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겨울이야.
가을의 자락조차 붙잡지 못한 채
완연한 겨울이 문득 찾아왔어.
우린 종종 그런 말을 나누곤 했지.
겨울이 좋은 이유는
차갑고도 투명한 슬픔이라서
겨울엔 늘 울었지.
연말과 연초가 맞물리는 경계에서
익숙해질 틈도 없이 흔들리며
우린 서로의 한 해를 덧대어 채웠지.
에무시네마에서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고
벅찬 마음으로 백예린의 노래를 들었잖아.
작고 고요한 독립영화들 속으로 파고들며
눈밭을 뛰다 지쳐 넘어지고
그렇게 멍들어도, 참을 만했어.
너는 술에 잔뜩 취해
횟집에서 시킨 매운탕을 두고
생선 머리와 눈이 마주친다며 기겁했지.
우리는 물을 팔팔 끓이며
괜히 조리된 걸 시키지 않았음을 후회하다가도,
다시 웃음지었어.
그러고는 서로의 팔짱을 꼭 끼고
혀 끝에 감긴 취기를 풀며
뜨거운 국물 한 숟갈을 떠먹었어.
그때마다 전부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
그 따뜻함은,
한송이 눈꽃과 닮아 있어.
어느덧 겨울이야.
차갑지만, 아린.
미치도록 사랑스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