긴 한다.)
옆에서 보던 엄마도 열심히 사진을 찍어 주셨다.
엄마 정말 고마워 ㅠ.ㅠ
그 장엄한 마추픽추를 보며 아빠와 다투다니, 그렇지만 모두 기분이 좋으니 또 함께 사진을 찍는다.
서로 ‘여기 서 봐, 저기 서 봐’ 하며 더 나은 장소에서 나은 배경에서 찍어주기 위해 노력을 했다.
드디어 물 마실 시간!!! 신성한 광장에서 마시기로 택했다.
사실 이전에는 구경하고 사진 찍느라 목마른 줄도 몰랐다.
다른 관광객들이 있는데 광장 중앙에서 물을 마시는 것은 민폐라고 생각했다.
약간 벗어난 자리에서 일단 물병을 꺼냈다.
** 마추픽추는 관광객 관리를 위해 곳곳에 관리자들이 있다.
옷을 맞춰 입고, 명찰도 하고 있어 누가 봐도 관리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근처에 서있는 관리자 아저씨를 향해 물 뚜껑에 물을 조금 따라서 바닥에 버리려는 시늉을 했다.
혹시 모르니깐... ㅎㅎ
관리인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나는 영상을 찍고 아빠, 엄마 순서로 고수레를 하고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터벅터벅 오셨다!!!!!!!!!
관리인 아저씨는 물 뚜껑을 가져가시더니, 열심히 몸으로 말해요 - 버전으로,
'여기 물 버리면 다른 사람이 와서 밟는다.',
'버리기 전에 하늘을 향해 한번 들어라',
'물은 성벽 아래쪽에 버리고 마셔라'를 알려주셨다.
세상에 정말 너무너무 감사드렸다.
진짜 크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라시아스!!!!!’
우리 가족이 즐거워하자 아저씨도 활짝 웃으며 쿨하게 자리로 돌아가셨다.
나는 눈 한번 마주쳤을 뿐인데 ㅠ.ㅠ 감동
그분 입장에서는 어설프게 알고 있는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으셨나 보다.
그렇게 신성한 광장에서 우리 가족은 신성하게 물을 마셨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 이 기운 그대로 좋은 일만 가득하길!
신성한 광장에서의 신성한 시음 이후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신께 예의를 지켜 인사를 드린 기분이랄까. ㅎㅎ
엄마 아빠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중요한 것은 엄마의 고산 증세도 기분 덕분인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마추픽추에서 하트 구름까지 보았다!
버킷 리스트를 이루고 있다는 기분에 나는 마추픽추를 오래도록 즐기고 싶었다.
천천히 하나하나 둘러 가며.
그렇지만 아빠는 ‘이쪽이다, 저쪽이다.’를 계속해서 말했다.
나도 확실하지 않으니 '한번 가면 돌아오지 못해, 천천히 좀 가봐, 눈치 좀 보게'라고 말하고 중간중간 관리자들에게 물어보곤 했다.
아빠는 '이쪽으로 가서 올라갔다가 저쪽으로 내려가서 나가는 거라니깐'라고 말했다.
왜??? 왜?????? 처음 오는데 어디서 그런 확신이 자꾸만 나오는 걸까.
아빠가 너무 확신을 가지고 얘기하고, 나는 확신이 없으니 따라갔다.
그렇게 출구가 나와 버렸다.
그때의 기분은 정말..... 출구가 보이자 갑자기 울컥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눈물이 차오르면서 ‘발로 다 차버리고 싶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내가 다시 못 돌아간다고 했지!!!!!!'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칭얼칭얼.
엄마가 웃으면서 '엄마가 말해 줄게 다시 돌아가'라고 했다.
꽤 많던 사람들이 출구 앞쪽에만 없더라....
아빠도 말이 없어졌다.
당황하셨겠지. 출구가 나와버렸으니.
하... 나는 마추픽추를 본 감격에도 참았던 눈물이 흘렀다.
아빠!!!!!!!!!!!!!!!!!!!!!!!!!!!!!!!!!!!!!!!!!!!!!!!!!!!!!!!
출구를 나가면 입장 전 갔던 화장실 옆쪽으로 나오는데 그 앞쪽에 바로 주저앉아버렸다.
그러고는 아빠한테 짜증 짜증 짜증 짜증을.....
다행?스럽게도 2시간 정도 되는 시간이라 구경은 다 하고 나온, 그냥 평범한 마추픽추 관람 시간이었다.
아니!!!!!!!!!!!!!!!!!!!!아니야!!!!!!!!!!!!!!!!!!!!!!!!!!!!!!!!
나는 부족하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주변 외국인들이 조금 쳐다보았다.
개의치 않고 한숨, 짜증, 원망, 실망의 표현을 하고,
흙바닥에 앉아버렸다.
아빠는 어찌나 민망하고 할 말이 없었을까
카메라 렌즈캡 달아 놓은 고리가 떨어졌다며 나에게 내밀었다.
끼워보라고, 아빠 손가락 두꺼워서 안 들어간다고.
다시 마을에 도착했다.
아빠가 일단 갈증이 너무 난다며 맥주 한잔 하러 가자고 했다.
버스에서 내린 바로 옆 건물 2층에 pub이라고 적혀 있길래 그곳으로 향했다.
밖이 잘 보이는 테라스 쪽에 앉아서 나는 Pisco shower, 아빠는 맥주, 엄마는 모히또를 시켰다.
갑자기 엄마가 울컥한다.
'나는 여기 이제 못 오잖아' 나도 울컥한다.
아빠도 울컥한다.
나도 울컥하며 순간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나는 또 다 잊었다.
역시 여행은 이런 거지, 싸우고 화해하고.
짠~ 아빠와의 유일한 평화는 술뿐이다.
아쉬움은 금방 잊히고 금세 내가 마추픽추를 다녀왔다는 뿌듯함에 취했다.
맛있는 Pisco shower에 취했다. (두 잔 마시고 올걸)
경치도 좋은 테라스 쪽에 앉아 꽤 오랜 시간 동안 아구아 깔리엔테스의 다리와 계곡과 산의 경치에 취했다.
아구아 깔리엔테스 역 앞에 있는 시장에서 쇼핑을 했다.
짧은 스페인어가 또 빛을 발했다.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것들을 한 아주머니께 모두 사버렸다.
한 곳에서 다 사고 흥정하기!
만족스러운 쇼핑이었다.
술의 영향인가? 그렇게 야무지게 기념품까지 사고 어제저녁을 먹었던 식당으로 갔다.
엄마 아빠는 국수를 또 시키고, 나는 다른 테이블을 보고 생선 튀김을 시켰다.
이 집 정말 맛집이다.
(여기서도 Pisco shower 마셨어야 했는데!)
숙소에 도착해 짐을 찾고 쇼핑한 것들을 캐리어 이곳저곳에 잘 정리해 넣었다.
아빠가 ㅎㅎ
그러고는 캐리어 튼튼하게 잠근다고 벨트 묶는데 힘들어하셨다.
엄마랑 나는 가만히 앉아서 그런 아빠를 구경했다.
'엄마 저거 저렇게 열심히 해야 하는 거야?' 하면서 뭔가 그냥 재밌길래 영상을 찍었는데
거의 2분 동안 벨트와 싸움을 하셨다.
아빠 파이팅 튼튼하게 잠가줘 ㅎㅎ
또다시 기다림의 시간을 잠시 가지고 쿠스코행 기차에 올라탔다.
약 두 시간 정도의 기차 이동을 했다.
(아구아 깔리엔테스 -> 오얀타이탐보)
오얀타이탐보 역에서 밴으로 환승 후, 두 시간 반 정도의 이동 끝에 쿠스코에 다시 도착했다.
14시 출발 - 18시 30분 도착.
** 기차표 값에 밴 환승 가격이 포함되어 있다.
오얀타이탐보역 대기실 옆에 주차장이 있는데 밴마다 번호가 적혀 있어서 찾아가면 된다.
환승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기사님들이 승객들을 충분히 기다려 준다.
쿠스코로 넘어오는 밴에서 엄마의 고산증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고산 지대에서 편하지 않은 차로 좋지 않은 길을 장시간 이동하는 것은 무리였다.
(마추픽추라는 큰 일정을 끝내고 긴장이 풀리셔서 더 심하셨을까?)
엄마의 상태가 점점 신경이 쓰였다.
엄마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저녁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밴 내리는 장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한식당을 발견했다.
무조건 이곳이다.
엄마를 쉬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에 밴에서 내리자마자 식당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언덕이 나왔다.
만약 한국이었다면 그리 높지도 않고, 길지도 않았을 거리였다.
하지만, 고산병 증세가 있던 엄마에겐 천리길 같이 느껴졌을까?
이때 아빠가 혼자 언덕을 막~ 올라갔다.
나는 '왜 저래 진짜!!!!'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아빠에게 들리지 않았다.
엄마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셨다.
중간중간 잠시 멈춰 서서 숨만 고를 뿐.
나중에 아빠한테 왜 그렇게 혼자 가냐고 말하니까,
본인의 고산병이 어느 정도 심한 것인지 테스트하고 싶으셨단다.
분노 게이지 상승.......................................
말이라도 하던가!!!!!!!!!!!!!!!!!!!!!!!!!!!!!!!!!!!!!!!
식당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안 보일 정도로 사라지면 어떡해!!!!!
엄마는 몇 번을 쉬어가며, 간신히 언덕의 끝에 도착했다.
한식당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라면 두 개와 김밥 두 개.
고산병 증세로 조금 힘들던 엄마는 양껏 드시지 못하셨다.
반면 아빠가 너무 잘 드셨다.
두 분 중 한 분이라도 잘 드셨으니 만족이다.
응, 아빠 라면 좋아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아빠는 고산병이 없는 것이 확실하다.
바로 공항으로 이동을 해야 했다.
너무 일정이 빠듯하고 피곤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일정과 비행기 시간 때문에 조금 무리하게 잡았다.)
엄마의 컨디션을 보니 너무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산병의 증세를 말로만 들었고, 경험해 보지도 못했으니 생각이 깊지 못했던 것이다.
** 고산병이 있으신 분들은 꼭 여유 있게 계획 세워가시길 ㅠ.ㅠ
하지만 이미 비행기를 예매했고 다음 일정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공항으로 향했다.
보딩 시간까지 4시간이 넘게 남아있었고, 페루를 떠나는 마지막 날이었다.
나는 이 와중에 Pisco shower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나란 년... ㅠ.ㅠ 에라이 효년아, 방금까지 그렇게 엄마 걱정해 놓고?)
결국 걷다가 들어간 식당에서 아빠랑 나랑 Pisco shower 한 잔씩 더 마셨다.
너무 맛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Pisco shower를 마시고 택시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공항에서의 긴긴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다.
엄마는 긴 의자에 그냥 누워 버리셨다. 엄마 노숙을 하게 만들었다.
미안해 엄마.
아빠는 그래도 버티셨다.
나도 자면 안 된다는 생각에 버티려고 했지만 조금 졸았다.
아마 이때 아빠도 같이 좀 졸았다.
둘이 비슷하게 잠에서 깨서 커피 한잔 나눠 마시고 정신을 차렸다.
아마도 둘 다 책임감이었을까? 그냥 잠이 오지 않았던 것일까?
참지 못하고 몇 번 마셨지만, 낮에 술을 마시지 않으려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음...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으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것.
엄마 아빠를 안전하게 한국까지 모셔야 한다는 것.
(나는 남미에 남고 싶었고 ㅎㅎ)
그런 마음? 책임감이겠지,
나름의 압박감?이 있었다.
아빠도 마찬가지였겠지?
남미 여행의 가장 큰 목적. 첫 번째 목적지.
마추픽추를 너무나도 기분 좋게 성공했다.
부모님은 아마도 이번 마추픽추 여행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겠지?
한 번 더 같이 올 수 있다면 기적일까?
이미 갔다 온 것도 기적 같지만... ㅎㅎ
나는 꼭 다음에 다시 올 것이다.
쿠스코에서 일주일을 머물 것이고, 마추픽추도 트래킹 코스로 두 번 갔다 와야지.
그리고 Pisco shower 하루 3잔씩 마셔야겠다.
결론이.. ㅎㅎㅎ 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