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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Sep 25. 2024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소년 1

  나는 어찌보면 유년 시절부터 남다른 성향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괴짜인 것 같기도 하고, 공감 능력이 다소 떨어지기도 하지만 번뜩이는 재치가 있었다.  공적을 무시하고 나의 신념에 완전히 반대하는 적대적인 '몇몇' 인물을 제외하고는 필자의 직업적 성공이 기본적인 성품에서 왔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나의 성품은 선천적인 것도 있지만 후천적인 것에 기인한 것도 많다.


  나의 성품 중 첫 번째로 말하고 싶은 것은, 나는 주도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생각보다 세상에는 본인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인물이 그리 많지 않다. 주도성은 정치적, 경제적인 권력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삶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태도에서 온다. 그러한 태도 중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치지 않는 마음'일 것이다.


  나 진명석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접한다. 평범한 중학생에 불과하였지만, 일정 부분의 선천적인 끈기로 인하여 책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다. 나는 인생의 전반에 걸쳐서 이 전기가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임을 직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잡스는 정말 위대한 인물이었다. 잡스의 인생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친부모로부터 버림받았고, 성인이 되서는 대학교 중퇴 후 밑바닥에서 시작했으며, 나중에는 본인이 만든 애플사에서 쫒겨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를 붙잡고 일으킨 건 그의 강인한 정신력이었다. 잡스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인하여 그러한 시련에 주저않고 뛰어들기도 했지만, 다소 어려운 조건을 날때부터 가지고 태어나기도 했다. 나는 잡스와 달리, 유복하고 부유한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 그렇기에 나는 타고나지 않은 어려움에 뛰어드는 용기가 무엇보다도 절실했다.



  책을 다 읽고 덮은 나는 학교를 중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중학생에 불과하다. 하지만 선행 학습으로 인하여 수학에서는 삼각함수나 미적분을 대략적으로 알고 기하와 벡터에 관해 아주 조금은 알고 있다. 이것은 물론 학원이나 영재교육원 등에서 배운 것도 있지만 내가 스스로 학습한 것도 있다. 지난 몇 년 간 내가 학교를 다니고, 영재교육원에 출석하면서 배운 것들 중 가장 큰 것이 있다면 바로 한국 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일 것이다. 한국은 수능을 중심으로 대학 진한다. 그런데 수능은 사람이 가진 어떤 자질을 평가한다기보다는 정해진 규칙과 답을 찾아내는 것에 몰두한다.


  나는 아무리 많은 시간을 생각하고 고민해보아도 내 안에 있는 어떤 열망을 무시할 수 없음을 느낀다. 나는 스티브 잡스와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스마트폰이라는 인류에 막대한 유익을 끼치며 이윤을 내는 물건을 발명해내고 싶다. 그런데 그런 것은 '정해진 답을 빠르고 정확히 찾는 것'에 몰두하는 일로는 하늘이 두 쪽이 난다고 하더라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바위의 정확한 지점에 물방울을 계속 떨어뜨리는 일로 바위를 뚫고자 하는 일과 같다. 같은 위치로 아무리 정확히 빠르게 떨어뜨린다고 하더라도 그걸 뚫기는 매우 어렵다. 차라리 큰 손해를 보더라도 강력한 절단 기계를 하나 장만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나는 집 안 거실의 큰 창가 앞에 서있다. 어깨를 쭉 펴고 허리를 약간 뒤로 꺾어본다. 심호흡을 한다. 상쾌한 공기가 폐에 들어가고 나오는 것을 느낀다.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을 해보고 싶다. 나는 내 안에 있는 끓는 듯한 야망을 간과할 수 없다. 나는 언젠가 내가 만드는 것, 발명하는 것이 이전에는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으면 한다. 그러다가 나는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를 기억해낸다.


  '지금까지 짊어지고 온 것을 필요가 없어졌을 때 버리는 사람과 원래부터 짊어질 것이 없었던 사람은 다르다' 그 말의 요지는 짊어질 짐(=지식)이 있는 사람이 무거운 짐을 지면서 근력도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때에 맞게 짐을 버리든 가져가든 지혜로운 선택도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다르게 해석하면 어떨까? 짊어질 것이 없이 자유로운 사람자신만의 단련을 거듭함으로써 폐활량이나 민첩성을 키울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짊어져야 할 짐을 챙기고 내려놓는 것을 무의미하게 거듭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비교할 수도 없이 먼 곳에 도하는 특출난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내 마음 속에 있는 확신을 굳건히 한다. 신념을 정립한다. 나는 군계일학의 사람이 될 것이다. 나는 커다란 근육으로 제 몸을 잘 못 가누는 거인들 사이에서 민첩하고 재빠른 표범과 같이 될 것이다.


 나는 그 길로, 부모님에게 나의 큰 뜻을 말한다. 부모님은 한참을 고민해본다고 하시더니, 알았다고 하신다. 낯빛이 어두우셨지만, 꽤나 홀가분해하시는 것 같다. 아마 내가 그만큼 고생을 시킨 문제아이면서도 비상하게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는 3년 이상 홈스쿨링을 하고, 검정고시로 고졸 학력을 취득한 뒤 대학교에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나는 단순히 알았다고 했다. 아버지는 나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하니 어머니의 의견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나는 마음이 후련해졌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은 나에게 중요한 날이다. 일생 일대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따라 첫 걸음을 내딛는 날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보니 5시 30분이고, 나는 방금 기상했다. 일단 컴퓨터에서 세 인물의 사진을 프린트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그리고 윌리스 캐리어이다. 어떤 책에서는 자기 확신이라느니, 롤모델이라느니 그런 말들을 하지만, 나는 그런 재미없는 이유때문인 것은 아다. 나는 단지 그들을 한 순간이라도 더 느끼고 싶었다. 나는 그러한 사람들 사이에 한명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사진을 프린트해서 책상 위, 침대 근처의 벽, 그리고 방문 옆에 붙여 놓는다. 그들을 위해 기도라도 하고 싶을 정도이다. 나는 그들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위대한 사람들임을 믿는다.


  금방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문밖을 나선다.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입김이 새어 나온다. 벌써 추위가 느껴지는 11월 말이다. 목표를 향해 하루라도 더 빨리, 그리고 멀리 나아가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한다. 나는 내가 당분간 집중해야 할 운동을 장거리 러닝으로 잡았다. 나는 집밖으로 나와 10분간 걸어서 하천길에 도착한다. 러닝을 하는 시간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다. 나는 이 시간을 정말 사랑한다. 페이스를 조절하며, 나의 숨소리를 들으며, 이후의 시간에도 충만한 하루를 보내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지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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