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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서른아홉부터 Sep 28. 2024

강아지 슬개골 수술 후 한 달 차(4)

탈탈털털은 수크령의 저주?

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은 병원 선택에 중요성을 알려 드리기 위한 글입니다. 

누구보고 나쁘다. 좋다. 가지마라 어쩌라 이런 의도는 아닙니다. 

그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때 반려견, 반려묘 병원을 선택하는것에 도움을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9월 8일 내가 까맣게 말라 타들어가고 있고 거의 반 실신지경에 놓여있으니 남자친구가 나서서 이젠 소변조차 보지 않는 강아지를 데리고 집 근처 동물병원을 방문했다. 방광초음파를 보았고, 엑스레이도 찍었다고 했다.


병원약 7일치와 함께 방광의 두께는 아주 예쁘고, 방광안에 약간 반짝이며 보이는 염증소견 말고는 보이지 않는다. 귀도 매우 깨끗하며 단지 넥카라가 조금 불편해서 그런걸수도 있다. 다리 상처도 다 아물었고 뼈도 잘 붙고 있으니 이제 넥카라는 풀어도 될거 같다. 예쁘게 발바닥 털 정리와 발톱 정리와 항문낭 정리를 하고 나온 강아지의 진단명이었다. 


내가 매일 미쳐서 강아지가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병원 투어를 전전하니 강아지는 강아지대로 엄청난 스트레스였나보다. 더군다나 붕대에 묶여있던 다리가 풀리기 전부터 있었던 털털 탈탈의 원인도 그 스트레스의 한축에 섞여 있었겠지. 


9월 5일 저녁부터 시작된 탈탈털털은 9월 9일 아침까지 이어졌고 나는 그런 강아지를 말리며 그렇게 몇날 몇일 밤을 하얗게 지세웠다. 그러던 와중 이리저리 구글링을 하다가 산책을 하다 수크령이라는 풀씨앗이 귀에 들어가버린 강아지의 사연을 보게 된다. 


이 수크령이란 식물은 우리가 자주 산책을 나가는 산책로에도 그렇고 아파트 화원에도 너무나도 쉽게 볼수 있는 그런 식물이라는게 다시금 공포이다.


HillstatePlant: 왜성수크령


씨앗에 붙은 날개까지 씨앗의 모양 자체가 마치 유선형 팽이처럼 뾰족하게 생겨서 한번 파고들기 시작하면 반대편으로 뚫고 나올때까지 답이 없는 이 수크령의 씨앗을 발로 밟고 고통을 겪는 강아지들의 사연도 보게 되고 이 씨앗이 귀로 들어가 고막이 파열된 강아지까지. 진짜 그때부터 다시 또 붕대지옥에 들어온듯한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하는데. 


강아지 수술전 날 강아지 면회를 하러 가겠다며 남자친구가 잠깐 강아지 산책을 시켰는데 그때 풀씨가 귀에 들어간건 아닌가 원망이 괜스레 남자친구에게 튈 뻔 했다.


울고 불기 일보직전. 다시 또 멘붕이 찾아오고 그날 오전 남자친구가 자기 등에 파스를 붙여 달라며 우리집에 잠시 들리게 된다. 나는 파스를 붙여주기 전에 강아지가 멈추지 않고 계속 귀를 털어댄다고 이야기 하고 급기야 남자친구는 강아지를 무릎에 뉘이고 핸드폰 후레시로 강아지의 귀를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간.


귀에 뭐 있는데? 털 같은게 있는데?


강아질 무릎위에 앉혀놓고 핸드폰 후레시로 비쳐가며 한참을 보던 남자친구가 말했다. 우리 털털탈탈 강아지 귀는 굉장히 쫑긋하게 서 있긴 했지만 한번도 그런 이물질이 들어가 본적이 없다. 왜냐면 이 강아지가 나에게 올때 귓병을 엄청 심하게 앓았고, 스테로이드제에 뭐에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던 강아지다.


그 뒤로 내가 강아지를 케어하기 시작하면서 왠만하면 강아지 귓병 안걸리게 하고 싶어서 사료도 나름 좋은것만 골라 먹이고, 애초에 강아지 귓속털도 없었지만 털이 너무 많이 빠져서 셀프미용할때는 화장솜으로 강아지 귀를 꼬옥 막아 털이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항상 대비해 왔기에 강아지 귀에 들어간 털? 상상조차 못했다.


그거 강아지 귓속털 아니야? 한동안 벗어놨던 안경을 찾아 쓰고 강아지 귀를 보는데, 아니 강아지 귓바퀴 안쪽으로 실오라기 뭉쳐놓은듯한 털이 두뭉치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 있는 쪽집게를 일단 가스불로 1차소독을 하고, 알콜스왑으로 2차소독을 해서 호.. 하고 불어 말린후에 조심스레 강아지 귀에 넣었다.


아무런 저항없이 강아지 귀에서 딸려나온 두뭉치의 정체불명 털

아무런 저항없이 강아지 귀에서 털뭉치들이 딸려나왔다. 강아지가 하얀색 강아지인데, 하얀 털뭉치가 저만큼이나 딸려 나오다니. 강아지 슬개골 수술을 하기전 다리털 삭모를 하는데, 그 털이 딸려 들어갔겠거늘. 의심만 해볼뿐이다. 


정체불명의 털뭉치가 귓속에서 빠진 후 강아지는 온몸을 몸서리치듯 털었고 이제서야 몇일간 못잔 잠을 이제서야 잘수 있다는듯 그 뒤로 만 하루를 꼬박 잠만 잤다. 단 한번도 몸을 털거나 귀를 긁지도 않고 말이다.


다시금 말하지만 우리 강아진 귀가 굉장히 쫑긋하며 속털 하나 없이 굉장히 깨끗한 귀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강아지가 우리집에 처음 올 당시 굉장히 크게 귓병을 앓았던 덕분에 굉장히 큰 고생을 했고 그래서 내가 식이로 꾸준히 관리를 해왔다. 더군다나 애초에 우리 강아지 귀 속털은 없다. 그래서 남들은 파우더를 뿌리고 뽑지만, 나는 강아지 귓속털을 뽑아본적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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