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종목토론방이 흥행하는 이유

돈 10

by 박범진 작가

주식 종목토론방이 흥행하는 이유는 사람들 마음속에 세상을 지배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적은 노력으로 더 큰 이익을 얻으려고 주식투자를 한다. 주식으로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주식을 마음대로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위험회피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에만 투자할 것이다. 그들은 큰 욕심이 없기에 주식 종목토론방에서 싸울 일도 없다.

사람들은 세상을 지배하며 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들은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여 줄 때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욕심이다.

주식투자는 세상을 통제하고 싶은 욕망이 담겨 있다. 주가가 뜻대로 움직일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을 지배했다는 만족감과 희열을 느낀다. 주식 종목토론방에는 주가가 오를 거라고 주장하는 찬티(찬양과 안티의 합성어)와 주가가 내려갈 거라고 주장하는 안티(anti)가 싸우고 있다. 안티들은 얼마의 가격에 몇만 주 팔기를 잘했다며 은근히 자기가 주가 하락을 맞췄다고 자랑한다. 찬티들은 이에 질세라 이제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며 예상 목표가를 뜬금없이 높게 지른다. 찬티와 안티는 서로 자기가 생각한 대로 세상이 움직일 거라고 주장한다. 급기야 안티는 찬티에게 찬티는 안티에게 댓글을 단다. 서로 미쳤다고 말이다.

이렇게라도 해서 우리는 세상의 무엇 하나라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주식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 준 것인지 아니면 내가 운이 좋아 그렇게 움직일 주식을 맞춘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예상한 대로 움직인 주식을 보며 주식을 지배했다는 쾌감을 느낀다. 보잘것없는 한 인간이 세상을 모두 지배할 수는 없지만, 그것 하나라도 지배했다는 자부심에 뿌듯해지는 것이다.

물론 나는 주식 종목토론방에 들어가 주장을 펼치며 싸울 생각이 없다. 다른 사람들과 싸운다고 한들 주식이 나의 주장을 들어줄 리 없고 다른 사람들의 주장 역시 들어줄 리 없다. 주식은 그냥 자기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제 갈 길 가는 주식에게 뜻대로 움직였다며 얹을 요량으로 숟가락만 반질반질 닦고 있다.

설사 한 번은 주식이 가는 길을 맞췄다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식은 우리의 주장을 무시하고 변심(變心)한다. 그러면 주식을 지배했다는 자부심은 이내 좌절감으로 바뀐다. 주가가 오르면 안티가 힘을 잃고 주가가 내리면 찬티가 힘을 잃는다.

우리의 뇌는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가 보다. 주식이 조금만 생각대로 움직이면 반질반질 닦은 숟가락을 다시 토론방에 얹는다. 그렇게 인간은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고 착각하나 보다.

아무 생각 없이 냅다 던진 주식이든 몇 날 며칠을 고민하여 매수한 주식이든 주식이 우리 마음대로 움직여주기를 바란다. 서로의 생각을 인정하면 세상을 지배할 수 없다는 그 어리석음에 갇혀서 말이다. 그래서 세상에 겸손하지 못한 우리는 수익도 못나면서 늘 토론방에서 싸우기만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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