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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68호 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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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우편집위원회 Feb 24. 2024

지옥으로의 배달

수습편집위원 튜브

  배달앱 이용자 수는 3천만 명이 넘어가고 ‘새벽배송’, ‘로켓배송’ 등 다양한 택배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 우리는 ‘배달’ 없이 살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롯데택배’, ‘CJ 대한통운’, ‘우체국 택배’ 등을 포함한 기존 물류 배달 택배 서비스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 ‘마켓컬리’ 등의 요식업 배달 서비스와 ‘GS25 편의점 택배’, ‘CU 편의점 택배’와 같은 편의점 택배의 등장이 더해져 배달 서비스 산업의 몸집이 점점 커지면서 삶은 더욱 편리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마냥 편리하게만 보이는 배달 서비스의 이면엔 모두가 모르고 지나치고 있는 중요한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지난 5월에 진행된 ‘배민 라이더 파업’과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전국택배노조가 참여해 2주간 지속된 ‘민주노총 총파업’ 등, 지속적인 배달⸱택배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들어본 적 있을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그들이 파업해야만 했는지 그 답을 찾기 위해선 우선 노동시장에서 그들이 어떻게 정의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택배기사, 음식 배달원 등은 한국 표준 직업 분류표에 따라 운송 관련 단순 노무원 중 배달원으로 분류됩니다. 이 중,택배기사와 같이 트럭 등의 배달 차량에서 물품을 운반하는 직업군을 택배원, 배민라이더와 같이 이륜자동차(오토바이)를 통해 물품을 운반하는 직업군을 퀵 서비스 배달원이라고 합니다. 또한 배달원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직)으로 분류되는데 특고직은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개인사업자 형태로 일을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란 고정적이고 명확한 하나의 조직에 속해 노동을 제공하는 대가로 임금을 받는 ‘임금노동자’로 인식되고 정의됩니다. 하지만 특고직은 조직에 속하지 않은 하나의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임금노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합니다.[1] 이 특성 때문에 특고직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각종 기준으로부터 이탈하곤 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시가 근로기준법입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의 범위에서 벗어난 특고직 배달원들은 노동자로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들로부터 밀려난 채 여러 차별을 받으며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중 하나로 4대 보험 적용 차별이 있습니다. 2021년 7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활물류서비스법)이 도입되기 전까지 배달원은 4대 보험 중 하나인 고용보험의 의무 적용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법의 도입 이후에도 대상에 포함된 직종은 ‘택배기사’ 뿐이었고 2022년 1월이 되어서야 퀵 서비스 배달원도 고용보험 의무 적용 대상자로 인정받았습니다. 한편,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여 가입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배달원은 특고직이기 때문에 가입을 희망하는 때에만, 사업주와 반씩 부담해 보험료를 납부해야만 했습니다. 2023년 7월 1일부로 산재보험법이 개정됨에 따라 배달원도 산재보험 의무 적용 대상에 포함되었지만 사업주와 보험료를 나누어 부담해야 하는 현실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배달원은 특고직인 동시에 ‘필수업무종사자’로도 분류됩니다. 필수업무종사자란 ‘돌봄서비스, 운송서비스, 보건의료,환경미화’ 네 가지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부르는 말로 국민의 생명 및 안전, 사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직업군을 뜻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필수업무의 중요도에 대한 인식이 환기되면서 정부는 ‘필수업무종사자법’을 제정해 필수업무 종사자의 처우 및 근무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명시하였습니다. 배달원은 우리 삶의 기본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배달 업무의 특수성으로 인해 배달원만이 직업군으로서 필수성을 인정받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노동자’와는 다르다고 규정되는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이렇듯, 배달원들은 우리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노동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그 불안정한 지위로 인해 기본적인 노동환경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형편에 처해있습니다. 운송 서비스 종사자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사례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2021년 초 대대적인 택배연대노조 총파업으로 인해 택배 배송 대란이 일어난 적이 있었습니다. 총파업의 배경에는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찾아온 변화가 있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10% 안팎으로 늘어나던 택배 물류량이 코로나 시작 이후 21%나 증가하게 되면서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2001년 이후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급격히 많아진 택배 물류량을 기존 택배 기사들이 전부 감당해야 했습니다.[2] 택배 기사들은 심야 배송까지 강행해가며 주 60~70시간에 달하는 고강도의 노동을 통해 이 모든 물량을 소화하였습니다. 게다가 배달 업무뿐 아니라 분류 작업까지 택배 기사들이 도맡아 해야 했기 때문에 이들의 신체적인 피로도와 고통 또한 극에 달하였습니다. 이는 노동자들의 신체⸱정신 건강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쳤으며, 실제로 2020년 한 해 동안 우체국 택배, CJ 대한통운, 롯데택배 등 여러 택배사의 노동자 총 22명이 자살 또는 과로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동료들의 죽음을 더는 지켜볼 수 없었던 전국 택배 운송 노동자들이 연대하여 파업으로 뜻을 모으게 된 것입니다.     


  택배 운송 노동자들이 당시 파업을 통해 요구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 최대 60시간, 일 최대 12시간을 목표로 하고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오후 9시 이후 심야 배송을 제한할 것 ▲분류 작업은 택배 기사의 기본 작업 범위에서 제외시키고 택배사가 분류 작업 전담 인력과 비용을 부담할 것 ▲불가피하게 분류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할 것. 이 외에도 전국택배노조 부산지부와 진보당 부산시당 등으로 구성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 부산이행점검단은 CJ, 한진, 롯데 등에 고용된 150명의 택배 운송 노동자가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82.7%의 노동자가 찬성한 주5일제 근무와 91.3%가 찬성한 택배 요금 인상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3] 당시 택배 운송 노동자들이 요구한 사항은 노동자로서 요구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내용들이었습니다.      


  택배연대노조 총파업의 결과로 21년 1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분류 전담 인력 투입’, ‘심야 배송 제한’ 등을 약속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7월에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도입되어 실질적이고 법적인 근로 환경 개선의 조짐이 보이는 듯하였습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성공적인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2023년 7월에 있었던 민주노총 총파업에 임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한선범 정책국장은 21년 사회적 합의 이후의 택배 운송 노동자의 삶에 대해 “여전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넘겨 주 55~60시간 정도 근무하고 있으며 분류 전담 인력을 고용한 사업장은 전체 30%일 뿐 완벽하지 않다. 주5일제도 시범 사업에 그쳤고 문제는 여전히 많다”라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했습니다.[4] 과로사 수치가 줄어드는 등 분명한 개선은 있었지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해결 방법이 필요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택배 운송 노동자 외에도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운송 서비스 종사자 직군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배민 라이더’를 비롯한 퀵 서비스 배달원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것은 택배 물류량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개인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개별 음식점 전단지를 보고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배달앱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는 세상이 도래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세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더더욱 퀵 서비스 배달원이 겪는 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2020년 10월, 오마이뉴스에서는 10대~50대 배달라이더 5명의 이야기를 담은 라이더유니온 인터뷰 기획 ‘나는 배달노동자다’를 보도했습니다. 이후 여러 법안이 제정되고 개정되었기에 2020년 배달노동자들의 경험과 지금의 처우는 다를 수 있지만, 가장 큰 음식 배달 대행 플랫폼인 배민의 라이더들이 배민을 상대로 파업 투쟁을 벌여온 것은 2023년 5월까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이 특집 기사를 통해 라이더 노동 환경의 구체적인 실상을 들여다 보고자 합니다. 

     

  인터뷰 기사에는 배달을 가던 도중 택시와 충돌하는 접촉사고가 발생한 10대 라이더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산재 보험 적용이 확대되기 전인 2020년 당시 산재 보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때에 따라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경우’임을 증명했을 때뿐이었으며, 그마저도 신호 위반 등 12대 중과실에 해당되는 행위를 했을 경우에는 보상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5] 애초에 신호 위반 같은 중과실 행위를 안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싶겠지만 교통법규를  전부 지키며 배달을 하기란 어려운 현실입니다.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50분 소요’와 같은 배달 도착 예정 시간이 알림창에 뜹니다. 이러한 요구를 맞추지 못하고 정해진 시간이 지나서 음식을 배달하게 되면 늦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객이 컴플레인을 걸거나 심할 경우에는 음식값을 라이더에게 음식값을 물어내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 경우, 라이더는 폭언을 하는 고객을 응대하면서 생기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물론이거니와, 음식값을 물어주는 경우 해당 업무를 통해 번 배달팁을 넘어서는 금전적인 손해를 보게 됩니다. 라이더들이 충분한 동선 계산 끝에 배달 시간에 늦지 않는 선에서 주문을 선택하고 처리해 움직인다 해도 도로 위에선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예외 상황,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착 예정 시간을 지키기 위해 라이더는 어쩔 수 없이 과속 운전이나 신호 위반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사고 위험률은 더 올라갑니다.     


  라이더는 특고직인 동시에 필수노동자로 분류된다는 점에서는 택배 기사와 같습니다. 그러나 라이더의 업무가 지니는 특성으로 인해 라이더는 플랫폼 노동자에도 속하게 됩니다. 택배기사의 경우 택배기사를 고용하고 있는 택배 회사가 명백한 사용자가 되지만 플랫폼 노동자인 라이더는 사용자가 불분명한 플랫폼을 통해 노동을 거래합니다. 플랫폼 노동에서 사용자는 노동자의 업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 외의 의무를 갖지 않습니다. 근로 계약이 필수가 아니고 사용자가 모호한 탓에 플랫폼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제대로 된 계약서 없이 일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을 한다고 해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바꾸는 등 실상 실효성 없는 계약인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이 산재보험법의 보호를 받기란 더욱 어렵습니다.[6] 라이더가 배민과 계약을 체결하고 배민 라이더라는 노동자로 일을 한다고 해도 배민이라는 ‘회사’는 노동자의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합니다. 배민에서 노동자에게 ‘산재포기’ 조항을 담은 부당한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났을 때에도 배민은 모든 책임이 하청업체에게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였습니다.[7] 산업재해의 위험성이 높은 직군에 종사하면서 산재보험 혜택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배달 대행 업체 라이더도 택배 기사와 똑같이 배달 건당 임금을 받게 됩니다. 한 30대 라이더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배민의 경우 기본 배달료 3천원에 그날 그날 프로모션에 따라 배달료 변동이 있다고 합니다. 같은 음식점 주문을 처리한다고 해도 어제는 프로모션으로 건당 5-6천원을 받고 오늘은 3천원을 받는 경우가 있어 날마다 기본적으로 수입 변동폭이 크다는 것입니다. 프로모션의 유무나 하루에 소화하는 물량에 따라 임금이 널뛰기 때문에 배민이 라이더 구인 공고를 낼 때 ‘월 600’ 등으로 광고하는 내용은 결국 운이 좋아야, 하루종일 쉬지 않고 달려야 손에 쥘 수 있는 돈의 액수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배민은 주문 콜을 받을 수 있는 앱을 1분이라도 늦게 켜는 경우 벌금을 붙이기도 합니다. 또 초반에 무료로 지급해 줬던 오토바이의 모델을 추후 싸구려 오토바이로 바꾸어 사고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게 만들고 오토바이 렌트비까지 받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갑질’을 해 왔습니다.[8]      


  라이더들도 라이더만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을 조직하고 여러 차례 파업 투쟁을 비롯하여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 왔지만 유의미한 합의에 도달한 적은 많지 않았습니다. 지난 23년 5월 배민라이더스의 운영사인 ‘우아한청년들’이 배달노조와 단체 협약을 체결하여 지속 가능한 배달업을 위한 상생 지원제도 운영을 약속하긴 했지만 이릍 통해 배달 노동 환경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는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택배 운송 노동자와 퀵 서비스 배달원(일명 라이더), 다른 듯 비슷한 두 사례를 통해 운송 서비스 종사자들이 처한 노동 환경에 대해 들여다 보았습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는 배달 건당 측정되는 임금으로 인한 긴 노동시간과 과로, 많은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내다 보니 생기는 사고 위험성, 앞서 다루진 않았지만 매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물건을 운반하면서 생기는 허리/목의 통증으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제도적인 대안으로는 무엇을 들 수 있을까요?


 운송 노동자가 법정근로시간을 훨씬 초과하여 일해야만 하는 것은 운송 관련업의 임금이 전부 건당 측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택배 요금이나 배달 수수료 인상이 곧바로 운송 노동자에게 돌아간다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2021년 택배 총파업 당시 CJ 대한통운이 택배 요금을 대대적으로 인상했지만 이로 인한 추가적 이윤을 노동자와 나누지 않아 택배 기사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인상 전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택배 요금/배달 수수료 인상 시 발생하는 추가 이윤이 반드시 노동자에게 돌아갈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는 ‘요금이나 수수료 인상 시 일정 비율 이상 무조건 노동자에게 지급할 것’을 명시한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과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는 시급제로의 전환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과로의 주된 원인은 건당 보수를 지급하는 임금 지급 형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급제가 도입된다면 무리해서 하루에 많은 양을 배달할 필요가 없어질 것입니다. 반드시 최저시급보다 높은 시급을 지급해야 하며 하루 적정한 최소, 최대 배달량을 정해야 합니다.     


  운송 노동자는 평균 주 60시간 동안 매연이 가득한 도로 위를 달려 수많은 물건들을 들고 건물을 오르내리는 일을 반복합니다. 게다가 배달은 대면 서비스의 영역이기 때문에 고객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감정노동까지 수행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각각 지속적인 매연 노출로 인한 호흡기 질환과 허리/목의 통증, 언어 폭력으로 인한 정서적 스트레스로 이어집니다. 때문에 노동자의 건강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모든 택배사/배달대행업체는 노동자들이 쉬는 날 주기적으로 혹은 건강 검진을 원하는 경우 언제든지 무료로 종합적인 건강 검진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도입해야 합니다. 일례로, 쿠팡은 택배 노동자들의 주기적인 건강 상태 체크를 위한 유급 건강케어 시스템인 ‘쿠팡케어’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물론, 해당 제도는 노동자의 급여에 기댄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정부가 제시한 ‘필수노동자 보호 지원 대책’을 통해 ‘운송 종사자의 건강권 보호’의 필요성을 천명한 바 있는데, 이를 고려할 때 노동자의 건강 보장은 개인 내지는 사업주의 수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운송 노동자는 도로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매년 약 20만 건, 하루에 약 550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도로는 결코 안전한 공간이 아닙니다. 이런 도로를 매일 달려야 하는 운송 노동자는 산재의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사방이 뚫린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해야 하는 퀵 서비스 배달원의 경우 보호 장비를 착용하더라도 사고 시 크게 다칠 위험이 있습니다. 실제 코로나 이후 배달 물류량이 전체적으로 급증하면서 2019년 106건이었던 택배기사의 산재 승인 건수도 2021년 417건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9] 물류량이 늘어날수록 산재도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산재에 취약한 운송 노동자는 지난 7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여전히 산재보험료를 사용자와 반씩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특고직의 산재보험료 절반 납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 법원이 “특고직은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위험을 스스로 부담해 근로자보다 사업주와 유사한 면이 있다”[10]라고 판단해 ‘이유 있는 차별’이라고 명시한 바, 특고직 전체의 산재보험료 납부 방식을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낸다는 특수한 성격을 감안한다면, 운송 노동자의 산재보험료는 사용자가 전액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며, 그 주체인 사용자 또한 명확히 수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택배 물류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배민을 비롯한 요식업 배달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점점 다양해지고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두가 배달 서비스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고 배달은 더이상 우리 삶에서 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배달 노동자는 누구나 될 수 있고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습니다. ‘배달’이라는 노동은 우리에게 일상적인 공간에서,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노동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행동으로 조금 느리더라도 긍정적인 변화의 흐름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택배 파업으로 배송이 지연되더라도 불평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 노동자에게 공정하게 분배되는 배달 수수료 인상에 찬성하는 것 등 작은 태도의 변화로 운송 노동자와 연대할 수 있습니다. 태도의 변화는 사회적 시선의 변화로 이어지고 노동 환경 변화의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시선에서 출발한 새로운 시작은 결국 기존 법 제도의 개선과 새로운 법 제도의 수립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할 것입니다. 운송 노동자가 더는 불합리한 환경에서 일하지 않도록 작은 것부터 함께 바꿔 나갈 수 있습니다.      


[1] 김철식 외, 『모두를 위한 노동 교과서』, 오월의 봄, 2021, 33.

[2] 김혜림, “[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65 ...택배기사 과로사는 '구조적 타살'” 매일산업뉴스, 2021.05.05., https://www.imsn.kr/news/articleView.html?idxno=5871

[3] 차근호, "택배 노동자 82.7% 주 5일제 찬성, 요금 현실화 91.3% 찬성" 연합뉴스, 2021.05.26., https://www.yna.co.kr/view/AKR20210526111000051

[4] 성상민, “‘사회적 합의’ 그 이후... 택배노조가 여전히 싸우는 이유” 오마이뉴스, 2023.07.14.,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44237&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5] 홍세미, “배달라이더가 사고 나면 반드시 없애야 하는 것” 오마이뉴스, 2020.10.08.,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81385&SRS_CD=0000012928

[6] 김한나, “배달노동자 표준계약서 '유명무실'…"만능키 된 약관동의"” 쿠키뉴스, 2023.06.01., https://www.kukinews.com/newsView/kuk202305310204

[7] 김유라, “배민 B마트 직원에 ‘산재포기’ 강요에도... 배민 “회사 책임 아니다” 발빼“ 르몽드디플로마티크, 2021.10.21.,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15079

[8] 박희정, “들쑥날쑥 수수료... ‘배민 장난질에 놀아난다 싶죠’” 오마이뉴스, 2020.10.18.,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83579&SRS_CD=0000012928

[9] 신훈, “코로나19 이후 택배노동자 산재 4배 늘었다” 매일노동뉴스, 2022.09.22.,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1077

[10] 채민석, “법원, ‘특고직’ 배달기사 산재보험료 절반 납부에 ‘차별 아니다’” 조선일보, 2022.07.11., https://biz.chosun.com/topics/law_firm/2022/07/11/QOTWFX5KWFHBNOOVNIETFXBZ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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