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11
부(富)의 축적이 시간 함수인 이유는 돈은 시간과 함께 자라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인생의 유한함을 깨닫고 일찍부터 부(富)의 씨앗을 시간 속에 심어 놓는다. 반면에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부(富)의 씨앗을 심어 놓지도 않고 열매만 기다린다. 우리의 인생은 인과관계(因果關係)가 없는 열매를 기다리기에 너무 짧다.
한 친구가 내게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냐고 물어봤다.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증권회사에서 근무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익이 많이 날 수 있는 주식 종목을 기대했을 것이다. 아니면 남들이 모르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비법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에게 부자들을 만나보니 부자가 되는 데에는 특별한 기술이 없었다고 말했다.
부자는 기본적으로 정직하고 성실하다. 물론 남을 속여 부자가 된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만나서 몇 마디 해보면 싸구려 허세(虛勢)가 느껴진다. 그들은 부를 얻었을지는 몰라도 부를 지킬 힘은 없다. 진짜 부자들은 자기가 부자라고 티 내지 않는다. 그들은 부자가 되는 방법을 남들보다 일찍 터득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인생의 유한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부가 하루아침에 축적되지 않는 시간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한 일은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동을 투입하여 종잣돈을 만든 후 그것이 자기를 위해 일하도록 일찌감치 시간에 맡겨둔 것뿐이다.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원하지만,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없는 현실에서 부의 축적 과정을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해 보려고 한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인 사람은 제외한다.
첫째, 성장형이다. 성장형 부자는 처음에 종잣돈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고통과 인내를 감수한다.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목표한 종잣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종잣돈을 일할 수 있는 곳에 잘 묻어두고 시간에 무르익게 만든다. 결국 합리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 투자는 시간만이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느리지만 안정적인 방법이다. 주식으로 비유하면 종잣돈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쑥날쑥한 주식보다 느리지만 안정적인 우량주에 묻어두는 것이다. 그러한 주식은 시간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난다. 종잣돈을 만들 때까지는 부의 성장이 느리지만 이후에는 종잣돈이 또 다른 돈을 낳으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둘째, 대박형이다. 대박형 부자는 이론적으로 가능할 수는 있지만, 현실에서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노동과 시간으로 교환한 돈을 미래를 위해 저축하지 않고 다 써버린다. 그리고 어느 날 한방이 찾아올 거라고 기대한다. 아무런 계획도 아무런 인내도 수반하지 않고 오직 하늘에서 비가 내리길 바란다. 물론 언젠가 비가 내릴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비가 죽은 다음에 내린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우리의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죽기 전에 부자가 되는 것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들은 자칫 죽을 때까지 돈만 바라보며 사느니 차라리 돈을 쓰며 살자고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셋째, 비례형이다. 비례형은 부자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성실한 사람들이다. 착실하게 돈을 모아 먹고살 만한 사람들일 것이다. 먹고살 만하니 부자라면 부자일 수 있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경제적 자유는 이번 생에 없을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들은 시간과 노동만으로 부가 축적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시간과 노동이 외에 부를 축적할 방법이 딱히 없는 사람들이다. 시간이 갈수록 부는 축적되겠지만 짧은 인생을 생각하면 몇 대를 걸쳐야 그나마 부자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워런 버핏은 자기 재산이 오십 대에 가장 많이 늘었다고 했다. 그 이유는 그전에 투자해 두었던 종잣돈이 오십 대에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혼자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인생을 같이할 부(富)의 병사들이 필요하다. 그 병사들은 오직 우리 자신만을 위해 일하는 종잣돈일 것이다. 주식도 좋고 부동산도 좋다. 모든 자산이 나를 위해 일하는 부의 병사들이다. 다만 이러한 자산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어야 한다.
부(富)는 시간의 힘으로 단단하게 자랐을 때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있다. 운(運)이 닿아 성기게 자란 부(富)나 다른 사람들의 눈물로 키운 부(富)는 결코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못할 것이다.
부(富)의 축적이 시간의 함수라는 사실을 나이 들어 실감한다. 시간이 우리를 부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하나의 조건이 있다. 그것은 젊었을 때 부의 병사를 많이 만들어 놔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아무리 책을 읽어도 쉽게 체득(體得)하기 어려운 시간의 선물이다. 세월은 우리에게 부의 씨앗을 심을 지혜와 부의 성장을 기다릴 수 있는 인내를 가르쳐 주었다. 재촉하고 보챌수록 부는 달아나고 무관심한 듯 시간에 맡겨두면 부는 자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