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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서른아홉부터 Aug 12. 2024

어느 날 하나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8월 6일의 어느 날 - 클라이밍과 허리통증


8월 6일 저녁, 남자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고 같이 짝짝 올림픽을 보는 중이었다. 마침 클라이밍 중계를 하고 있었고, 볼딩이라고 하나. 어느 마지막 포인트를 짚고 몇 초 동안 버티는 그런 볼더링?이라는 종목이었나 보다.


마지막 포인트가 워낙 어렵기도 했고, 두 번째 문제에서 유난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선수와 마지막 문제에서 계속 같은자리에서 넘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을 보며 계속 같은 행동을 하는 게 내심 웃기기도 하고, 남자친구가 푸하하 웃음이 터지자 나도 모르게 푸하하 배를 잡고 웃다가 그만 그렇잖아도 아프던 허리가 뜨끔! 하며 완전 더 망가져버렸다.


그 뒤로 움직일 때마다 어쿠어쿠 소리가 나고, 침대에 누워서 조그만 자세를 바꾸려고 해도 온 등으로 고통이 전해져 오는데 아 진짜 이러다 정말 죽겠다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차라리 내 허리를 누가 팍! 하고 두들겨 깨 주면 차라리 이게 더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날 정도로 아팠다.


치료를 해보려고 병원을 안 다녀본 것도 아닌데, 병원을 가서 물리치료를 하면 더 탈이 나서 어떻게 할 수가 없고 침을 맞으러 가려니 그 침놓는 한의사가 약간 눈빛이 이상하고? 또 침을 놔도 너무 아프게 놓아주니 이도 저도 못하고 타이레놀 한 알 먹고 밤새 고통을 못 이겨 일어나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데, 눈물까지 찔끔 날정도였으니. 고통에 못 이겨 어떻게 하면 좋나 하고 내가 믿는 나의 신께 기도를 시작했다.


- 하나님 ㅠㅠ 저 허리가 너무 아파요. 병원에 가면 더 아프고 침 맞아도 아프고 진짜 죽을 거 같아요 저 좀 살려주세요.


-...


- 제가 뭐 잘못한 거 있을까요?ㅠㅠ 잘못한 거 있으면 알려주세요. 제가 잘못한 거 회개하고 다신 안 그럴게요. 하나님 제발 살려주세요.


문득 어제 낄낄거리며 웃던 그 상황이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 너는 그 사람만큼 무언가에 끈질기게 매달려 본 적은 있니?


- 아니요 ㅠㅠ 그렇다고 이만큼 큰 고통을 주기엔 너무 심하지 않으세요?ㅠㅠ 하나님 제발 살려주세요


- 그 사람들의 그 노력이 너에게 웃음거리가 되니? 그 순간마저도 그 사람이 빚어지고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 있는데 지금 네가 겪는 고통을 누군가가 보며 낄낄거리고 웃는다면 넌 얼마나 속상할까?


순간 나는 할 말이 없었다.


- 내가 널 소중히 빚었듯, 저 사람도 내가 정말 피를 쏟는 마음으로 소중히 빚었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아픈 허리덕에 웅크리고 엎드려 잘못했다고 싹싹 빌며 회개하는 수밖에. 이건 개인적인(?) 나의 체험이긴 한데, 내가 가끔 곤경에 처해있거나 그렇다면 이렇게 하나님께선 잔잔한 감동으로 나에게 조언하신다. 이런 걸 교회 가서 한번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그저 잘 분별해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엎드려서 핑핑 울면서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한참을 웅크려 기도하고 나니 허리가 스르륵 풀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문득 그 안에서 나는 매일 하나님 말씀을 듣고 행하리라 하면서도 매번 내가 사랑하는 세상에 유흥거리들. 거기서 매번 넘어지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한번 저질러 놓고 잘못했습니다 회개하고 또 저질러 놓고 또 잘못했습니다 회개하고 계속 죄짓기의 반복 속에 놓여 있는 나의 모습이 부끄러웠고, 또 이런 못난 나를 심판하셔도 얼마든지 심판하셔도 되는데 그 와중에도 노하기를 쉬이 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모습은 그 클라이밍 선수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죄에 걸려 넘어진 나를 보면서도 또 봐주시고, 또다시 시작해 보자 내 어깨를 다독여 다시 일으켜 세워주시는 하나님의 그 무한한 사랑이 오늘도 나를 살게 하는구나. 너무너무 감사해서 눈물까지 찔끔 났다.


나는 그때의 그 감동과 마음을 기록한다. 남자친구는 아직도 그 클라이밍 장면만 보면 낄낄 웃어대고, 그래서 담에 결린 게 벌써 일주일 내내 앓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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