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아시는지. 고등학교 1학년 입학하여 처음 배웠던 단원, <집합과 명제>가 2학기 중간으로 옮겨갔다. 느슨해진 마음을 부여잡고 새 마음으로 다시 정석책을 집어들 때마다 1단원부터 공부하기를 수없이 반복하여 그 부분만 새까맸던 그 <집합과 명제>말이다. 그래도 그나마 그 부분이 제일 쉬웠던 우리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부족한 문해력으로 인해 명제 부분을 제일 어려워한다. '부정의 부정은 강한 긍정(논리적으로 더 강해지지는 않지만)'이라는 말도 모르나... 암튼 부정 두 번만 하면 애들 얼굴이 노랗게 된다. 세 번도 아니고 부정 두 번 했다고 머리속이 다 엉켜버린 것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다니, 니들을 어쩌면 좋니...
일명 '대우명제송'이 있다.
내 모자 세모났네 세모난 내 모자 세모가 아닌 것은 내 모자 아니지.
'p이면 q이다'가 참이면 그 대우인 '~q이면 ~p이다'도 참이 됨을 보여주는 멋진 노래이다. '내 모자는 세모났다'가 참이면 대우명제인 '세모가 아닌 것은 내 모자가 아니다'도 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아이들에게 이 노래를 불러 주었더니 '대체 그런 이상한 노래가 세상에 어딨냐?'고 되레 물어와서 얼른 유튜브에서 찾아 보여주어야 했다. 슬기로운 생활에 나왔던 노래인데, 어허 참.
뭔가 예시를 들었는데 지금처럼 애들이 이해를 못해서 결국 '라떼는 그랬어'로 끝내야하는 상황들이 자꾸 생긴다. 그나마 지금 애들은 내 아이들과 또래라 그나마 쫓아가고 있지만 10년, 15년 후에는 정말 애들이 나를 '할머니 선생님'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정년이 65세로 늘어난다는데 반가워하는 선생님들이 하나도 없는 이유도, 그 나이까지 과연 이 애들과 수업을 하고 호흡을 같이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