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 May 13. 2024

별이 보이지 않는 밤

대학은 내 상상만큼 즐거운 곳이 아니었고 내 상상만큼 밝지도 않았다. 매일 술을 마시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여자를 만나고 밤을 지새워도, 밝은 빛도, 일절의 설렘도 없었다. 학과는 전기공학과에 들어갔다. 취업이 잘 된다고 가족들이 권유했다. 나는 취업을 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그렇기에 어떤 일을 하고 싶냐는 주변의 물음이 내겐 이상하게 들렸다. 전기공학과를 나오면 보통 어떤 일을 하는 걸까. 어떤 일을 하고 싶냐니, 나는 그저 취업을 하러 여기 온 건데.


가슴에 남는 책을 읽은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애초에 책이 재밌었던 건지도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글을 써야지. 언젠가는 써야지. 언제가는.


공부를 하는 날보다, 책을 읽는 날보다,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많아졌다. 적어도 술을 마시면 죄책감과 좌절감에 뜬 눈으로 밤을 새우진 않아도 됐으니. 술을 마실 때만큼은 재밌었다. 처음 보는 여자와 술잔을 기대는 것도 재밌었다. 그게 다 끝난 뒤 몽롱한 정신으로 어두운 자취방 구석의 침대에 누운 순간부터 회의감이 찾아왔지만, 그때도 술의 힘을 빌려서 잠에 들었다. 내 하루는 그렇게 지나갔다.


난 아마 성공하지 못하겠지. 내 꿈은 이룰 수 없을 테고 그저 일상에 지쳐 잠에 드는 날들이 계속되겠지. 꿈을 이루고 싶어 하고 이루지 못한 꿈에 괴로워하면서도 노력할 줄 모르는 내가 혐오스럽다. 난 줄곧 이렇게 살아왔는데, 줄곧 이렇게 괴로웠는데, 고통으로 얻는 게 있다면 이런 나를 바꾸고 싶었는데, 고통은 나를 마비시킬 뿐이었다. 죽지 못해 사는 듯 하루를 흘려보내는 하루. 그리고 또 하루.


순간의 쾌락을 좇아 살았다. 순간의 고통을 잊기 위해. 무기력 뒤 찾아오는 공황에서 도망쳤다. 고통을 끝내기보다 잠깐이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삶. 거기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내가 살아온 삶에, 내가 살아갈 삶에, 내가 도달할 삶에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죽지 못해 살아갔다. 죽음이 두려워서 삶을 살았다.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워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오늘을 살기가 버거워서 잠에 들었다. 뭐라도 해봐야지. 어떻게든 살아가야지. 근데 대체 왜.








이전 13화 성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