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현정 Oct 08. 2024

3. 리마 > 쿠스코 (페루) _ 고산병의 시작

23년 7/5일

기분이 너무 좋았다.

잠도 잘 자고, 컨디션도 괜찮다.

조식을 먹으러 갈 기대 때문인가?


엄마 아빠도 잠을 잘 주무셨고, 컨디션도 최고였다.

쿠스코로 향하는 날 아침, 비행기 시간 여유가 있어서 8시 30분쯤 조식을 먹으러 갔다.


어제 보았던 21층 식당의 뷰는 아침에도 역시 좋았다.

멀리 리마의 바다까지 보이는 곳에서 조식을 먹으니 기분은 더 좋을 수밖에 없었다.


호텔 조식은 간단하지만 맛있었고, 어제 그 지배인 아저씨는 오늘도 너무 친절하셨다.

리마 에스텔라 미라 플로레스 호텔 너무 좋았다!!


여유 있게 조식 먹고 준비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역시나 우리 가족은 '빨리빨리 한국인'의 대표주자다.

공항에 너무나도 빨리 도착해 쿠스코행 비행기를 타려고 체크인 줄에 서 있었다.


그때 한 한국인 아저씨가 라인 바깥쪽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였지만 부모님과 비슷한 연배로 세 분은 금방 친해지신 듯 이야기를 나누셨다.


아저씨는 캐나다에서 오신 한국 분이셨는데 혼자 남미 여행을 하는 중이셨다.

알고 보니 연세가 60대 후반이셨다.


그런데 가방 하나 매고 남미 자유여행이라니!

너무 멋있으셨다.


나는 비행기 예약이 이중으로 되어 있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느라 잠시 애를 먹었다.

(아무 문제없었다. 분명 한번 결제되었고, 티켓을 끊는데도 문제없었다.)


그 사이 부모님과 아저씨 세 분이 이야기를 나누셨다.

이때 부모님의 신경을 돌릴 수 있는 아저씨가 계셔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쿠스코행 비행기를 탔다.

아저씨는 맨 앞에 앉으셨고, 우리 가족은 맨 뒤.

나는 고산병이 과연 있을까? 기대? 걱정? 을 하며 쿠스코로 향했다.


내 옆자리에는 페루 전통 복장을 한 할머니가 앉아 계셨다.

진짜 페루 모습을 보러 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엄마 옆자리에는 아기가 있었는데

엄마가 까꿍 놀이를 해줘서 아기가 엄마한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여행은 이런 소소한 장면도 깊은 추억으로 만들어 주는 힘이 있다.)


해발 3,300m 도시에 도착을 했다.

고산병!!! 엄마는 너무 걱정이었고,

아빠도 걱정이 되지만 심하지 않으셨다.


나는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

처음에 비행기 문이 열린 것을 알았을 때는 '어? 나 머리 아픈 거 같은데?' 싶었다.

하지만...... 기분 탓이다. 너무 멀쩡했다.

엄마는 약 덕분인지 그래도 괜찮다고 하셨고, 아빠도 괜찮으셨다.


쿠스코 공항 안에서 다시 아저씨를 만났고,

아저씨께서는 부모님 모시고 남미 여행을 하는 나에게 꼭 점심을 사주고 싶다며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셨다.

그렇게 함께 택시를 타고 아르마스 광장으로 이동했다.

쿠스코 공항 앞

공항을 나와 아르마스 광장으로 향하는 길은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리마보다는 많이 시골 느낌이지만 내가 생각한 쿠스코의 모습보다는 도시적?이었다.


택시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했을까, 쿠스코의 메인, 아르마스 광장에 도착했다.

오면서 보았던 쿠스코의 모습과 아르마스 광장은 달랐다.

날씨도 좋고 하늘도 파랗고 예뻤다.


이게 바로 진짜 쿠스코였다.

사진으로는 다 느낄 수 없는 그 분위기.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여유, 큰 개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주변 대성당과 건물들이 주는 편안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고산병도 없는 나는 일주일, 한 달 있고 싶을 정도였다.


우리 가족과 아저씨는 그냥 괜찮아 보이는 식당으로 향했다.

광장 대부분의 식당은 광장을 향해 창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좋은 경치를 위해 2층에 있었다.


엄마는 식당의 계단을 올라가시는 것도 살짝 숨이 차다고 하셨다.

고산병 약을 미리 준비한 것은 정말!! 너무 잘한 일이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너무 힘드셨다고 하셨다.)

대화를 할수록 아저씨는 대단하신 분이었다.

몸 관리, 체중관리 등 오랫동안 지속해 온 습관을 가지고 계셨고, 그 시대 특전사 출신이셨다.

캐나다에 무일푼으로 이민을 가셔서 식당으로 자수성가하셨다.

자녀도 4명이나 있으시다고 하셨다.


너무 대단하셨고, 그 열린 마음과 생각이 존경스러웠다.


** 여행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나이, 성별, 직업 등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어떠한 부분에서든 배울 점이 다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을 만나도 마찬가지이다.


이 분은 유독 더 많으셨고, 아빠도 이 분을 보고 깨닫는 게 많은 듯해 보였다.

그렇게 많은 대화를 하고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냈다.


음식값은 팁까지 300 솔 정도 나왔고, 그 자리에서 100 솔을 정중하게 드렸다.

마음이 너무 불편하며 이것도 얼마 안 되는 금액이라며, 다행히 아저씨께서 기분 좋게 받아 주셨다.


그렇게 맛있는 쿠스코 첫 끼를 먹었다.


여행의 인연은 여기까지가 좋다는 아저씨의 말씀에 사진만 한방 찍고 우리는 인사를 마무리했다.

(나도 이 부분은 너무나도 공감한다. 여행의 인연이 길게 이어지는 경우는 정말 드물기에)

여행 초반 최고의 인연을 만났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우리 가족은 가끔 아저씨와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여행 기간 동안 가장 좋은 기억 중에 하나다.


너무 훌륭하신 분을 만났고 엄마 아빠에게 자유여행의 묘미와 재미를 알려드릴 수 있었던 것에 너무나도 감사했다.


먼저 우리 가족에게 말을 걸어 주신 캐나다 아저씨께 지금도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아저씨와 작별인사를 하고 우리 가족은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이 한눈에 보이는 엘 베레이 호텔로 갔다.

호텔은 찾기 좋은 위치에 있었고, 친절한 직원 덕분에 체크인도 문제없이 수월했다.

엘 베리이 호텔!

열쇠 키를 받아 들고 조금은 낡은 계단을 올라갔다.

방은 2층이었지만 계단이 생각보다 높았다.

엄마는 고산증세 때문에 힘들어하셨고, 이때는 나도 조금 숨이 차는 것을 느꼈다.


그냥 집 방문처럼 생긴 문을 열고 큰 기대 없이 들어갔다.

침대 3개! 소파, 테이블, TV, 작은 테라스가 있는 방은 아르마스 광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호텔의 입구부터 문을 열기 직전까지 느껴졌던 낡은 분위기가 고풍스러운 앤티크 느낌으로 바뀌었다.


여행의 두 번째, 페루의 두 번째 숙소는 여행 내내 호텔의 분위기와 뷰에 있어서 최고의 호텔이었다.

안락한 분위기까지 엘 베레이 호텔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짐만 방에 내려놓고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쿠스코에서도 단 하루뿐이다.

내일 성스러운 계곡 투어도 예약을 했어야 했다.

(일정이 너무 빡세다 ㅠ.ㅠ)


해가 지고 조금 쌀쌀했지만 아르마스 광장의 아름다움과 해가 저물어가는 분위기에 취했다.

엄마도 고산병을 잊은 듯 신이 나 계셨다.


아마도 좋은 인연을 만났고, 맛있는 음식을 먹은 후라는 것도 한몫했겠지...

광장에는 붐비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개들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더욱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광장의 한편에는 중학생 정도 되어 보니는 학생들이 춤 연습을 하고 있었다.

기분이 너무 좋은 엄마가 뒤편에서 학생들의 춤을 따라 췄다.

(엄마의 춤은 영상으로 남겨졌다.)


고산병에 호흡이 가쁘다면서도 계속하셨고, 나는 큰 소리로 웃었다.

아이들이 뒤를 돌아보고 웃으며 즐거워했다.


춤이 끝나자 여자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엄마를 보면서 속닥거리며 웃었다.

나는 엄마를 이끌고 다가가서 나이를 물어봤고, 16살이라고 했다.

서로 끌어안고 우리를 보며 웃는 모습이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서툰 나의 스페인어 실력에도 아이들은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스페인어 배워간 거 너무 잘했다.)

그렇게 잠시 아르마스 광장 구경을 하고, 성스러운 계곡 예약을 하러 향했다.

한 아주머니가 호객을 하길래 들어가서 그대로 예약을 했다.

비쌌다.


'조금 비싸게 주고 하는 거겠지~' 생각을 하긴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거의 1.5배의 가격을 주고 예약한 듯했다.

흥정을 무조건 했어야 했다.

(이 후회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으로 커져갔다.)


그래도 매우 친절하신 아주머니는 우리를 잉카 레일 사무소까지 데려가 오얀타이탐보 -> 아구아 깔리엔테스까지 가는 기차표 예매를 도와주셨다.

투어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래도 가장 비싼 건 체감상 기차표였다.


** 페루는 흥정..!! 필수다.

기차는 흥정을 할 수가 없지만 ㅠ.ㅠ

기차표는 편도 1인 약 10만원 정도. 비행기를 타려면 다시 쿠스코로 돌아와야 한다.


예약을 마치고 12각 돌을 보러 갔다.

아빠도 가고 싶어 했던 그곳!

응 봤어! 12각돌!

비슷한 돌들이 줄지어 있는 골목에서 12각 돌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역시나 관광객이 조금 몰려 있는 그곳에 12각 돌이 있었다.


간단하게 사진을 찍고, 각 세어 보는 것 말고 특별한 것은 없다.

음.. 정교하군...


아르마스 광장 부근 골목길을 좀 걸었다.

해가 저물어 불빛이 켜진 길이 너무 예뻤다.

아무것도 아닌 그 골목길에서 멈춰 서서 12각 돌 앞에서보다 더 많은 사진을 찍었다.

멀리 보이는 쿠스코 언덕의 집들

길을 걷다가 내일 투어 준비를 위해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러 마트로 향했다.

그리고 이 도시에서 보내는 유일한 밤에 한 잔을 즐기기 위해서 ㅎㅎ


옥수수튀김! 페루의 명물? 인 옥수수튀김(맛있다!!)과 작은 위스키를 한 병 사고 호텔로 향했다.


테이블을 테라스 앞쪽에 옮기고, 아르마스 광장이 보이는 곳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술 한 잔으로 쿠스코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술을 잘 못 드시는 엄마는 위스키 뚜껑에 짠


앤티크 한 방에서 편안히 잠을 들려고 했는데... 광장에서 밤새도록 젊은이들이 놀았다.

새벽 내내....ㅎㅎ 대단해 ㅎㅎ


귀마개로 막아 보았지만 소리는 귀마개를 비집고 들어왔다.

몇 시였을까, 그들이 드디어 사라졌다.


조용해진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경찰? 군인? 운동선수?로 추정되는 (체격이 엄청 좋았다.)

30-40명의 남자 무리들이 구호를 외치며 아르마스 광장을 뛰기 시작했다. 하....

새벽 5시였다.


                    

이전 02화 2. 리마(페루) _ 남미의 현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