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편집위원 검은
코로나 19 바이러스(이하 코로나 19)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에 찾아와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현재 다른 나라에 거주하고 있거나 자국을 떠나 자신이 머물 곳을 찾아 이동 중인 사람들도 예외 없이 코로나 19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지요. 국적에 따라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달라지는 것이 아닌 이상, 감염병이라는 위기 앞에서 외국인은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감염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실제로도 외국인은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기 쉬워 재난 약자로 규정되어 부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죠. 그럼 이들은 현재 코로나 19 사태에 있어서 제대로 보호받고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어떤 이들, 특히 난민과 이주 노동자들은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누릴 수 있고, 이미 누리고 있다고 여겨지는 권리마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감염병이라는 거대한 재난에 맞서게 되면서 많은 일이 ‘그다음’으로 미뤄졌습니다. ‘코로나 19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전 세계에 주어진 임무 수행 과정에서도 내전이나 분쟁, 탄압 등 고향을 떠나게 만드는 사건은 끊이지 않아 난민과 미등록 이주민[1]은 지금도 목숨을 건 채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들이 당장 머무는 곳도 난민캠프와 같은 임시거처일 뿐이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열악한 공간이죠. 유엔이 주도하는 예멘 난민 지원 프로그램의 4분의 3가량이 중단 및 축소되거나 세계식량계획(WFP)의 현물배급량이 기존의 50~60%로 줄어드는 등[2] 코로나 19의 여파로 여러 구호단체의 지원이 줄어들면서 물이나 식량 등 기본적인 물자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난민들은 당장의 생계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또한 코로나 19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제활동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즈라크 난민촌의 사람들은 코로나 19 확산 방지 조치로 지역 간 이동이 금지되어 지역 농가의 과일을 수확하던 일거리도 할 수 없게 되었고, 당장의 끼니도 해결하지 못하는 형편에 놓였습니다. 레바논에 머무는 시리아 난민의 60%는 일자리에서 해고당하였습니다.[3] 6월 24일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이주 노동자 수백만 명이 코로나 19로 인한 봉쇄 조치로 일자리를 잃었고 고국을 돌아가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ILO가 지적하고 있듯 그들이 돌아가려는 곳 역시 악화된 경제와 실업률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노동시장이 이들을 모두 수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이주민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고용환경이 더 악화된 와중에, 해고 대상 1순위는 이주민이 되었습니다. 올해 4월 1일부터 10일까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접수된 315건의 긴급생계비 신청을 살펴보면,[4] 신청자의 39%에 달하는 123명은 본인이나 가족이 일자리에서 해고되었고, 30명은 일이 줄어 수입이 감소했으며 11명은 임금 체불을 겪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자리를 잃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해도 귀국하려는 국가 정부의 국경 폐쇄 조치로 국내에 발이 묶인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이들이 처한 현실을 온전히 반영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언어적인 소통에서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보 접근성 측면에서 취약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지만, 코로나 19 관련 정보는 대부분 한국어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다국어로 제공되는 정보는 코로나 19 예방수칙이나 자가격리 수칙 등 일부뿐이고, 확진자의 동선이나 체류 관련 정보, 외국인 지원 정책 등 시급하고 필요한 정보에서 대부분의 외국인은 소외된 상황입니다. 또한 공적 마스크 제도와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정책에서도 결혼이주민과 같은 일부 사례를 제외한 사람들은 지원에서 배제되었습니다.
3월 9일부터 시행된 공적 마스크 제도는 구매자가 내국인은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소지하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게 했지만, 외국인은 외국인등록증과 함께 건강보험증을 제시하도록 요구했습니다. 3월 23일부터 건강보험증 지참 없이도 외국인등록증 혹은 영주증, 거소증으로 대체가 가능하도록,[5] 4월 20일부터는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외국인도 공적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었기에 대부분의 외국인은 제도가 실시된 지 한 달이 넘어서야 공적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6] 공적 마스크 제도에서는 건강보험 가입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DUR 시스템[7]을 활용했는데, 이 때문에 건강보험에 들지 않은 미등록 이주민을 비롯한 외국인은 방역에 있어 가장 기본이라 여겨지는 마스크를 어렵게 구해야 했습니다.
긴급재난지원금 역시 난민 인정자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외국인에게 제대로 지급되지 못했습니다. 서울과 경기도가 시행한 초기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에서 외국인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6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긴급재난지원금 제도 운용에 있어 외국인 배제는 명백한 차별”[8]이라고 판단하여 정책의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현재는 외국인에게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지역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제도의 시행이 지자체 단위로 이뤄지고 있기에 지역에 따라 지원 범위의 편차가 심하고, 신청 과정이 내국인에 비해 어렵다는 한계는 외국인은 늘 소외되고 잊혀 온 존재임을 시사했습니다.
외국인, 특히 난민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책과 제도 차원의 차별은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방역에도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코로나 19 누적 확진자가 가장 많은 도시인 대구시는 5월 1일부터 외국인, 특히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코로나 19 바이러스 검사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검사를 받은 외국인의 수는 500여 명으로 저조했고, 이후 진행된 전북, 충북 등 다른 지역에서의 외국인 대상 검사 현황 역시 대구시와 마찬가지로 검사에 응한 사람들의 수가 매우 적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부는 검사 참여를 장려하고자 미등록 이주민의 검역과 단속을 유예하는 조건을 제시했고 기존에 시행해 온 불법 체류자 통보 의무 면제제도[9]를 코로나 19 검진 및 치료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보는 블로그 등 외국인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플랫폼에서만 홍보되고 있었습니다. 검사 기간에도 여전히 이주민 사이에서 “미등록 이주민은 코로나 19 진단검사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확진 판정을 받으면 본국으로 추방된다”라는 식의 소문이 돌고 있었다고 합니다. 단속이라는 불안 때문에 검사를 회피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정보가 잘 전달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죠.
또한 코로나 19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미등록 이주민을 대상으로 검사를 지시하면서도 사업장, 거주 시설 등 이주민의 현황 파악에 필요한 자료조차 공유하지 않아 지자체 관계자들이 업무 과중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의 불완전함과 함께 검사를 받을지의 여부를 이주민을 고용한 업체의 사업주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역시 검사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하였습니다.
코로나 19와 이에 대한 정책이 이주민들이 우리나라의 사회 구성원으로 온전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에 대한 소외와 배제가 처음으로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기존에 시행되고 있던 외국인에 대한 정책이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개선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방역과 지원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이주 노동 정책인 고용허가제는 이주민의 영주권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대우와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게 했습니다. 동시에 미등록 이주민의 수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단속과 추방이 이어졌는데, 이는 폭력적이고 비윤리적으로 진행되어 이주 노동자에게 피해를 남겼습니다. 이로부터 비롯된 이주민들의 어려움과 단속과 추방 조치에 대한 두려움은 결국 정부가 지원하는 검사를 받지 않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건강보험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의료 제도와 정책 역시 외국인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공적 마스크 제도 등은 건강보험 가입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난민 신청자의 경우 지역 건강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되고 난민 신청을 한 뒤 6개월 이내에 취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직장 건강보험도 가입할 수 없습니다. 6개월 기간 내로 체류하고 있는 난민 신청자의 경우 코로나 19 검사 및 치료 외에는 어떠한 의료 지원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심사 과정을 거쳐 인도적 체류 지위를 얻은 외국인의 경우도 난민 인정자와는 달리 취업의 권리만 보장되어, 법률상 내국인이나 난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을 수 없습니다.
2019년 7월부터 외국인 건강보험 제도가 개정되어 인도적 체류자에게도 지역 건강보험 가입 자격을 부여하고 있지만, 이들의 현실적인 소득과 재산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이고 과도한 보험료 때문에 생계 곤란 등을 이유로 가입하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긴급재난지원금과 마스크는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감염의 위협을 피할 수 없는 외국인도 당연히 필요로 하는 서비스이기에, 국적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지위를 먼저 가져야만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다양한 신분의 외국인은 제도와 정책으로 인해 사회 구성원으로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음이 드러났습니다. 기존의 외국인 정책, 즉 이들을 사회 내부로 받아들이지 않은 차별과 소외가 코로나 19 상황에서 또다시 외국인의 발목을 잡았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방역과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기 어렵게 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해결해야 할 코로나 19를 비롯해 앞으로도 인류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바이러스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 속에서, 난민과 이주 노동자들은 또 재난 약자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외국인을 비롯해 다양한 약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늘 필요하고 계속해서 다뤄져야 합니다. 방역 제도에서의 소외를 해소하는 것, 그리고 그 이전에 근본적으로 외국인을 노동력과 인구 생산의 수단으로만 여겼던 우리나라의 정책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난민과 이주 노동자들도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안전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가 우리의 과제일 것입니다.
[1] 시민단체에서 ‘불법 체류자’로 불리는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이다. 법으로 지정된 체류 기간이나 요건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간의 존재 자체를 불법 또는 합법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 글에서도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2] 김경원, 「[기고]코로나 19로 희망이 멈춘 우간다 난민캠프」, 『국민일보』, 2020.06.26.,(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4697&code=11171314&cp=nv)
[3] 김윤나영‧김향미, 「샴사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내전 10년, 코로나 19 타격 겹친 시리아 난민들」, 『경향신문』, 2020.06.30.,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6301509001&code=970209)
[4] 이재호, 「코로나에 취업문‧귀국길 막힌 이주민 “긴급 생계지원을”」, 『한겨레』, 2020.06.17.,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49691.html#csidxc40df3b6c6eda79bf440800806ec4c1)
[5] 김잔디, 「오늘부터 임신부도 공적마스크 대리구매 가능」, 『연합뉴스』, 2020.03.23., (https://www.yna.co.kr/view/AKR20200323047700017?input=1195m)
[6] 김은영, 「오늘부터 따로 사는 가족의 공적 마스크 구매... 외국인도 가능」, 『조선비즈』, 2020.04.20.,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20/2020042002823.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7] 의약품 처방 조제 지원 시스템(Drug Utilization Review). 의약품 안심 서비스라고도 하며 의약품을 처방하고 조제할 때 실시간으로 중복 처방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8] 이은지, 「인권위 “긴급재난지원금 외국인 배제는 차별”」, 『노컷뉴스』, 2020.06.11., (https://www.nocutnews.co.kr/news/5359666)
[9] 미등록 이주민이 범죄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할 경우 그 사람의 신상정보를 출입국 등 관계기관에 통보하지 않는 제도이다.
참고 문헌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문학과지성사, 2015.
염운옥, 『낙인찍힌 몸』, 돌베개, 2019.
이재호, 『낯선 이웃』, 이데아, 2019.
배소영, 「“숨은 불법 체류자들, 알아서 찾아 검사?”...지자체 난색」, 『세계일보』, 2020.05.24.,
(https://n.news.naver.com/article/022/0003468100)
이은지, 「인권위 “긴급재난지원금 외국인 배제는 차별”」, 『노컷뉴스』, 2020.06.11., (https://www.nocutnews.co.kr/news/5359666)
이일, 「“여기 한국에서 당신은 나중입니다” - 정부의 코로나 19 대응정책이 이주민들에게 주는 메시지」, 『어필』, 2020.04.27., (http://apil.or.kr/?p=13367)
조태흠, 「ILO “코로나 19로 이주 노동자 수백만명 귀국.. 실업‧빈곤 우려」, 『KBS』, 2020.06.25.,
(https://v.kakao.com/v/20200625005621965)
하어영, 「마스크도 지원금도 없다... 코로나 19 위기의 이주 노동자」, 『한겨레』, 2020.06.13.,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94918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