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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하다 Jul 08. 2024

뭐든지 힘을 빼야 한다.

글이든 운동이든 생각이든 뭐든지 힘을 뺄 수만 있다면 빼는 것이 좋다. 힘을 뺄 수 있다는 것은 그 행위를 장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어떤 행위가 익숙하지 않을 때 힘이 들어간다. 힘을 줄 때 주고 뺄 때 빼면서 이를 안분해 균형을 유지해야 그 행위를 마치는 순간까지 퍼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능숙지 않은 행위를 접 할 때 우리는 어느 포인트에서 힘을 주고 어느 포인트에서 힘을 빼야 하는 그 타이밍을 당최 알지 못한다. 


간혹 재능이나 감각이 매우 뛰어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타고난 유전적 능력과 감각으로 동일 행위에서 평균에 있는 인간들보다 빨리 습득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 또한 처음부터 자유자재로 힘을 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빨리 힘을 빼는 요령을 감각적으로 깨우칠 뿐이고, 그들도 그 깨우침을 무한 반복해야만 종국적으로 힘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습득하게 된다.


나는 요 몇 년 간 정성스럽게(?) 여러 가지 종목의 운동을 체험하고 있다. 사이클, 웨이트 트레이닝, 수영, 달리기, 골프 등등. 이 운동들은 각개 다른 근육을 사용하며 성향과 색깔이 다른 운동들이지만 하나의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어느 종목도 힘을 빼지 않고는 발전의 한계에 부딪힌다는 것이다. 


사이클을 할 때 무작정 페달을 동일한 힘으로 계속 굴린다면 얼마 못 가 체력은 바닥나 나가떨어진다. 무거운 역기를 들 때도 밀어 올릴 때 힘을 주고 내릴 때 힘을 빼지 않는다면 타깃 한 근육에 가야 할 부하가 여러 근육으로 흩어진다. 수영 또한 편한 느낌으로 오래 하기 위해서는 스트로크를 할 때 풀-푸시에서 힘을 주고 리커버리에서 힘을 빼면서 휴식 타이밍을 가져가야만 한 바퀴라도 더 돌 수 있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로 발이 지면을 박차고 밀어줄 때 힘을 주고 다시 지면으로 도달하기 전까지는 힘을 빼고 다리를 쉬게 만들어야 한다. 골프에서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처럼 대부분의 운동이 힘을 주는 포인트와 빼는 포인트로 나눠져 있다. 언뜻 말로 들으면 매우 단순하고 쉬운 개념이다. '힘을 줄 때 주고 뺄 때 빼면 되는 거 아냐?' 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힘을 주고 빼는 동작사이의 간극은 길어도 몇 초 안이다. 그 찰나의 순간에 힘을 전환시켜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힘을 뺀다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안 하던 운동을 처음 해 보면 지금 내가 힘을 주고 있는지 빼고 있는지도 알아차리기 어려운데 그걸 전환까지 해야 하니 당연히 쉽지 않다.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은 명백히 하나밖에 없다.  "반복"


같은 행위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반복된 행위 속에서 감각들이 쪼개지고 구체화된다. 구체화되면 찰나가 느껴질 때가 온다. 그 느낌이 왔을 때 힘주고 빼기를 무수히 반복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힘을 자연스럽게 통제할 수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 환경에 따라 느낌이 오는 기간이 죄다 다르다. 하지만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반복하다면 어느 순간에는 동작이 자연스러워진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때부터 성장은 가파르게 올라간다. 물론 우리네 평균적 인간들은 그때까지 버티지 못하고 포기해 버리기 일쑤지만.


지루한 행위를 무수히 반복한다는 것. 이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각을 단조롭게 하고, 여유를 가진 마음으로 묵묵히 무던히 무심하게 지속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다. 이걸 알면서도 우리네 평균 인간은 뚜벅뚜벅 나아가는 것에 대해 힘들어한다.(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앞서 운동을 예시로 들긴 했으나 이는 비단 운동만의 문제는 아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주제를 생각할 때부터 사고에 힘이 들어가면 시작부터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가볍게 툭툭 치듯 생각하고 유연하게 풀어나가야 시작이 부담스럽지 않은데 힘이 껴 있는 사고는 시작부터가 둔탁하다. 거대하고 장황해진다. 갈피를 잃고 허우적 거린다. 때문에 첫 문장부터 무한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달리기를 할 때 가볍게 스트레칭과 워밍업을 하면서 몸의 세포를 깨우고 점진적으로 심박을 올리면 자연스럽게 페이스도 따라 올라가지만 이 과정을 생략해 버리면 몸은 삐걱거리고 심박은 들쑥날쑥 요동친다. 글을 쓸 때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볍게 첫 발을 내딛 듯 가볍게 첫 문장을 놓을 줄 알아야 한다.


처음부터 힘이 잔뜩 실린 멋있는 문장으로 시작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일상을 얘기하듯 익숙한 언어를 툭 놓을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마음먹는다고 그렇게 되는 게 아니란 건 앞에서도 말한 바 있다. 딴에는 가볍게 던졌다고 하는 첫 문장에 얼마나 힘이 빠져 있는지를 알아채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 같은 초급자는 애를 먹고 있다. '힘을 빼야 해!'라고 인식은 하지만 결과를 만들어낼 수는 없는 그 이상한 지점에서 늘 헤맨다. 


이것의  해결책 역시 "반복"이란 것도 알고 있다. 계속 써보는 것. 이상하게 헤매고 꼬인 글일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마무리를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라도 있으니 다행이네'라는 마음과 '문제가 뭔지 알면서도 지루한 반복은 두려워'라는 두 마음은 내 안에서 늘 전쟁 중이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나는 지금 자그마한 전투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지금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 한편, 아니 한 문단, 아니 한 줄이라도 써보자며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불완전하고 허술한 글일지언정 마무리해야 한다. 꾸역꾸역 어떻게든 시작한 문장의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작은 전투의 마침표를 지금 나는 버겁게 찍고 있다.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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