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9
목표와 허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존재를 과대평가하여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지만, 다시 허무가 찾아오면서 의미를 잃게 된다.
우리는 목표를 세운다.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불안하다. 누군가는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루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시간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시간을 무언가로 채우기 위해 애를 썼을 것이다.
술을 마시기 위해 친구를 만나는 것도,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를 보는 것도 모두 우리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정말로 뇌를 비우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리는 잘 안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면 돈을 내고 명상하는 곳을 찾겠는가!
일반적으로 목표는 자의 반 타의 반에 의해 만들어진다. 목표는 시간을 옥죄고 닿아 없어지게 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 속에 우리를 구겨 넣는다. 그리고 목표가 달성되면 달콤한 보상을 기대한다.
우리는 수많은 목표를 달성하며 살아왔다. 그것이 좋든 싫든 목표를 달성해야 시간이 지나간다. 그러나 목표 달성 뒤로 찾아오는 행복은 그리 길지 않다. 그래서 목표 달성 뒤에 끊임없이 허무라는 놈과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허무라는 놈을 피하는 방법은 다시 목표를 세우는 일이다. 그래서 더 허무해진다. 시간 속에 영혼과 노화를 갈아 넣어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도 오지만 허무도 함께 온다.
이러한 무한 반복으로 피부는 늘어지고 머리숱은 줄어들고 성한 곳은 하나 없는 환자가 된다. 허무로 시작해서 허무로 끝나는 인생인데 우리는 이것을 반복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어리석음의 굴레에 빠져있다. 우리는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깨닫지 못했기에 여전히 그 일을 반복한다.
그 어리석음의 굴레를 빠져나오는 방법은 목표를 세우지 않고 생각을 비우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다. 왜냐하면 어리석은 뇌는 우리를 대단한 존재로 착각하여 공짜로 얻은 인생에 자꾸 의미를 부여하려고 무언가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이 의미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 의미 있다는 것일까?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신, 하나님, 부처님 아니면 사진에도 없는 조상님일까? 우리는 의미를 인정해 줄 존재에 대한 확신도 없으면서 왜 그들에게 인정받으려 하는가? 우리의 존재가 보잘것없는데도 그것을 애써 부정하려고 존재를 인정해 줄 대상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리해 보자. 목표라는 것이 살아있을 때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 의미를 인정해 주자. 그러나 우리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억지로 세우는 것이라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구는 대충 50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 고생 인류(古生人類)가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대충 600만 전년이며, 현생 인류(現生人類)가 된 것은 2만 년 전이라고 한다. 최근 우리는 백세 시대에 살고 있다. 운이 좋아 얻어걸린 인생을 어떻게든 의미 있다고 보여주려고 애를 쓴다.
백세 중에 오감(五感)이 말짱하여 그 오감으로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인생에서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그리고 넋 놓는 시간을 빼고 나면 우리에게는 정말로 시간이 별로 없다. 나이 들수록 행복을 위한 시간의 가성비(價性比)를 생각해야 한다. 공짜로 얻은 인생인데 존재 의미를 찾느라 너무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시간 낭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