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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유 Nov 06. 2024

모든 것을 모르므로 모든 것을 아는 상태



습성. 배열이 필요하다. 기어코 산문이 되어버린 당신에게. 속고 속이는 게 세상사 이치라면. 지키고자 하는 건 어디에 숨겨두었을까. 혼자 지하철 몇 개의 지하철역을 지나 걷던 어느 날에는 가로수에 손을 댈까 고민을 했다. 결국 잠깐 붙였다가 누가 볼세라 급하게 주머니로 손을 집어넣었는데, 무척 망설였는데… 나만 안다, 그건.


왜 결함을 나누어야 그제야 안심할까. 나약하고 한심해서 좋다. 사람으로부터 멀어지기. 솔직하고 다정하므로 강함. 그러데이션에 서보기로. 경계의 폭을 느껴보기로. 정말, 사실이라면 제법 쓸쓸해지는 진실들.


간다. 나날을 아주 예리하게 갈아본다. 조금씩 깎이어 나가기도 한다. 그래도 멈추지는 않는다. 송곳니도 날카롭게 만들어서 콱. 하고 물어버리기로 한다. 흔적,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내려놓았을 때 더 잘 감각되는 것. 그렇게 다음장까지도. 몹시 사랑하므로 헤어짐을 고함.


 한 남자가 전역에서 탄다. 술기운이 가득 서린 숨을 거칠게 몰아내쉬며, 머리는 창에 기댄 채로 약간 눈을 내리깔고 있다. 방금, 다리를 꼬았다. 비밀 좋아한다. 우리가 되거나 남이 될 수 있겠지.


자신한다. 무모함에 대하여. 결국. 멈추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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