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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61호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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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기도에 있는 퀴어영화 도장깨기!!

편집위원 루

by 문우편집위원회 Feb 23. 2024

  대학에 왔으니 새로운 취미 한번 가져보면 어떨까 고민하는 새내기들 주목! 국제캠퍼스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언더우드기념도서관(일명 언기도)에는 다양한 도서는 물론이고 영화 DVD를 대여해서 시청할 수 있는 공간까지도 마련되어 있답니다. 할 일 없이 빈둥대는 공강시간, 공부하기 싫은 저녁시간마다 언기도를 찾아가서 영화를 한 편씩 보는건 어떨까요? 모두 알다시피 영화는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줄 뿐만 아니라 내가 직접 겪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매체지요! 특히 이번 호의 메인 기획이기도 한 퀴어들의 삶을, 다각도로 볼 수 있는 가장 강렬하고 접근성이 높은 매체 중 하나가 바로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여러 퀴어들의 삶을 스크린에 담아낸 퀴어영화 작품이 생각보다 훨씬 우리 가까이에 자리해 있다는거 알고 계셨나요? 그 중에는 국내 천만영화 대열에 들어있는 작품, 대형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작품, 유명 영화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도 있어요. 혹시 지금까지 퀴어영화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거나 관심은 있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분들이 계셨다면, 여기에 있는 가장 기본적인 명작 위주의 추천 퀴어영화 목록부터 정복해보자는 멋진 목표를, 새학기 다이어리에 적어보는 건 어떨까요?


 잠깐! 들어가기 전에 알아 둘 참고사항

* 언더우드기념도서관에 있는 영화들은 모두 학술정보원에도 구비되어 있으니 퀴어영화에 관심 있는 신촌캠퍼스 학생들도 목록을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 사실 퀴어영화를 별개의 장르로 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아한 구분이기도 하지요. 남자가 나온다고 남성영화, 이성애자가 나온다고 이성애영화라고 구분하지는 않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사회에서 퀴어들이 충분히 가시화되지 못하는 만큼, 그나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런 매체에서라도 자리가 따로 마련되는 것에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이런 구분이 모두 없어지는게 가장 좋겠지만 현실은 아직 한참 멀었으니 말이에요.
* 트라우마 등의 이유로 특정 폭력 콘텐츠의 열람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트리거 워닝을 최대한 명시했습니다. 하지만 스포일러를 지양하고자 한 만큼, 해당 폭력소재가 반전이나 결말에 핵심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 미처 표기하지 못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려요.


  (1) 씨네필이라면 이 정도는 봐야하는 고전 명작영화


- 소년은 울지 않는다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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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랜스남성이 아웃팅 후 살해당한 실제 혐오범죄 사건을 다루고 있다. 아웃팅으로 인한 폭력, 강간, 살해 장면들이 나오니 꼭 주의 바람. 주연배우 힐러리 스웽크에게 아카데미상을 안겨주기도 했으며, 개봉 당시 굉장한 센세이션을 일으켜 트랜스젠더 혐오범죄를 대중에게 크게 가시화한 중요한 작품이다. 물론 수 년이 지난 지금도 리뷰를 찾아보면 이 영화가 레즈비언 영화라고 하는 엉터리 평이 종종 보이지만 그러한 관점은 영화의 의도를 전혀 읽지 못한 트랜스젠더 지우기라는 점 유념하였으면 한다.


- 레베카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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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프레드 히치콕의 유명한 스릴러 영화로, 동명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작중 시점에서 사망한 것으로 나오는 저택의 전 주인이자 주인공 남편의 전 아내인 레베카를 향한 저택 가정부 댄버스 부인의 집착은 단순히 주종관계를 넘어서 묘하게 섹슈얼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시대에는 아직 퀴어가 제대로 담론을 형성하지 못했으며 지금보다도 훨씬 불온한 존재로 여겨졌던 만큼, 영화 속에도 성소수자의 직접적 묘사가 절대 등장하지 않는다. 이렇듯 현대의 퀴어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주목해볼 만한 차이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 왕의 남자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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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산군 시대를 모티브로 거리에서 공연하던 광대패가 궁에 들어와 왕과 관계되며 펼쳐지는 픽션 사극이다. 주인공 공길과 장생에게 분명한 로맨스 기류가 흐르며, 왕 또한 공길에게 연정을 느끼는 장면들이 직접적으로 묘사된다. 영화 OST에 수록된 이선희의 유명한 노래 인연>도 이 영화가 사랑에 대해 다루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뒷받침한다. 예나 지금이나 동성애에 폐쇄적인 한국에서 관객수 천만을 돌파하며 이례적으로 대박을 친 퀴어영화다. 이준기의 풋풋한 신인시절 모습도 관전포인트.



 (2) 독특한 분위기와 구성의 장르영화


-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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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날 주인공 민아가 교내에 소문이 자자한 커플 효신과 지은의 교환일기를 줍게 되고 그걸 읽으면서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 호러영화. 고전적 한국 공포영화의 ‘복수’라는 공식을 그대로 끌어오면서도 소수자가 장르영화, 특히 호러영화에 등장할 때 종종 ‘괴물’로써 영화의 한 장치처럼 기능하던 경향과 다르게, 오히려 퀴어인물을 서사의 중심에 두면서 이끌어가는 독보적인 구성을 보인다.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혹은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걸 기억하라’라는 뜻의 ‘Memento Mori’ 라는 영어 부제도 인상적이다.


- 클라우드 아틀라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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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닝타임이 길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추천하는 작품이다. 윤회 사상에 기반한 거대한 세계관을 통해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판타지(+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영화. 여섯 개의 각기 다른 스토리가 얽혀있는데, 그 중 두 번째가 게이커플의 이야기다. 이 외에도 하나의 주제의식 아래에서 다양한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신선한 관점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영화계의 대표적인 트랜스젠더 거물 워쇼스키 자매 작품라는 점도 주목해 볼 만하다. 다만, 동양인 배두나가 버젓이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임에도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고찰이 부족했다는 것이 영화의 가장 치명적 흠이다.


- 록키 호러 픽쳐 쇼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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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 B급 컬트영화의 대명사. 크로스드레서 양성애자 외계인이 주인공으로, 영화의 모든 것이 정말 파격적이고 어이없으며 여자남자를 가리지 않고 뜬금없이 죽이고 벗긴다. 다만 슬프게도 중간에 끔찍한 부분이 하나 있는데, 주인공이 커플의 침대에 각각 몰래 잠입해 섹스를 하는 장면에서 “너도 즐겼잖아~”, “사실 충분히 저항하지 않았으니까 싫었던게 아니잖아~” 류의 대사가 정말 역겹다. 전반적으로 이런 부분들이 다소 있음을 감안하고 보기를 권장한다. 하지만 B급 컬트영화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호평할 작품.



 (3) 달달하고 격정적인 로맨스영화


- 캐롤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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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근한 색감과 부드러운 분위기의 정석적 로맨스 영화. 설명이 필요 없고 일단 봅시다.


- 아가씨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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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 를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장센으로 강렬하게 재구성한 영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총 3부로 구성되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 스릴러이기도 하다. 남성중심적인 체제에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연대하고 저항하는 두 여성 인물, 숙희와 히데코의 사랑과 해방을 그린 작품으로, 로맨스가 서사의 중심을 차지함에도 완성도가 굉장히 높다. 당시 신인이던 김태리의 영화계 데뷔작으로도 유명하다.


- 불한당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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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갈수록 파멸을 향해 치닫는 느와르 멜로영화. 앞서 소개한 두 작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상업적 흥행에 그리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큰 마니아 팬덤을 형성하고 있어서 내부적으로는 어느 정도의 입지를 가지고 있다. 얼핏 남자들 간의 의리와 배신을 담은 평범한 느와르 영화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변성현 감독이 주인공 현수와 재호의 관계를 “멜로서사에 중점을 둔”, “우정이나 의리 등으로 포장되는 ‘브로맨스’가 아니라, 누가 봐도 감정적으로 사랑이라 느낄 수 있는 관계”라고 분명히 밝힌 인터뷰를 통해 당당히 퀴어영화 반열에 들어선 작품이다.



 (4) 좌충우돌 인물의 성장영화


- 헤드윅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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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드윅은 그 벽과 같답니다. 분열의 경계에서 당신 곁에 서있죠. 동쪽과 서쪽, 속박과 해방, 남자와 여자, 꼭대기와 밑바닥의 경계에 있습니다.” 영화의 막이 오름과 동시에 시작되는 노래 Tear Me Down>의 가사에 나타나듯 ‘경계의 인간’ 헤드윅이 폭력과 상처를 딛고 성장하는 뮤지컬 영화. 글램 록, 컨트리, 발라드 등의 다양한 음악 장르에 맞춰 80년대 드랙이나 펑크 문화의 한 자락까지 엿볼 수 있는 역사적인 필름이다. 영화의 감독이자 주연배우가 제작한 동명의 뮤지컬이 마니아 층에서 매우 흥행하기도 하였다.


- 어바웃레이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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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가정의 트랜스남성 청소년이 성별정정 허가를 받기 위해 이혼 후 얼굴도 못 본 지 한참 된 생물학적 아버지를 찾아가는 이야기. 가족 구성원이나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 레이의 커밍아웃과 정체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 함께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모색하는 과정을 부드럽게 그려냈다. 비규범적 정체성과 자신이 지향하는 삶을 지켜내기 위한 문제해결 방식으로, 가장 흔히 차용되는 저항과 탈출이 아니라 상호 존중과 공존을 택했다는 점에서 안정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 문라이트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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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상 최초의 퀴어영화 작품상 수상작. 영화는 잔잔하게 눈부신 푸른 달빛이나 푸른 바다와 함께, 주인공 샤이론이 사랑하고 상처받으며 치유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포스터를 유심히 보면 단순히 한 인물의 얼굴이 세 가지 색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게 아니라 서로 다른 인물들의 얼굴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왜 그렇게 디자인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퀴어 코드가 서사를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영화 내내 중요한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구성 방식이 매우 완성도 높게 느껴지는 작품.


 (5) 언기도에는 없지만 빼기는 아까운 인디영화


- 꿈의 제인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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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캐릭터가 나오긴 하지만 그의 퀴어성이 서사에 아주 핵심적이지도 않고 대단히 특별한 특징으로 묘사되지도 않는데, 오히려 그 점에 높은 점수를 주게 되는 영화. 메인 서사는 가출청소년 이야기인데, 그만큼 자극적인 소재들도 다소 나온다. 성폭력과 살인의 매우 직접적 묘사가 있으니 꼭 주의하길 바람. 이외에는 영화 전반의 아름다운 색감이 눈여겨 볼 만하다. 참, 영화가 끝나면 당신도 집에 미러볼을 달고 싶어질지 모른다.


- 불온한 당신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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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의 구체적 개념과 이론은 세계에서나 국내에서나 정립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이전에 이런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당연히 아니다. 레즈비언이나 트랜스젠더라는 단어가 들어오기 전 ‘바지씨’로 평생을 산 1945년생 이묵씨의 인생과 함께, 그 시절부터 현재까지도 진행형인 혐오 정서가 가져오는 두려움과 공포 앞에서도 삶을 이어나가려 끊임없이 싸우는 퀴어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 120 BPM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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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과 보호를 촉구하고 인식 개선 캠페인을 전개하는 인권단체 ‘ACT UP’ 파리지부의 활동을 토대로 구성한 픽션 영화. 에이즈 선고 이후 예정된 죽음을 향해 걸어가면서도 삶에 대한 투쟁을 멈추지 않는 활동가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피 색깔의 페인트를 제약회사 사무실에 난입해 마구 부어버린다던가, 에이즈로 사망한 활동가의 뼈를 세미나 회장에 흩뿌리는 장면 등은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과격시위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여기에 있는 재미있는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서 볼 생각 하니 벌써부터 기대되지 않나요?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겠죠! 아쉽게 담지 못한 멋진 작품들도 아직 너무너무 많답니다! 도서관에서 영화를 여럿 보고 나면 직접 상영관에 가서도 퀴어영화를 볼 수는 없을까 고민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혹시 그렇다면 올해는 한국퀴어영화제(kqff.co.kr)와 서울프라이드영화제(lgbtfilm.blog.me)를 찾아가서 새로운 작품들도 많이 접해보며 퀴어 인권에 대한 견문을 더욱 넓히는 건 어떨까요?


  그런 의미로 문우에서 작은 이벤트를 하나 준비했답니다! 기사를 재미있게 읽어주신 세 분께 2019 한국퀴어영화제 관람권을 보내드리려고 해요. 위 추천목록에서 5개 이상의 영화를 관람한 후 아래의 QR코드를 접속하면 연결되는 구글폼에 작품명을 체크해 보내주시고 문자퀴즈까지 맞추면 응모 완료! 새내기 분들이 아니라도 참여할 수 있어요. 7월 1일 0시에 마감하여 추첨하겠습니다. 그때까지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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