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단 Apr 19. 2024

잘 생각해봐, 너 좋아하는 거 있었어

나를 받아들인 뒤 온 변화들

SNS를 보면 나빼고 다들 너무 잘 사는 것 같았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그 사람들도 힘든 날, 눈물 짓는 날도 있을 것이고 치열하게 살아왔던 이면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화면 그대로 인식하고 나의 뇌의 회로에 전달이 되는 과정에서 오는 무력감 혹은 외로움 혹은 좌절감 등은 떨치기 힘들었다.


나를 받아들인 뒤로 그 감정이 좀 달라졌다. 감정이 들기 전에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도 잘 할 수 있어. 너도 좋아하는 게 있었쟎아. 그쪽으로 한번 해보면 네 안에도 생각지 못한 잠재성이 있을지도 몰라.'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나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이어가며 어린 시절 내가 좋아했던 것, 한번이라도 남에게 칭찬을 들어보았던 것,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겁고 활력을 낼 수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했다.


하지만 좋아하는것만 하고 살기에는 현실이라는 벽이 분명 있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캐나다에서 나날이 치솟는 물가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그럼 이번에도 내가 좋아하는 것은 포기해야하나? 


이전에 하던 전문직을 다시 캐나다에서 시작한다면.. 물론 돈은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배웠던 학업을 다시 이 곳에서 4년동안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기에는 거기에 소비되는 나 자신이 너무 아까웠다. 


스스로 좋아하고 즐기면서도 남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일을 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자 하는 나를 믿어주기로 했다.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정말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면.. 다른 사람이 뭘 했을 때 가장 부러울지 생각해보라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특별한 지위에 오르는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누군가 나와 비슷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책을 낸다고 하면 그 말은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말이었다.


이전부터 끄적거리던 책을 완성해보기로했다.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1년 정도의 기간이 걸려 책의 내용을 완성하고 남편과 침대에 누워서 제목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뭔가 책의 정체성을 나타내면서도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는 제목이 없을까? 


'평범한 30대 부부가 5년만에 영주권 딴 이야기'

'300만원 아껴서 캐나다 영주권 따는 법'


남편이 말했다.


"뭔가 영주권에 집중하기보다는 캐나다의 전반적인 삶에 대한 인사이트가 담겨 있는 부분이 좋은거 같은데, 그에 맞는 제목이 없을까?"


"그러게.. 어떤게 있을까?"


'캐나다 이민, 현실 도피인가 더 나은 선택인가'


뭔가 갸우뚱 갸우뚱


그러다 스치듯 생각이 났다.


"캐나다 이민 경험자 어때? 그냥 우리가 겪었던 경험을 나누어 사람들이 참고로 해서 도움이 될 만한 책이쟎아."


"오, 너무 괜챊은데? 그걸로 하자. 나 지금 디자인적인것도 떠올라서 한번 만들어볼께."


밤 10시가 넘어 자리에 누웠던 우리는 다시 일어나서 남편이 책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표지가 뚝딱 완성이 되었다. (나중에는 수정 작업을 했지만)


책 디자인 초안과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만든 수정본


우리는 뚝딱거리는 아마추어지만 즐거웠다. 지금도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고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이후 텀블벅 펀딩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펀딩 프로젝트로 소소한 성과를 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1인 출판사를 내보려고 도전도 하고(외국에 있어서 힘들게 되었다) 블로그도 하고 유튜브를 고민하기도 하며 브런치 작가라는 감사한 기회까지 오게 되었다.


이 모든 일들이 나를 받아들이고 나를 믿어 준 후로 오게 된 변화들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고 스토리가 있다. 각 사람의 존재가 특별하듯 그 사람이 가진 생각과 스토리도 특별하다.


내가 좀 더 이른 나이에 이런 것들을 알고 나를 받아들이고 나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왔던 것 또한 나의 삶이니 받아들이려한다.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해 나가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안에서 소박한 행복을 찾아보려 할 것이다.


브런치의 연재를 통해 나의 부족함을 또한 많이 알게 되었고 다른 작가분들을 통해 배우게 된 것도 많았다. 작가분들의 구독과 응원이 바쁜 생활 속에서도 힘을 내어 여기까지 오게 한 주된 원동력이 되었다.


사람이 살면서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건강한 커뮤니티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그 생각이 잘 다듬어져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보면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에게도 내적 친밀감이 들고 마음 한 켠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신이 나서 달려왔던 연재글들을 마무리하고 다른 작가분들의 글들도 음미하며 즐겨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한다. 


부족한 연재글을 봐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머리 숙여 전하며.. 

(좋은 플랫폼을 제공해주시는 관계자분들께도 감사하며)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의 하루를 응원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려한다.






이전 09화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일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