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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사람 설득의 어려움

이릉대전에서의 유비

by 브래드

얼마 전 미국에 상품 출시에 대한 협의를 하면서 여러 가지 이슈들이 있었다. 론치를 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많은 부서가 연결되어 있다. 수많은 부서와 협력업체의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조율하여 진행해야지 예상하는 일정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제공되는 주어진 정보와 조율을 해서 해당 상황에 맞게 주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보들이 있다. 물론 피곤하고 힘들지만 주도적으로 바꾸어서 진행해야 그나마 성공 확률이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표면적인 정보로만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경영진들은 실무의 현재상황을 전부 알지 못하며, 실무를 해본 적도 없는 분들도 많이 있다. 전문분야가 따로 있고 전혀 모르는 분야도 있기 때문에 각 담당자들의 의견을 조율해서 의사결정을 한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완전 다른 방향으로 의사결정되는 경우가 있다. 다시 설명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설득하는데, 많은 리소스와 비용이 발생한다.


문득 삼국지의 이릉대전이 생각이 났다. 삼국지를 워낙 좋아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인간관계에 회의를 느끼면 적용해서 생각해 보는 편이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 생각에는 이릉대전에서 유비가 관우의 복수를 한다면 전쟁을 시작했을 때, 당연히 하면 안 되는 전쟁을 왜 제갈량이 안 말렸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제갈량을 원망했었다. 대학생 시절 생각에는 유비가 제갈량이 반대해서 성도에 머물라며 데려가지 않고, 마량을 책사로 데려갔다. 마량은 유비가 주둔지를 위험한 곳에 주둔시키는 것을 반대하다가 제갈량에게 물어보고 오겠다며 성도로 혼자 간 적이 있었다. 마량은 현장에서 유비를 왜 설득하지 못했으며 굳이 제갈량에게 물으러 가는 바람에 전투에서 전략을 짤 사람이 부족해서 육손에게 박살 났다. 그런 마량이 원망스러웠다.


직장생활을 10년 이상한 지금의 생각으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유비가 사장님이라면 제갈량은 임원이며 마량이 실무자라고 생각해 보면 너무나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사장님이 꽂힌 의사결정을 아무리 유능한 임원이 설득을 한다고 하더라도 고집을 꺾기가 너무 힘들다. 설득을 위해서 불필요한 정보를 모아야 하고 안될만한 시나리오로 보고서를 만들어서 보고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안될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그 업무에서 빠진다. 그럼 실무자를 붙여주지만 실무자가 무슨 힘이 있겠나.. 아무리 설득을 해도 변화가 없어서 정말 문제가 발생하기 직전에 실무자의 상사인 임원에게 다시 한번 도움을 요청한다. 결국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회사가 무너지면 모두가 다 같이 피해를 본다.


10대 때, 20대 때, 3~40대 본인의 경험으로 이해하는 것들이 다르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다시 한번 이릉대전에서의 제갈량과 마량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오랫동안 원망했던 제갈량과 마량에 대한 미안함도 생겼다. 삼국지연의이기 때문에 진실이 아닐 수도 있으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윗사람 설득하기는 정말 너무나 어려운 것 같다. 이 어려운 걸 해결하러 미국에 설득출장을 간다..


데일리 카네기는 인간관계론에서 헨리포드의 말을 인용하여 이렇게 말했다. '성공의 비결이라는 게 있다면, 다른 사람의 관점을 가지고 당신의 관점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능력이다'이 말을 가슴에 담아서 서로의 관점에서 훌륭한 협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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