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7
증권회사에 다닐 때 고객 중 노교수 한 분이 있었다. 그는 BS에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부잣집에서 태어났다. 요즘 말로 그는 금수저이다. 그는 삶의 목표가 다른 사람들처럼 돈에 있지 않았다. 명예와 행복을 중시하였다. 그러나 신은 공평해서 그에게 명예는 주었지만, 행복은 주지 않았다.
그는 교수로서 명예를 얻었고 자식들도 훌륭하게 키워 모두 전문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내를 일찍 잃었다. 그의 불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가진 재산 일부를 자식들에게 배분하고 어렸을 때 알던 여자친구와 새 출발을 시작하려고 하였다. 그들은 둘만 행복하면 될 줄 알았다. 문제는 그놈의 돈이다. 그 여자친구도 결혼한 후 남편과 사별하여 자식이 있었다. 배다른 자식 간에 미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그 미묘한 감정은 돈에서 시작되었다.
어느 날 그의 자식 중 하나가 영업점에 찾아왔다. 다짜고짜 내게 아버지가 거래하는 금액이 얼마냐고 물어보았다. 당연히 개인 정보이므로 알려줄 수 없었다. 그의 자식들은 그나마 남아 있던 아버지 재산이 다른 여자의 자식들에게 빼앗길까 봐 걱정했었다. 아버지가 가진 재산에는 돌아가신 엄마의 피와 땀도 섞여 있었다.
얼마 후 노교수는 한 젊은 남자를 대동하고 영업점에 나타났다. 내가 그 남자가 누구냐고 묻자 그는 자기의 경호원이라고 하였다. 그는 이제 누구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돈은 부자지간(父子之間)의 정에 금이 가게 했다. 돌아가신 그의 아내는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너무 궁금하였다. 그리고 그의 자식들은 교수의 재혼을 엄마 때문에 반대하는지 아니면 돈 때문에 반대하는지 궁금하였다. 교수는 교수대로 자식은 자식 대로 괴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는 그 여자친구와 잘살고 있을까? 자식들과의 관계는 잘 정리되었을까?
세월이 흐르면 우리는 언젠가 죽을 테고 그 죽음 앞에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그런데도 그놈의 돈 때문에 우리는 힘겹게 사는지도 모른다. 돈으로부터 해방되는 방법이 죽음밖에 없다면 인생은 참 보잘것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