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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란 May 06. 2024

4. 중학 수학이 구멍이에요

2주면 충분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3월 한 달간 우리 반 학생들과 상담을 진행했는데 '저 중학교 수학이 구멍이에요'하는 친구들이 반이 넘는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어느 정도 성실히 하다가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으면서 결손이 일어난 친구들도 많다. 무엇보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의 터널을 지나느라 일 이년 손을 놓고 보니 어디서부터 다시 잡아야 할지 몰라 헤매다 입학한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친구들을 위해 학교에서 보충학습반을 만들어보았다. 수포자들이여 모여라.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구멍이라는 것의 정도가 다양해서 타깃을 잡기가 힘들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고1 학생 중 음수 곱하기 음수가 양수라는 사실을 모르는 친구도 있다. 꼭 그 정도가 아니더라도 지수계산이 서툴거나 일차함수의 그래프를 못 그리는 등 다양한 곳에서 길을 잃은 다양한 친구들이 있었다.


문제는 또 있다. 개념도 개념이지만 중등 수학이 워낙에 산수인지라 본인이 시간을 투자하여 연습해야 하는 내용이 많은데 그걸 하자고 지난 3년간의 수학 문제집을 다시 다 꺼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사람마다 익숙해지기 위한 연습의 양도 달라 각각을 위한 연습문제를 내가 다 만들어줄 수도 없었다.


처음에는 직접 중등수학의 핵심요소를 뽑아 교재를 만들어볼까 생각했다. 그러나 3년 간의 수학 내용 중 고등학교 수학을 배우기 위한 필수 내용이 무엇인지를 추리는 것이 생각보다 방대한 작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흠, 나는 못하겠군.


그래도 혹시 나보다 부지런한 누군가가 그런 교재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어 서점을 뒤졌다. 결국 EBS 50일 수학이라는 교재를 찾아냈다. 정승제 선생님이 총 68강으로 중등수학과 고1 수학의 엑기스를 뽑아 책을 쓰고 강의도 찍어 올려두었다.

https://www.ebsi.co.kr/ebs/lms/lmsx/retrieveSbjtDtl.ebs?courseId=S20160001150

공영교육방송 강의이고 무료이니 얼마든지 추천할 수 있다. 다만 지금도 아쉬운 것은, 내가 꼭 하고 싶은 작업이었는데 이 시끄러운 남자에게 선수를 빼앗겼다는 사실이다. 항상 그렇더라. 내가 쓰려고 한 책은 누군가가 먼저 쓰고, 내가 하려고 한 말은 누군가가 먼저 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그걸로 돈도 많이 번다.


https://link.gmarket.co.kr/GnmhGunUF


그래도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이들이 이렇게 고생해서 저렴한 교재와 무료 강의를 준비해 놓았으니 우리는 아주 편하게 구멍을 메울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여러분이 이 강의와 교재의 내용 중 어디가 중학교 부분이고 어디가 고등학교 부분인지 구별할 수 있도록 정리해 보았다. (이건 일일이 강의 눌러가며 내가 했다. 힘들었다. 헥헥)

<EBS 50일 수학>


이 강의의 오리엔테이션을 보면 저자가 강의(교재)의 타깃을 중학교나 고등학교 어디쯤에서 수학을 놓은 일명 수포자 고2, 고3 학생들로 설정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늦지 않았다. 우리는 고2도, 고3도 아닌 이제 막 시작하는 고1 혹은 예비고1이 아닌가.


중학교 수학 내용이 중요한 기초이기는 하지만 되돌아보면 내용이 그렇게 많지도 않다. 중학교 때 어렵게 느꼈더라도 지금 하면 그때처럼 어렵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때보다 생물학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키가 큰 것처럼 우리 뇌도 함께 컸고, 알게 모르게 주워들은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정리하면 빠른 시간 안에 터득할 수 있는 내용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고입을 앞둔 중3 겨울방학의 학생이라면 왼쪽 부분의 강의만 쭉 들으면 된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시점인 1학기 중간고사를 마친 시점의 고1 학생으로 부등식을 나가기 전이라면 1강부터 32강까지 들으면 될 것 같다. 방정식 진도에 들어가기 직전이라면 일, 이차 방정식 부분을 얼른 듣고 수업을 듣자. 함수파트가 구멍이라면 중등함수 파트를 들어보자. 그리고 문제는 꼭 직접 풀어보자. '왜 그때는 그렇게 어려웠을까?'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혹시 이 교재의 문제만으로 연습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수력충전이라는 문제집이 있다. 중학교 과정은 중1 상/하, 중2 상/하, 중3 상/하 총 6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학년의 하는 2학기 도형 부분이므로 필요 없고, 각 학년의 대수 파트인 중1 상, 중2 상, 중3 상만 구입하면 된다. (고등 수력충전도 꽤 쓸만하니 가지고 있는 유형서의 문제만으로 연습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구입해서 풀어보자.  수학 점수가 50점이 안 되는 친구들은 일단 수력충전만 풀고 시험 보자는 마음으로 평소에 학교 진도에 맞추어 풀도록 하고, 혹시 더 여력이 된다면 유형서를 도전하도록 하자.)


여러분이 어느 시점에 있더라도 2주만 투자하자. 가능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학교에서 수학 수업을 들은 날 저녁은 꼭 2시간씩 복습하자. 오늘 진도 나간 부분의 교과서를 다시 풀어보고, 문제집의 해당 부분 기초개념 확인 문제와 유형별 문제 하나씩만 풀어보자.


하루에 수학을 2시간을 하는데도 수학천재로 소문이 안 난다면 그건 정말 이상한 일일 것이다. 내 말이 진짜인지 확인해 볼 생각이 있으시다면 딱 한 달만 해보시라. 효과 없으면 한 달 후 무료 반품. 대신 매일 2시간 학습했다는 증거는 꼭 가지고 오셔야 함. 한 달 후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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