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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서른아홉부터 Sep 27. 2024

강아지 슬개골 수술 후 한 달 차

숨 막히는 일주일간 붕대와의 사투

강아지 분리불안을 실컷 겪고 매일 아침 눈물로 눈을 뜨고 매일 저녁 눈물로 눈을 감던 화요일 아침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밥을 안 먹는데, 먹이러 좀 내원 가능하실까요?'


짜요짜요 간식도, 그리고 삼계죽도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다. 원래 좀 예민하기도 했고, 누나에 대한 애착이 심해서 하루 24시간 중에 최소 12시간 이상을 나랑 살 맞대고 비비고 있어야지만 원이 풀리고 잠을 자는 친구인데.... 얼마나 답답하고 속이 상할까. 원래 퇴원은 수요일 28일이었지만 급하게 계산기를 두드려 27일 퇴원결정을 했다.


병원이 남자친구 직장 근처라 남자친구에게 급히 부탁을 해서 급히 퇴원수속을 밟았다. 강아지들을 담아 싣고 오는 남자친구를 바깥에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내 얼굴이 보이자마자 낑낑거리며 난리를 치는 강아지들의 모습을 보고 나도 눈물이 터져 나왔다. 미안해 미안해 누나가 미안해.


수술은 아주 성공적이라고 하셨다. 슬개골 탈구로 인해 다리가 많이 틀어져 뼈를 잘라 이어 핀을 꽂아 고정시키는 경골 조면 이식술을 하고, 슬개골이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게 활차구를 성형 하는 수술까지. 관절을 자르고 뼈를 자르는 수술이라 어느 정도 간호하는 것이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뭐...

 

"울타리 생활 해야 하고 병원에서 2주간 붕대하고 있으래. 붕대 흐르면 병원 들려서 아니면 다른 병원 가서라도 꼭 다시 붕대해야 하고."


짬을 내 강아지들을 퇴원시킨 터라 급하게 남자친구는 다시 직장으로 돌아갔고, 그때부터 나와 이 녀석들의 길고 긴 싸움은 시작되었다. 정확히는 붕대싸움이다. 강아지들은 다리 네 개 중 두 개는 붕대에 칭칭 동여매어 있지. 마음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강아지들은 그저 바닥에 드러누워 눈만 끔적끔적. 나는 재빠르게 쿠팡으로 24시간 내 배송되는 울타리를 주문하고 울타리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퇴원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강아지 다리에 흉터가 보일 만큼 붕대는 내려와서 난리. 보고 있으니 속이 갑갑해서 터질 거 같고. 남자친구가 떠나고 얼마 있지 않아 쉬를 하려고 자리를 움직이던 강아지 다리에 붕대가 툭 빠져 버리는 사고까지 벌어졌다.


도저히 안 되겠다 이러다 사고가 나도 무슨 사고가 나겠구나. 퇴원한 지 5시간이 채 되지 않아 부랴부랴 카카오 T 펫택시를 부르고 나는 강아지 두 마리를 들쳐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붕대를 하고, 다시 또 펫택시를 타고 돌아오는 길. 그때부터 하염없이 몰아닥치는 현자타임.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저질러 놓은 거지?


그날 밤부터 본격적인 싸움은 시작되었다. 강아지들은 불편한 다리 때문에 좀 어떻게든 편하게 누워보려고 엉덩일 밀고 다니는데 그럴수록 붕대는 다시 또 정강이까지 내려오고, 앉은자리에서 소변을 지리는 바람에 이불과 감아놓은 붕대는 오줌범벅이 되고. 오줌에 지려버린 붕대와 이불을 치우며 밤새 내가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자책하기 시작했다.


또다시 정강이까지 내려온 붕대덕에 다음 날 수요일 또 병원행. 속에서 슬슬 불만이 터지길 시작했다. 이 짓을 2주를 하라고? 전날 주문해 놓은 울타리가 집에 왔고 나는 울타리 두 칸을 쳐서 90*90 울타리에 강아지 한 마리씩 넣어 두었다.


딱히 움직임이 없고 누워있다가 자리가 불편해 움직이려고 엉덩이만 조금 슬슬 밀고 다님에도 불구하고 심심하면 속절없이 흘러내리는 붕대덕에 급하게 다리를 감싸서 고정할 수 있는 강아지 한벌옷을 사서 입혀 두었다. 그럼에도 속절없이 흘러내리는 붕대.. 몇 번을 내가 다시 말고 말고 또 말고 계속 말고 잠도 못 자고 또 말고. 풀리고 말고 풀리고 말고. 밤새 그 짓을 몇 번을 했는지를 모른다. 


분명히 수요일 병원을 방문해서 붕대를 했지만, 결국 목요일 병원을 방문하게 된다. 진짜 못하겠다 싶었다. 날은 덥지. 강아지 붕대는 붕대대로 난리. 화요일 퇴원 후 한번 본 뒤로 단 한 번도 대소변을 보지 않는 강아지들.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있는 강아지들을 보고 있자니 속이 터지고. 


대소변을 보지 못하면 나오는 데이터들 신부전이나 방광염 거대결장. 인터넷으로 나름 공부했던 여러 가지 최악의 상황들이 머릿속에서 줄줄줄줄 지나가는데....


29일 목요일 아침 병원에 들러 묶었던 붕대는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다시 또! 풀려버렸다. 정말 단전에서부터 울화가 치밀어 터졌다. 27일 화요일 퇴원 후 한차례 방문. 28일 수요일 방문. 29일 목요일 방문. 붕대가 중요하면 잘 묶어주던가 해야지 몇 시간도 못 견딜 붕대는 도대체 왜 시키는 거냐며 앞으로 남은 11일을 어떻게 견디드냐며 소릴 지르며 머리를 쥐 뜯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었다.


강아지가 퇴원하고 난 이후에 나는 잠을 3시간 이상 자본적이 없었다. 수시로 30분마다 1시간마다 깨서 대소변을 누지 못하는 강아지들을 안아서 항상 보던 대소변자리로 옮겨주고, 강아지들 대소변 하라고 엉덩이를 톡톡 두들겨 주며 쉬를 하라고 재촉하고. 밥 먹지 않는 강아지들을 어떻게든 먹여보려고 빌고 손으로 떠먹여 보고 유동식을 사서 주사기로 짜 넣어도 보고.


양치 한번 제대로 할 수 없는 정말 답답한 삶. 강아지는 강아지대로 아파서 난리. 내 마음은 아파서 죽을 거 같다고 난리. 그 와중에 집에는 이상한 일이 터져서 그건 또 그것대로 난리.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을 찾았다. 다른 병원 가는 것.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언제든 신속대응이 가능해야 하니까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골랐다. 몇 군데 전화를 돌리면 돌릴수록 절망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보호자님, 수술한 곳에서 처치를 받는 게 원칙이에요.'


너무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하느냐며 울고 불고 몇 번의 멘붕과 다시 마음잡기를 반복하고 그날 굉장히 많은 곳에 전화를 돌렸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운이 좋게 집 근처 병원에서 붕대 처치를 받고 돌아오는 길. 의외로 거액의 지출이었다.


나 만큼이나 남자친구역시도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강아지 병원을 방문하며 매번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았던 터라 조마조마해하는 나의 모습도 그렇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강아지들을 외면하고 싶었는데, 그거 때문에 남자친구도 스트레스를 받아 그날은 야구연습장에 가서 야구공을 좀 치고 싶었다고 한다.


"두고 봐라, 그거 내일 또 빠진다!"


매섭게 쏘아붙이는 남자친구의 말에 나도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누운 강아지들을 보고 있자니 눈물도 났다.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저질러 놓은 건가. 해결하지도 못할 일을 저질러 놓고 내가 뭐 하자는 건가.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자복하며 내가 믿는 하나님에게 엎드려서 기도메타도 돌리고, 울고 웃고. 밤새. 그러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30분이나 잤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거금을 들였지만 이렇게 화수목요일 저녁까지 만으로 72시간 이상을 괴롭히던 그 붕대타령에서 벗어나는 순간. 


하루 24시간 중에 3시간 이상 통잠을 자기 힘들었던 그날들이 주마등처럼 그때를 복기하는 지금도 생생히 흘러간다. 제대로 잠을 못 자니 상황판단에 문제가 생기기 직전이었는데, 그 와중에도 강아지들을 케어하는 것이 나에겐 좀 벅찬 일이었다. 점점 나에게 여유는 없어져 가고, 붕대는 계속 흐르지 진짜 이러다가 내가 강아지들을 옥상에서 집어던지고 나까지 몸을 던지겠구나 싶었던 그때 그 마지막 순간에. 정말 집 근처 동네병원은 구세주인 상황이다.


집 근처 병원에서 한 붕대는 목요일 저녁부터 금 토 일 월 화요일 아침 수술한 병원 방문 날까지  5일을 굳건히 버티며 나에게 여유를 주기 시작했다. 수술한 병원에선 강아지들의 다리에 구조적 문제라며 붕대가 흐르는 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붕대 처치법이 달랐던 것도 아닐 터이고 거기안 되는 게 이곳에선 되는지. 아직도 의문인 상황이다.


강아지들은 붕대에 힘을 빌어 일어서는 연습도 해보고, 누워서 다리도 이리저리 가누며 다리를 이리저리 운동도 하면서 서서히 셀프재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더 이상 감시 하지 않아도 되는 붕대덕에 하루에 최소 5시간 이상은 수면시간을 확보했고.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막히는 일주일간 붕대와의 사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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