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5
자식이 부모를 속이는 이유는 돈 버는 방법 중 부모를 속여 버는 방법이 가장 쉽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평생 누구 밑에서 제대로 일해 본 적도 없이 허황한 꿈만 꾸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항상 돈에 목말라 있지만, 돈을 벌 수 있는 능력과 정신 자세가 갖춰져 있지 않다.
자식은 부모를 버려도 부모는 자식을 버리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자식은 누구보다도 부모가 행복한 여생을 보내길 바라야 할 사람이다. 그런데 자식은 오히려 혈육의 정을 이용하여 부모에게 사기 친다.
돈이 궁한 자식은 사업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주말마다 아이들을 앞세워 부모를 찾는다. 돈을 빌려주면 원금에 몇 배를 갚겠다고 말했지만, 돈을 받으면 이자는커녕 연락도 없다. 어떤 자식은 부모에게 아파트를 처분하고 자기 집에서 함께 살자고 유혹한다. 그리고 처분한 돈을 빌려주면 돌아가실 때까지 모시겠다고 말한다.
살아보니 부모를 속여 성공한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부모 돈이 공짜 돈으로 보이니 사업에 대해 신중함과 간절함이 떨어진다. 반면에 세상 의지할 곳 없는 사람은 가진 것이라고는 어렵게 모은 몇 푼이 전부일 것이다. 그 돈은 목숨과 같으니 사업에 대해 신중함과 간절함이 설명할 길 없다. 자기의 피와 땀이 녹아 있는 돈은 절대로 허튼 곳에 사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쉽게 얻은 돈은 자기의 피와 땀이 녹아 있지 않기에 간절함도 없다.
부모에게 사기 치는 자식은 공짜로 편안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클 것이다. 세상에 뛰쳐나가 보니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돈 벌기도 쉽지 않다. 결국 돈 벌기 제일 쉬운 방법이 부모를 속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언젠가 지인 소개로 땅을 보러 간 적이 있다. 땅 주인은 80세가 훌쩍 넘어 보이는 할머니였다. 할머니에게 땅을 얼마에 파실 거냐고 물었더니 자기 딸에게 물어보라고 하셨다. 할머니는 이미 허리가 구부러져 있었고 눈은 잘 보이지 않았으며 말도 어눌하셨다. 할머니 뒤에는 욕심과 심술로 가득 차 보이는 딸이 있었다. 80세의 할머니는 이미 판단력도 흐리셔서 모든 권한을 딸에게 위임한 것 같았다. 아마 딸은 할머니에게 돌아가실 때까지 자기가 돌보겠다고 한 것 같다. 물론 그 할머니의 땅을 살 생각은 없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평온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증권회사에 다닐 때 토지 보상금이 풀리는 지역에 간 적이 있다. 직원들과 동네 경로당에 찾아가 어르신들께 토지 보상금을 받으면 우리 회사에 맡겨 달라고 부탁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번 찾아갔다. 이번에는 토지주의 자식들이 자기 부모와의 접촉을 막아섰다. 그들은 부모가 땡볕에서 농사지을 때 한 번도 찾아오지도 않더니 토지 보상금이 나온다고 하니 하루가 멀다고 하고 들락거린다.
부모는 정말로 자식에게 속아 돈을 줄 수도 있고,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돈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둘 다 부모의 약한 마음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자식은 다른 사람에게 사기 치는 놈보다 더 나쁜 놈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부모도 여생을 즐겁고 편안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부모를 속인 자식은 형제자매간에 의(誼)도 끊어 놓아 결국 가족을 파괴한다.
가족이 파괴되지 않으려면 부모는 힘든 자식 앞에서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부모는 자식에게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를 어떡해서든 잡을 정신 자세를 길러 주어야 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면 모든 손가락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 부모는 한 손가락 살리려다 열 손가락을 모두 잃을 수 있다. 자식은 공짜 인생을 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기심으로 부모를 속인다면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곳마저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