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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 May 06. 2024

성인

성인이 된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스무 살이 되면 뭔가 달라지는 걸까. 나는 아직도 그 의미를 알지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은 늘어가는데, 나는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스무 살이 되던 1월 1일, 왠지 어깨가 무거워진 것만 같던 그날, 나는 성인이 됐다.


고등학교 졸업식은 코로나 때문에 취소됐다. 대학은 합격 여부조차 알지 못했다. 성인이 됐지만 무엇 하나 실감이 나지 않았다. 민증을 들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설렘조차 내겐 없었다. 내가 느낀 건 오직 두려움. 책임이란 단어가 너무 무거워서, 무엇 하나 자신이 없어서. 이룬 것 하나 없이 성인이 된 내가 세상에 서게 된다는 게 그저 두려웠다.


실패한 것만 같았다. 시작조차 해본 적 없어서, 실패했단 말조차도 쓰지 못해서, 그래서 더욱 실패한 것처럼 느껴졌다. 티비에선 나보다도 어린 나이에 성공하고, 잘 나가는 연예인들이 보였다. 나는 절대 저렇게 되지 못하겠지. 스무 살 즈음에 성공이 갈린다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기 전에 길을 정해야 한다고, 적어도 길을 정할 수 있을 정도의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이룬 게 없는 나를 세상이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난 뭘 해왔던 걸까. 원하지도 않는 공부에 매달려 남들처럼 학창 시절을 즐기지도, 꿈을 위해 노력하지도 못하고, 텅 빈 시간들 속에서 살아왔다.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살아온 삶은 후회로 가득했다. 차라리 내가 원하는 일에 몰두하고 그렇게 실패했다면, 실패라는 말을 꺼낼 수 있을 만큼 노력했다면, 그랬다면 후회가 없었을까. 애초에 내가 그럴 만큼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일까.


밤이 되면 찾아오는 공황은 내게 계속 꿈을 일깨웠다. 죽을 것처럼 심장이 뛰는 순간에, 죽기 전에 나를 남기겠다는 꿈이 되뇌어졌다. 그게 너무 고통스러웠다. 난 절대 남들처럼 꿈 없이 살아가지 못할 테니까. 성공하지 못한다면 공황은 죽을 때까지 나를 괴롭힐 테니까. 이대로 대학에 들어가서 평범하게 취업을 하고, 꿈을 이루지 못한다면, 난 죽을 때까지 행복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성인이 된 이제는 길을 정하기 위한 노력보다 성공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겠지.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 남들처럼 취업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걸 성공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 모든 걸 포기하고 내 길을 걸을 기회는 다신 오지 않을지도. 어쩌면 난 한번뿐인 기회를 보지도 않고 포기해 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이젠 너무 늦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겨우 스무 살이 되어 두 발로 선 세상에 내 자린 없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난 뭘 위해 살아가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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