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9
돈보다 시간이 더 귀중한 이유는 시간을 돈으로 바꿀 수는 있지만, 돈을 시간으로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시간을 무엇으로 바꿀지의 선택권이 있고 그 무엇 중의 하나가 돈일 뿐이다. 돈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시간은 살 수 없다.
지인 중에 은퇴하신 교수님이 있다. 그분은 젊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돈을 아껴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요즘 같은 백세 시대에 노후 준비는 정말 중요하다. 특히 자녀 교육에도 관심이 있고 부모 봉양에도 책임감을 느끼는 40~50대에게는 정말 중요한 과제이다. 이러한 세대는 통장에 돈이 고일 날이 없다. 그런데도 노후 준비는 해야 한다. 지금의 어린 자녀들은 자기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예 없거나 있다고 해도 그들 자신도 먹고살기 힘들어 부모의 노후를 돌볼 여력(餘力)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낀 세대인 우리는 스스로 어떻게든 노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우리에게 그분의 말씀은 정말 고마운 조언이고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분은 젊었을 때 이미 재산이 많았다. 그 재산에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상속재산도 포함되어 있다. 그분은 부모님 재산의 상속 과정에서 형제간 다툼도 있었다고 했다. 상속은 노후 준비가 철저한 그분에게 중요한 재산 형성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분은 주변 사람들에게 유명한 일화를 많이 남기셨다. 돈도 많은데 기차역에서 두 시간 이상을 기다려 기어코 무궁화만 타셨다. 남는 것이 시간인데 왜 비싼 KTX를 타냐고 말씀하셨다. 그분은 주머니에 칫솔과 치약을 가지고 다니셨다. 치아에 문제가 생겨 지출되는 돈을 막기 위해 항상 양치하셨다. 한 번은 그분이 나에게 햄버거를 사준 적이 있었다. 그 일을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니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나 그분은 다른 사람의 재산을 탐하지도 않으셨고 자기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도 않으셨다.
몇 해 전 코로나 시국에 그분과 통화할 일이 생겼다. 그분은 작은 수술 때문에 병원에 계셨다. 이미 70세가 넘으셨지만 건강하셨다. 대화를 나누다가 직접 말씀은 안 하셨지만, 그분의 작은 후회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은퇴하고 돈을 써도 생각만큼 돈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나마 코로나 시국 이전에는 해외여행을 다니시며 돈을 쓰셨는데 코로나 시국이 되니 정말로 돈 쓸 일이 없다고 하셨다.
은퇴하면 남는 것이 시간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그분에게는 돈을 쓸 시간이 별로 없는 것이다. 계산이 굉장히 정확하신 그분도 돈을 쓸 수 있는 시간까지는 계산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럴 때는 “이럴 줄 알았으면~”, 이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문장이 가장 적합한 상황일 것이다.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없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돈으로 시간을 돌릴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으로 돈을 바꾸는 시간의 가성비(價性比)가 점점 떨어진다. 언제 끊길지 모를 우리의 인생 필름이 애지중지 키워온 재산을 애물단지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세월이 갈수록 순간이 더 소중해지고 그 순간을 무엇을 위해 사용해야 할지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