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래는 몸을 가지고 있을 때 감정이 있지만 버린 뒤에는 대광명체로 남는다
무슨 까닭인가, 여래란 어디로부터 온 바도 없으며 또한 가는 바도 없으므로 여래라고 이름하느니라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남겨주신 곽시쌍부(槨是雙趺)라는 가르침이 바로 이것을 뜻한다.
부처님 열반에 드신 후 마하가섭 존자께서 열흘이나 늦게 당도했을 때 관 속에 누워계신 석가모니께서 관 밖으로 두 발을 내보이신 것인데, 이것은 내가 이 세계와 저 세계에 동시에 있으며 가는 것이 아니고 온 것도 아니고 여여하게 여래(如來)로 있음을 마음으로 보여주신 것이다.
그래서 가섭존자를 비롯한 큰 제자들이 대성통곡하는데, 이미 생사일여(生死一如)를 체득한 제자들이 우는 것은 그 제자들이 색신(色身)이요, 그 제자들의 법신(法身)은 석가모니와 더불어 영원히 여여(如如)하게 존재하는 모습인 것이다.
이 세계에는 이상야릇한 부처 내지 수행자들이 많은데, 공통된 특징들 가운데 하나가 감정의 변화가 전혀 없이 포커페이스를 가지고 있는 것도 그 한 예이다.
그러면서 중생의 마음을 벗어나 어떤 마음도 생기지 않는 부동심(不動心)을 가진 부처가 되었다고 자랑한다.
이들은 중생의 마음을 벗어난 것이 아니고 중생심을 완전히 얼어붙게 하여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굳어놓은 것이다.
그래서 길을 다시 들어서려면 이것을 깨부수어야 하는데 대개 금생에는 이미 구제불능이다.
성불(成佛)한 존재가 아직 몸 -색신(色身), 상(相)-을 갖고 있는 경우 그 몸은 아주 순수한 반응을 하게 된다.
웃어야 할 때 진심으로 웃고 울어야 할 때는 울고, 화내야 할 때는 진심으로 화를 내게 된다.
오히려 웃어야 할 때 온몸으로 웃지 못하고, 울어야 할 때 온몸으로 못 울고, 화내야 할 때 온몸으로 화를 내지 못하는 것이 중생이다.
왜냐하면 몸속에 여러 가지 마음들이 뒤섞여 있고, 상(相)에 따른 다양한 의식들이 혼잡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생들은 마찬가지로 몸을 버리고 나서 가야 될 저 세계에 가지 못하고 여전히 이 세계에 머무르거나, 살았을 때의 몸이 가진 고통을 죽고 난 후에 영혼세계 속에서도 여전히 가지게 된다.
여래는 몸을 가지고 있을 때는 몸의 병(病)을 가지기도 하고 감정 역시 가지고 있지만, 몸을 버린 뒤에는 다시 원래 모습 그대로 대광명체(大光明體)의 모습만 남는 것이다.
그것은 본래 온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