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9.11 최태성, 다산초당, 2019
자유 논제
1. 삶이라는 문제에 역사보다 완벽한 해설서는 없다는 역사의 쓸모를 어떻게 읽으셨나요?
어떤 사람은 역사가 단순히 사실의 기록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것은 착각이고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고 강조합니다. 역사는 나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예요. 역사를 공부했음에도 살아가는 데 어떠한 영감도 받지 못했다면 역사를 제대로 공부했다고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p.6)
2. 책 속에 인상 깊은 문장이나 내용을 소개해 주세요.
3. 역사가 쓸모가 있다고 하는데 여러분에게 역사는 왜 쓸모가 있나요?
김부식은 쓸데없는 요상한 이야기라고 빼버린 단군신화를 일연스님이 『삼국유사』에 실은 덕분에 일제강점기에 단군을 모시는 대종교가 창시되어 신자들이 독립운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원나라 간섭기에 민족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랐던 일연 스님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이야기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한 것은 물론, 괴로운 시대를 버틸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준 것이죠. 김부식은 쓸모없다고 버렸지만, 사실은 가치가 없던 것이 아니라 가치를 못 알아봤던 것입니다.(p.26)
4. 갑신정변과 동학혁명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급진개화파가 뿌린 희망의 씨앗은 10년 뒤 동학농민운동으로 이어집니다. 동학은 최제우가 창시한 종교로 단순히 종교차원이 아니라 시대의 모순을 해결하는 동력으로 사용됩니다. 동학농민운동은 정치적인 색채를 띠고 있었어요. 그들이 요구했던 개혁안을 살펴보면 탐관오리와 횡포한 부자를 벌하고 노비 문서를 없애며 토지를 고루 나누어 농사를 짓게 하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신분에 귀천 없는 세상을 목표로 한 것은 갑신정변과 같은데, 그 내용은 훨씬 구체적이지요. 실제로 농사를 짓고 사는 백성이 개혁의 주체임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p.45)
5. 역사를 공부하면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다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하게 됩니다. 그리고 겸손을 배우죠. 역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던 나라의 흥망성쇠를 들여다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가끔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천하를 호령하던 인물이 쓸쓸하고 비참하게 죽는가 하면, 사방으로 위세를 떨치던 대제국이 한순간에 지도에서 사라져 버리기도 하니까요. 역사에서 이런 일은 너무나 비일비재합니다.
역사는 그 어느 것도 영원할 수 없음을 알려줍니다. 그때는 맞았던 것이 지금은 틀릴 수도 있어요.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자신의 성공에 도취되어 현재를 점검하지 않으면 잉카의 마지막 황제나 연개소문과 같은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한 이유입니다.(p.104)
6.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는 엄청난 일이에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까막눈이었던 백성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죠. 그 파장은 엄청납니다. 지식의 독점은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서양의 지식인들이 라틴어로 자기들끼리 지식을 독점했듯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어요. 조선 시대에 대부분의 일반 백성은 글을 읽고 쓸 수가 없었습니다. 공부는 먹고사는 걱정에서 해방된 양반들이나 할 수 있었어요.(p.113)
7. 장보고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장보고는 자신의 굴레를 탈피하길 원했던 겁니다. 비록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그러한 시도를 했기 때문에 한중일 삼국에 이름을 남길 만큼 큰 인물이 될 수 있었죠. 저는 장보고가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장보고는 다른 사람보다 부족한 단점을 메꾸려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을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방법을 찾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최대 무기가 활쏘기라고 생각했고, 이를 내세워 한계를 돌파하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우리 모두의 앞에는 푸른 바다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누군가는 그저 바라만 보고 누군가는 기꺼이 그 바다를 건널 것입니다. 삶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우리의 삶은 어떤 계기로 변할 수 있어요.(p.202)
8. 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때부터 저는 동사의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가진 능력이 한 학생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까, 이 능력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거죠. 그 학생의 말 한마디가 제 인생을 바꿔놓은 셈입니다. 저는 지금도 어떤 이들의 칭찬보다 학생들의 말에 더 많은 힘을 얻어요. 제 강의가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나아가 이 사회에 미약하게나마 보탬이 되는 것이 제 꿈이기 때문입니다.(p.213)
선택 논제
1. 여러분은 역사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역사는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는 공부입니다. 고대부터 근현대까지의 긴 시간 안에 엄청나게 많은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어요. 그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절로 가슴이 뜁니다. 가슴 뛰는 삶을 살았던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고민과 선택과 행동에 깊이 감정을 이입했기 때문이죠. 그런 사람들을 계속 만나다 보면 좀 더 의미 있게 살기 위한 고민, 역사의 구경꾼으로 남지 않기 위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아무리 힘든 세상에서도 자신의 삶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법을 배우게 될 테죠. 그게 바로 역사의 힘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 저는 여러분이 역사를 그렇게 대했으면 좋겠습니다.(p.40)
⓵ 사람을 만나는 공부
⓶ 의미 있게 살기 위한 고민
⓷ 역사의 구경꾼으로 남지 않기
⓸ 자신의 삶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법
2. 정약용은 어떤 사람인가요?
정약용은 18년간 귀양살이를 했고, 고향으로 돌아와 다시 18년을 보낸 뒤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때로는 비참하고 암담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폐족이 되었음을 한탄하거나 힘든 세월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습니다. 그의 여생은 평화로워 보일지 모르나 어쩌면 삶의 마지막 투쟁이었을 겁니다. 역사를 알았기에 고난을 버티며 투쟁해 나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p.78)
죄인
실학을 집대성한 대학자
3. 서희와 원종의 외교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협상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거래를 할 때, 업무를 정할 때, 연봉을 높일 때 등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협상을 합니다. 심지어 연애를 하고 친구를 사귀면서도 협상이 필요해요. 협상이란 상대방도 만족시키고 나도 만족하는 결과를 내기 위한 과정입니다. 내 것만 생각해서도, 상대의 것만 생각해서도 안 되죠.
어떤 종류의 협상 테이블이든 그 앞에 나서기 전에 서희와 원종의 외교술을 떠올려봤으면 좋겠습니다. 배짱을 가지고 섬세하게 상대를 관찰하면서 본인의 패를 놓지 않는다면 결국 원하는 것을 얻게 되리라고 역사는 말하고 있습니다.(p.133)
비굴하다
지혜롭다
※ 토론에서 ‘인상 깊었던 한 마디’와 토론 소감을 나눠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