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난무
문우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인터뷰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이 혼술남녀를 진짜 재밌게 봤는데, 종영 다음날 조연출을 맡으신 분이 사망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제가 겪어본 방송업계가 얼마나 빡빡했는지 알리고 싶어서 참가를 결심했습니다.
문우 네. 그럼 먼저, 촬영할 때 노동조건이 어떨지 궁금한데, 경험해 보신 촬영현장의 보수나 노동환경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이 상업영화 같은 경우는 계약서를 많이 쓴다고 들었는데, 제가 지원하는 오디션 같은 경우는 페이가 크지 않다보니까 계약서를 따로 쓰지는 않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완전히 신입이라 페이를 많이 따지지는 않아요. 지금 하기로 한 단편영화도 페이가 짜고요. 보통 회차 당 5만원을 받는데 3만원을 받거든요. 경력을 쌓다 보면 나중에는 회차 당 10만원~15만원을 주는 작품을 지원하게 되겠죠. 지금까지는 보조출연을 몇 번 해봤어요. 영상 한 편이 아니라 씬 두개를 찍는데 13시간이 걸려요. 그런데 페이는 생각보다 너무 적더라고요. 최근에 가장 충격적이었던 일은, 어떤 드라마에 보조 출연했을 때였는데, 점심도 안 주고 물도 안 주고 13시간 동안 촬영하고 4만원을 받았어요. 다른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타 방송사보다 거의 1/2 정도밖에 안 되는 거더라고요. 주연배우들이 페이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보조출연자들도 사람처럼은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대기 시간이 긴 건 원래 알고 있었지만 그 시간에 ‘물 한잔씩 하세요.’라고만 했어도, 저희가 다신 안 하겠다고 마음먹지는 않았을 텐데.
문우 그런 점을 건의해 볼 수는 없는 상황이었던 건가요? 촬영장 분위기가 무서운가요?
이 처우 관련해서 따질 상황은 아니에요. 착하신 분들은 진짜 착하신데 소리 지르시고 예민해지신 무서운 분들도 많으시거든요. 예를 들면, 큰 소리로 "조용히 합시다." 라고 한다든지 옷 같은 거 나눠 주실 때 "빨리 빨리 움직이자." 라고 과격하게 얘기하신다든지···.
그런데 또 이해는 되는 게, 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 스텝들은 마이크나 카메라를 들고 있는데 엄청 힘들어 보이셨어요. 특히 붐마이크 잡고 계시는 분들은 손을 부들부들 떠시고 땀을 줄줄 흘리시는 거예요. 씬을 여러 개 찍다보니까 각도도 다 다른데 그 때마다 조명 같은 것도 직접 다 들어서 계속 옮기고 또 옮기고······. 실내촬영이라 에어컨을 틀어놨는데도 땀을 많이 흘리시더라고요.
문우 처음에도 간단히 언급해 주셨지만, 故 이한빛 피디 사망사건과 CJ의 사과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이 처음에 충격을 받고 여러 기사를 검색했는데, 금방 흐지부지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어요. 저도 연기를 하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혹시나 저도 너무 힘들어지면 이런 걸 똑같이 겪게 되진 않을까······. CJ 사과 내용은 참 좋았는데 이게 진짜 개선이 될지는 솔직히 의문이에요.
문우 마지막으로, 방송계에서 일하게 될 배우지망생으로서 걱정되는 점과 앞으로 어떻게 달라졌으면 좋겠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이 아 걱정되는 거 하나 있긴 해요. 사이트에 올라온 구인광고 중 어떤 게 진짜 믿을 수 있는 건지 걸러지지가 않아요. 제가 한 번 오디션 보러 갔는데 주상복합 아파트, 집으로 오라고 하더라고요. 경비 아저씨가 사무실로 개조됐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래도 집이잖아요. 그래서 못 갔어요. 사이트에서 오디션 구인 정보를 걸러주면 좋겠지만, 사실 그것마저 그냥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배우들이 사기도 (물론 당하면 안 좋지만) 당해보고 다지면서 나아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일반 대중분들이 방송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딴따라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가족, 친척들은 다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저도 그래서 몰래 시작했거든요. 사람들이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방송계 종사자들의 수고를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문우 안녕하세요. 문과대학 자치언론 문우편집위원회입니다.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 故 이한빛 PD님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가 와이벡에는 방송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이한빛 PD님 이야기를 듣고 나에게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감정이입이 됐던 것 같아요.
나 저는 故 이한빛 피디님이 알고 보니 지인의 형제분이셔서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문우 그러셨군요. 먼저 영상 제작에 대해서 몇 가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좀 막연한 질문일지도 모르지만, 보통 영상 한 편 제작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시나요?
다 영상 제작하는 기간에는 거의 잘 수가 없어요. 데드라인만 있고, 실제로 시간이 얼마나 투입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나 일단 촬영 시간 자체도 정말 오래 걸리고요. 그러고 나면 장면을 스토리 라인대로 쭉 나열해요. 그러고 나면 색감도 조정해야 되고 사이사이에 효과도 넣어야 하죠. 다음에는 또 영상을 시사하고 나온 피드백에 따라서 다시 보면서 편집을 하고요.
다 그리고 사실 촬영에는 변수가 굉장히 많거든요. 갑자기 날씨가 안 좋아진다든지 장비에 문제가 생긴다든지. 10시에 끝낼 촬영 계획을 다음날 아침 5시에 끝내기도 하고 그래요.
가 촬영현장에 투입되는 인원에 따라 시간이 좀 달라지기는 해요. 예를 들어 스크립터가 있으면 촬영 현장을 정리해주니까 그만큼 편집시간이 줄어들죠. 그런데 여건이 안 되면 그 작업을 다 혼자서 해야 하니까. 편집 시간이 배로 늘어나요.
문우 혹시 페이를 받고 일을 해 보신 적도 있으신가요?
가 작년에 방송사 스포츠국에서 3주정도 일을 했었어요. 저는 야간조여서 저녁 7~8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6시에 퇴근을 했죠. 그런데 그 3주 동안 거기 스텝들이 계속 같이 밤을 새는 거예요. 교대를 하는지 안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고생을 하시는구나 싶더라고요. 페이는 한 번에 큰 돈을 받으니까 괜찮다 싶었는데, 계산을 해보니까 결국은 최저임금인거에요. (웃음) 야간수당도 안주고요.
문우 장시간 노동이 역시 문제가 되는군요. 혹시 영상 제작 일을 하시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트러블을 겪어 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다 (학내 단체와 일할 때) 한번 문제가 생긴 적이 있긴 했죠. 제가 밤새서 1차 영상을 만들어 보내 드리고 자려고 하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리는 거예요. 영상을 당장 고쳐달라고. 그게 그렇게 금방 되는 일이 아닌데. 이런 건 그 분들이 악의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영상 제작을 잘 모르시기 때문에 생긴 일인 듯해요.
가 예를 들어서, 이것 하나 바꿔주세요 했는데, 이미 전체를 노래에 맞춰서 만들었기 때문에 하나가 빠지면 전체를 다시 손봐야 되는 경우가 꽤 흔하게 있거든요. 반대로 얼마 전에 봤던 분들 중에서는, 저희한테는 비교적 간단한 수정인데, 너무 어려운 걸 부탁드리는 거 아니냐고 하시는 경우도 있고.
나 어쩔 수 없는 걸 수도 있죠. 이것 하나 때문에 (영상 제작을) 공부하실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도 전반적으로 영상 제작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좀 있긴 한 것 같아요.
문우 사회 전반적으로 영상 제작에 대한 지식이 좀 더 보급될 필요가 있겠네요. 다음으로, 영상 관련된 일을 하시면서 가장 힘드셨던 점은 무엇일까요?
다 음… 창작의 고통?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있어요. 그래서 방송을 보면 항상 신기하죠. 저 사람들은 얼마나 고생해서 저런 결과물을 만든 걸까. 저희가 늘 얘기하는 게, 편집은 끝내는 게 아니라 멈추는 거라고 해요. 보면 볼수록 계속 고치고 싶어지고, 그래서 데드라인 전까지 밤도 많이 새죠.
문우 방금 이야기를 들어 보아도 그렇고, 보통 방송을 제작하는데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왜 방송 제작 기한은 항상 빠듯하게 주어질까요?
나 제가 생각했을 때는 결국 예산 때문인 것 같아요. 장소 섭외도 그렇고, 기간이 늘어날수록 필요한 예산이 많이 늘어나거든요.
문우 진로를 방송 계통으로 생각하고 계신가요?
다 어느 정도 그렇기는 한데··· 고민의 기로에 놓여 있죠. 이 업종에 종사하는 순간 규칙적인 삶을 못살게 되는 거잖아요. (지금처럼) 짧은 영상을 만들어도 매일 밤을 새는데. 더 큰 고생을 하면서 내 열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가 저는 줄곧 방송국에 들어가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드라마를 봐도 PD나 작가로 나오는 사람들한테 감정이입을 많이 했죠. 그런데 드라마를 찍고 싶다고 하면 자주 듣게 되는 소리가, 무조건 현장을 경험해본 다음에 결정하라고 하더라고요.
라 저는 영화가 너무 좋아서 와이벡에 지원했어요. 근데 일을 해보니까 제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영상은 예쁠지 모르지만, 그 예쁜 영상 밑에 얼마나 많은 레이어들이 깔려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것 때문에 모니터를 부수고 싶어하는지···. 지금은 영상 제작에 미련을 버렸어요. 거기에 결정적으로 종지부를 찍은 건 이번 이한빛 PD 사건이었어요. 와이벡에는 힘들더라도 PD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은데, (이번 사건을 보면서) 다들 감정적으로 복잡했죠.
가 특히 CJ가 전반적으로 선호도가 높았는데, 이렇게 큰 사건이 터져버리니까. 내가 이 꿈을 계속 꿔도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나 혼술남녀라는 작품 자체가 청년들의 애달픔과 삶과 힐링을 다루는 작품이었는데. 그 현장에서···. 그래서 더 충격을 받기도 했어요.
문우 이런 것들이, 그러니까 방송 현장의 불합리한 상황들이 좀 바뀌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 할까요?
라 일단 전반적으로 인식 수준이 개선되어야 할 것 같아요. 한번은 저희 엄마랑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어요. 중간에 카메라 앵글이 잠깐 바뀌었는데, 스태프들이 다 (카메라에) 잡힌 거예요. 근데 엄마가 그걸 보더니, ‘저걸 찍는데 사람이 저렇게 꽉 차게 들어가?’ 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TV를 보는 사람들은 촬영되어 있는 프레임만 보는 거니까, 현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이유가 그것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가: 맞아요. 이번에 어느 정도 알려진 것들이 있잖아요. 방송이 힘들다, 힘들다 하기는 했는데 50일 중에서 이틀을 쉬었다고 하니까. 이게 말이 되나… 다들 1주일에 이틀 쉬면서 일하는 것도 힘드니까 금요일만 기다리면서 사는데 50일 중에 이틀이라니 이게… 그냥 막연히 힘들다고 생각하는 거랑 이렇게 실제로 알게 되는 건 굉장히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나 방송제작 현장의 실태를 다루는 영상이 많이 제작되면 좋을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운동선수들이 다큐 시리즈 같은 데 나오면서 사람들이 그 노력을 알게 되니까, 그 후부터 운동선수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달라졌다고 생각했거든요.
다 막내한테 일을 몰아서 시키는 문화가 없어져야 할 것 같아요. 고인이 원래 PD신데 (외주제작사에서) 돈을 받아내는 일도 하셨다고 하셨잖아요. 진짜 열심히 살아서 힘겹게 방송사에 들어가셨다고 들었는데, 돈 받아내는 일까지도 모두 했다는 게 참… 좀 충격적이었거든요. 촬영 현장의 많은 일들을 한사람이 다 할 수는 없잖아요.
가 사람 한명 한명한테 조금 더 집중하고 존중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같긴 해요. 한 사람이라도 없으면 촬영은 지연되거든요. 결국에는 예산이 오히려 더 들게 될 수도 있고요.
문우 그렇군요.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한 분씩 오늘 인터뷰나 아니면 이한빛 피디 사건에 대해서 하고 싶으신 말을 들어보고 인터뷰 마무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다 보통 사람들이 이 사건도, 방송 현장의 상황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가 이번 사건이 방송업계 전반적인 구조에 변화를 만들었잖아요. 이게 더 큰 물결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예를 들어 운수나 방송 같은 분야는 법정 근로시간 규제도 적용이 안 된다고 하지만, 저는 그런 분야들에도 꼭 장시간 노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인원을 충원하면 일은 나눠서 할 수 있는 거니까. 마찬가지로 요즘에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분들 얘기 나오잖아요? 학교 관리, 경비하시는 분들도 그렇고. 그 분들의 노동환경들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꾸준하게 관심을 가져주면 사회가 조금씩은 바뀌어 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라 이 기사를 접한 게 시험기간이었어요. 정말 마음이 아픈 한편, 좀 암울하기도 하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공부를 해서 학점 잘 따고 열심히 스펙 쌓아서 방송국에 가더라도 저렇게 허망하게 죽을 수도 있구나. 그리고 방송국의 노동 환경이 그렇게 개선이 안 되다가 사람이 죽으니까 이제야 반응이 나온다는 게 좀 허망하기도 해요. 저는 이 세상에 수많은 이한빛 피디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이 아직 죽지 않아서, 정말 힘들게 삶을 버텨내고 있어서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것뿐이라고. 사람들이 이 일을 잊지 않고, 또 동시에 이게 정말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나 맞아요. 언제나 새겨야 되는 말이지만 일단 이런 일들이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고 지금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방송업계 뿐 아니라 사람을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다른 분야들에도 (이번 사건의) 영향력이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문우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박 안녕하세요. 저는 2012년에 막내작가부터 시작해 현재 방송국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큐로 시작해서 여러 가지 교양 프로그램을 했고요. 지금은 쇼양 프로그램 서브작가를 맡고 있어요. 쇼양은 쇼랑 예능이랑 교양이 섞인 프로그램이라고 보시면 돼요.
문우 현재 맡고 계신 프로그램은 주에 한 번씩 방송 되는 건가요? 방송 준비 시간 및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박 네. 이렇게 주에 하나씩 하는 걸 위클리 프로그램이라고 해요. 이렇게 일주일에 한번 정해진 요일에 방송이 나가면, 한 편을 만드는 스태프들은 4주텀이든 3주텀이든 돌아가는 텀에 따라 일하거든요. 지금 제가 하는 프로그램은 3주 텀인데 저희가 방송 시작보다 한 달 전에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한 편 만드는데 거의 한 달보다 조금 더 걸렸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럼 첫째 주는 아이템이 될 사람들을 헌팅하고 동의를 구한 뒤 추가취재해서 촬영구성안을 제시해요. 그럼 둘째 주에 촬영을 하고 또 그 다음 주에는 촬영한 것을 편집해서 스튜디오 녹화를 해요. 마지막 주에는 완편을 만들고 자막도 띄워서 방송을 내요. 이렇게 저희 팀이 방송을 털고 나면 다음 아이템 찾고, 답사가고 계속 반복되는 거죠. 텀이 빡빡하면 빡빡할수록 더 많이 일을 해야 되고 더 잠을 못자요. 교양이나 다큐의 작가체계는 막내작가, 서브작가, 메인작가로 구성돼 있어요. 그런데 각자 텀이 도는 시간이 다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메인작가분이 5명 계셔서 5주텀으로 돌아가는 경우에 메인:서브:막내의 수가 5:5:5명이 아니라면 수가 모자란 만큼 막내나 서브가 더 많이 일을 해야겠죠.
문우 그럼 일하시는 동안 휴일은 일정하게 보장되어 있으신가요? 그리고 조심스러운 질문일 수도 있지만 혹시 보수는 어느 정도로 받으시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박 제가 지금 하는 프로는 일반인 촬영이 필요한데 그분들은 주말이 편하시니까, 저희는 주말에 일해야 해요. 그래서 저는 주말이 없었어요. 언제 쉬는지 딱 휴일이 정해져있지는 않아요. 이 직업을 하면 거의 그런 것 같아요. 제가 2012년 처음 막내작가로 일했을 때는 120만원을 받았어요. 지금 막내작가들도 그렇게 많이 달라진 거 같지는 않은데, 저는 그때 120(만원)이라고 했을 때 은근히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들었을 때 100만원도 못 받는다고 했거든요. 제가 있는 교양 프로 쪽에서는 보수가 연차 뒤에 0(영)이나 5를 붙인 거라고 얘기하거든요. 그렇다고 1년 차라고 10만원, 15만원 받는 건 아니에요. 뭔가 한 5,6년차 되면 한 60~65만원 주급으로 받겠거니,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거죠. 이제 시급이 7000원으로 오른다고 하잖아요. 최근에 막내들이 받는 걸 시급으로 치면 3000원~4000원이라는 기사를 봤어요. 그런데 처음 온 막내가 ‘저는 얼마 받나요?’ 얘기를 하면 ‘넌 아직 일도 안하고 그러냐’며 좀 흉보겠죠? 저는 요즘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우리가 근로계약서를 쓰는 노동자라면 좀 달라질 수 있을까? 액수를 떠나서 내가 언제까지 일하면 이만큼을 받는다는 걸 알면 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얼굴 붉히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문우 그럼 지금까지 계약서를 작성해보신 적이 아예 없으신 건가요?
박 네 저는 한 번도 없어요. 저도 맨 처음에 일할 때 계약서 안 쓰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근데 여기는 그런 걸 안 쓴다고 하더라고요. 처음 들어왔을 때는 어떻게 안 쓰고도 일할 수 있지 생각했는데 어느덧 5,6년차가 되니까 당연히 그러려니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그러려니 하고 생각을 하기에는 매달 구두로 계약을 하는 거잖아요. 확실한 계약서를 쓰면 좋겠다는 생각은 항상 해요. 왜 안 쓰는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계약서를 쓰는 데가 있기는 있다고 들었는데, 일단 제 주변에서는 계약서를 쓴 걸 본 적은 없어요.
문우 작가는 막내, 서브, 메인작가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런 단계를 올라가는 과정은 어떤가요? 기간이 정해져 있는 건가요?
박 능력제죠. 저도 이제 서브로 한지는 1년 좀 넘었는데 얼마만큼 더 서브를 해야 메인이 되는지는 정해져있지 않아요. 저는 처음 일할 때는 그런(불안정하다, 노동환경이 좋지 않다)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다른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이랑 얘기를 해보고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친구들은 사원에서 대리가 되거나 이런 게 있는데 저는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내가 여기서 인정을 받아야 다른 프로그램에 이력서를 넣을 수 있는 커리어가 되는 거니까.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는 거에 대한 불안도 있었어요.
문우 방송작가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된다고 하던데, 방송작가는 어떤 형태로 고용되는 건가요?
박 엄청 옛날에는 방송국에 소속돼서 일하는 작가를 뽑기도 했었다고 듣기는 했어요. 그런데 그때도 그런 분들은 소수였고, 지금은 아예 없다고 보셔도 될 것 같아요. 방송 작가는 공채로 뽑혀서 회사 소속으로 일하는 게 아니고 이력서를 써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거예요. 그런데 말이 프리랜서지 막내나 서브 같은 경우에는 이게 프리랜서인가 싶기도 하죠. 일은 회사에 소속된 것과 똑같이 하기를 원하는데 회사에서 주는 복지는 없는 거니까.
문우 혹시 외주제작 형태로 일해보신 적도 있으신가요?
박 저는 외주사에서 일을 해 본 적은 없고 아르바이트처럼 하긴 했었어요. 만약 본사에서 프로그램 일부를
외주에 맡기면, 텀 일부는 본사에 있는 PD와 작가들이 맡고, 일부는 아예 외주회사 PD랑 작가가 만들어 와서 시사를 받아요. 방송은 외주제작이 정말 많아요. 제가 지금 일하는 곳도 본사 PD님이랑 외주 PD님들이 섞여서 본사에서 일하시는 형태거든요. 그리고 외주라고 무조건 (돈을) 조금만 주는 게 아니고 다 달라요. 제가 입봉한 방송에서는 요일마다 팀이 있었는데 (받는 게) 각각 달랐어요. 외주에서 돈을 좀 더 주는 곳도 있었고요. 정말 악덕 외주는 막내작가한테 세달 동안은 80만원 주고 그 다음부터 100만원으로 올려준다, 뭐 이런 데도 아직 있다고 들었는데 저는 그런 데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문우 혹시 방송제작 경험 중에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일, 예를 들면 폭언이나 폭행 같은 일을 겪거나 주위에서 보신 적 있으신가요?
박 일단, 제가 겪은 건 없어요. 기사나 주변 이야기를 들으면 제가 좋은 사람들하고 일했구나 싶기도 해요. 사실 저는 폭언이나 폭행을 당했으면 일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막내작가 시절은, 지금 생각해도 그 시절은 쭈구리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막내작가일 때 ‘네가 여기서 못 견디고 나가면 소문을 낼 거다.’ 이런 식의 압박을 받았다면 그걸 견뎌야할 것 같은 책임감 때문에 나오기 힘들 것 같기도 해요.
최근에는, 좀 어이없던 일이 하나 있긴 했어요. 저희는 방송을 만들다가 밤 샐 일이 있으면 숙직실을 이용하거든요. 그런데 어떤 경비분이 숙직실을 이용하는 작가 분한테, 정규직 말고는 숙직실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는 거예요. 저는 제가 들은 것도 아닌데 얘기를 듣다가 너무 화가 났어요. 그 분은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싶더라고요.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는 정규직이 더 적을 거예요. 그 이야기를 전하러 오신, 죄 없는 경비분도 아웃소싱일 텐데. 저희가 밤을 새고 싶어서, 놀다가 밤에 일하니까 숙직실을 쓰는 것도 아닌데.
문우 방송작가 유니온이 출범 준비 중이라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 저는, 너무 좋았어요. 관심이 있어서 찾아보기도 했고 SNS에서 구독도 하고 있어요. 읽었던 기사에서는 작가들도 표준계약서를 쓸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이 있어서 기대가 됐죠. 한편으로는 그게 될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요. 제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할 수 있으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원래 작가 협회라는 건 있어요. 시사교양 같은 경우 메인 작가로서 5편 이상 쓴 경력이 있다든지,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몇 번 올라갔다든지 이런 기준을 채우고 회비를 내면 방송작가 협회에 등록할 수 있다고 해요. 그런데 그건 메인 작가님이고, 거기까지도 저는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더더욱 방송작가 유니온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무슨 문제가 생겨도 누구한테 얘기할 사람이 없으니까, 우리 얘기를 들어주고 해결해줄 수 있는, 우리 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문우 방송업계 노동자의 처우나 고용불안정 등의 문제 원인과 해결방안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박 한 2년 전부터 ‘우리도 계약서를 쓰면 이런 일을 안 겪지 않을까?’하고 계속 생각했어요. 영화 스텝들은 계약서를 쓰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왜 방송국은 못할까 그런 생각도 해요. 계약서는 그냥 한낱 종이 한 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그 한낱 종이 한 장도 없는 거잖아요. 잘못된 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종이 한 장이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시사 프로그램 같은 데서 비정규직에 대해 얘기할 때도 저는 그걸 보면서 ‘저 프로 만든 사람들은 계약서를 썼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막내일 때 PD님께 ‘제가 주거 최약층에 살고 있고 표준계약서도 안 쓰는데 왜 우리는 취재를 안 하죠?’ 라고 물어봤더니 ‘그건 내 얼굴에 침 뱉는 거라 못하는 거다’라고 우스개로 말하셨는데, 그게 정말 아이러니하다고 느꼈어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노동에 대해서는 ‘아 이게 문제네. 이슈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 하면서 정작 스스로나 동료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으니까…. 그래서 저는 선배님들이 좀 길을 닦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제가 메인작가가 되면 당당하게 우리의 권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후배들에게 떳떳한 메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120만원 받을 때 저는 80만원 받을 테니 열정을 봐서 뽑아주십시오’하는 사람들이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얘기 하지 말고 자기가 받을 건 받아야죠.
그래서 만약 제가 선배가 됐는데 막내가 얼마를 받는지 물어보지 않으면 왜 안 물어보냐고 뭐라고 할 것 같아요. 막내가 페이를 묻는 것 자체가 당연한 분위기가 됐으면 해요. 근데 사실 표준계약서를 썼으면 이런 말 안 해도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종이 한 장이지만 이게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안 달라질 수도 있죠. 이런 얘기할 때 회의적인 친구들도 많았어요. 그래도 해보는 게 시작이니까. 특수한 직업인만큼 표준계약서를 잘 구성하고, 노동자들이 권익을 지킬 수 있도록 기초근간을 세우는 것부터가 시작인 것 같아요.
문우 방송 일이 힘든 걸 알면서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잖아요. 혹시 그런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으신가요?
박 그냥 해보고 싶으면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저는 초반에 선배가 ‘야 이거 힘드니까 다른 일 해라, 말리고 싶다.’ 이래서 ‘뭐야 자기는 해놓고 왜 나한테만 그래’ 이랬거든요. 저는 지금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진짜 하고 싶으면 해보고, 어려움이 있으면 같이 잘 타파해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꼭 그런 사람이 될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처음부터 지레 겁먹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단 오면 많이 힘들기도 하지만 좋은 일도 많거든요.
몰랐던 사람들과 얘기를 하고 유대를 쌓으면서 방송을 준비하고, 그 이야기들을 시청자에게 보여서 그걸로 힘을 얻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힘으로 계속 일하는 것 같아요. 99%의 힘든 일이 있어도 1%의 그런 성취감 때문에 사는 거죠. 다른 직업에서는 얻지 못하는 여러 경험들이 있으니까 ‘아 이거 너무 힘들다’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내가 이걸 다 포기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하게 되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문우 긴 시간동안 방송업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故 이한빛 피디 사망사건과 CJ의 공식 사과에 대한 생각을 간략히 말씀해주시고 인터뷰 마치면 될 것 같습니다.
박 일단은 사과를 한 거잖아요. 딱딱한 글이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가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지금 이 말을 이끌어낸 것은 사람들의 관심과 분노였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계속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그 관심이 따가우니까 이렇게 나온 거잖아요. 이 사과문 이후에도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서, 피곤하더라도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말만 한 건지, 진짜 바뀌었는지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가장 슬픈 건 그거예요. 내가 일을 했는데, 내가 받기로 했던 돈과 삶에 대해서 내가 계속 이야기를 해야 얻어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항상 회의감이 들었던 것 같아요. 당연히 받기로 했던 처우를 모두가 당연히 받는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