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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이의 새내기 대학생활

수습편집위원 매니

by 문우편집위원회 Feb 23. 2024

빵빵이의 새내기 대학생활 #1


  힘겨웠던 수험생활을 뒤로 하고 꿈에 그리던 대학생활을 맞이하게 된 빵빵이!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설레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날이에요.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정문을 지나 독수리 상도 지나 오티 장소에 도착했군요. 얼핏 봐도 우리 과인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사람을 붙잡고 쭈뼛거리며 말을 건넵니다. “저..혹시..뿅뿅과 오티 장소가 여기 맞나요..?” 그러자 그 사람이 대답하네요. “앗! 신입생이시군요! 빵빵씨 만나서 반가워요. 편하게 오빠(또는 언니)라고 불러~.”     


  이 대화에서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당신! 아주 칭찬합니다. 아무 문제없는 일상적인 대화라고 생각한 당신! 문우의 나머지 글과 앞서 발간된 호들을 찾아 읽으며 공부하시길···.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행동하는 편이 혹시 무례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괜한 오해를 사지도 않고요. 선배라는 위치에 있어도 다를 바 없어야 합니다. 대학 생활을 먼저 시작한 입장에서 나이가 많을 것이라는 추측을 통해 반말을 사용하는 것이 그다지 합리적이라고 보이지 않는데 말입니다. 혹 어메리칸 마인드를 가지고 “난 존댓말을 쓰는 꼰대같은 문화가 마음에 안들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반말에는 반말! 대화도 어메리칸 스타일의 반말로 해주세요! 반말은 전혀, 절대로 친근함의 지표가 되지 않는답니다. 또한 우리가 지극히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오빠’, ‘언니’와 같은 호칭들이 누군가에게는 피하고 싶은 호칭이 될 수 있습니다. 분명 저런 단어들은 핏줄을 함께 하는 호적메이트들을 부르는 데에 사용하는 것이 주목적이고, 이때까지 그렇게 써왔는데 갑자기 대학생이 되었다고 입에 붙지 않는 ‘오빠’가 붙을 리가 있나요. 학교에서 공식적인 일로 만나게 되었음에도 나는 남자이고, 상대방은 단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이기 때문에 ‘누나’라는 호칭으로 불려야 하는 상황이 꼭 필요한 걸까요? 자신과 선배가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고, 호칭을 정리할 정도로 친근한 관계가 되기 전까지 누나 오빠와 같은 호칭은 잠시 넣어두세요. 대학생의 신분을 획득한 당신은 이런 사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까지도 주의해야 할 의무를 다소 가지게 되었답니다.      



#2


  새내기의 대학 라이프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면 바로바로 그것은 술! (함성소리 박수짝짝~!) 빵빵이의 삶은 알코올을 들이키기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입니다. 어쩌다 어른들이 한 입씩 맛보여 주시던 술은 쓰고 떫기 그지없었는데 대학에 오고 나서 마시는 술은 왜 이리도 달콤할까요.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지 대학에서 뫄뫄가 모이는 자리에서는 술이 빠지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모이고 조용히 술만 마실 수가 있나요, 이윽고 술자리의 재미를 더하는 술게임이 등장합니다. “배스킨라빈스 31~ 귀엽고 깜찍하게 31~” “러브샷! 병신샷!” 빵빵이는 귀엽고 깜찍하게 술을 마시고 싶지도, 생판 모르는 사람과 팔짱을 끼고 잔을 기울이고 싶지도 않습니다. 당황스럽고 불편하지만 분위기를 흐리는 것 같아 말을 꺼내지도 못하네요.  

   

  신입생의 학교생활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술과 술게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이른 새해에 수시 합격생들을 위주로 이루어지는 학교의 비공식 오리엔테이션도, 학과의 오리엔테이션도, 새내기 배움터에서도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술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죠. 손위 형제자매가 있는 새내기들이나 술이 유독 약한 새내기들은 미리 술게임을 배워오기도 합니다. 신입생이 주를 이루는 행사에서는 술게임이 빠지지 않고, 벌주를 마셔야 하는 사람이 되면 어느 정도 골치가 아파옵니다. 술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괴로울 수 있는 자리가 머리를 써야 하는 혹은 죽었다 깨나도 못할 것 같은 모션을 요구하는 혼란의 장이 되어버려요. 심지어 게임이라는 명목 하에 갖가지 괴상망측한 표현들이 난무하게 됩니다. 귀여운 척 애교를 부리며 어린아이의 행동을 따라하거나, 눈곱만큼도 원치 않는 신체접촉이 일어나는 술자리라니요! 차마 글에 담기조차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러브샷, 왕게임 등을 모두 포함해서 말입니다. 처음 만난 것과 다름없는 사람들끼리 서로 더듬으며 술을 마셔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또 애교 같은 건 눈 딱 감고 한 번 하면 되는 거 아니냐구요?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민망할뿐더러 자칫 유아동을 성적으로 대상화 하는 위험으로까지 번질 수 있습니다. 친목을 도모하고 어색함을 깨기 위해서 정녕 술게임이라는 방법을 동원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걸까요? 지성인이라면 우아하고 지적인 대화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해보도록 해요. 꼭 대화가 아니더라도 단 한사람 몫이라도 빈축을 덜 사고 야유를 덜 받는 방법을 함께 고안해서 실행했으면 좋겠군요. 게임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을 충분히 존중합니다. 그렇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존중해 주시길···.     



#3 연애안하니?


  시끌벅적했던 입학식이 지나고, 드디어 꽃피는 봄이 왔습니다. 우리의 뫄뫄는 다행스럽게도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며 캠퍼스를 거닐고 있네요. 빵빵이는 벚꽃이 만개한 백양로 삼거리를 지나며 학내에서 꽤 유명한 과CC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빵빵아~ 요즘 뭐하고 지내? 대학도 왔는데, 넌 연애 안하니? 내가 괜찮은 사람 한 명 소개시켜줄까? 응?” 대학만 합격하면 내 이상형과 똑 닮은 애인이 생길 거라고 은근히 기대가 되긴 했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연애사업에 발을 담게 되어도 괜찮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그렇다고 거절을 하자니 나 빼고 모두 연애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아 한편으로는 조바심이 나기도 하죠.      


  모름지기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사학(!)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이라면 빡빡한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보냈을 것이 어느 정도 예상이 갑니다. 그 중 대다수는 부모님의 압박으로, 학교의 금지령으로 연애는 언감생심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도 대충 짐작이 가네요. 다들 한번쯤은 대학에 오면 연인이 생긴다는 말, 들었을 거잖아요? 어디 듣기만 했을까요, 순수하게 그 말을 믿기도 했잖아요? 낭만이 살아 숨 쉬는 캠퍼스를 걷다보면 괜히 마음이 떨리는 순간들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혹은 미팅이나 소개팅을 오가며 반쪽 찾기에 여념이 없는 분들도 분명 계실 테구요. 당신이 연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다만, 주변 사람들에게 연애가 전부인 것처럼 행동하는 게 굉장히 실례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참 고마울 것 같아요. 연인이 있지만 일련의 이유로 밝히기 어려울 수 있고, 연애를 시작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관심 없는 주제의 대화에 말려드는 것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단어에 성별을 붙이지 말아주세요(제발!) 애인의 유무를 묻는 질문에도 남자에겐 자연스럽게 여친, 여자에겐 자연스럽게 남친이 있냐고 묻곤 하죠. 남자친구/여자친구로 그 대상을 한정짓는 것···이제 그만···. 이 문단에서도 사용되었듯이 ‘연인’이라는 호칭이 훨씬 덜 배타적이고 훨씬 더 포괄적입니다. 겸사겸사 호칭도 신경 써서 말씀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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