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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은서른아홉부터 Oct 05. 2024

강아지 슬개골 수술 후 한 달 차(5)

한없는 자괴감과 미안함, 그리고 고마운 마음도 가득.

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은 병원 선택에 중요성을 알려 드리기 위한 글입니다. 

누구보고 나쁘다. 좋다. 가지마라 어쩌라 이런 의도는 아닙니다. 

그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때 반려견, 반려묘 병원을 선택하는것에 도움을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강아지 수술을 시키고 나는 한동안 강아지들에게 미안함과 그리고 내 욕심으로 수술시키고 강아지들 다리를 바보 만들어놨구나 하는 자괴감에 시달렸다. 특히나 붕대를 풀고 난 이후 빵구다리를 못 디디고, 깽깽발을 디뎠던 2주간이 그러했다.


수술을 하고, 엑스레이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깽깽발을 딛고 서거나 안쪽으로 돌아가 있는 강아지 발의 위치를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 듯, 대성통곡을 하고 난리도 아닌 상황이었다. 하루에 수십 번씩 가슴이 터질 거처럼 희망열차를 탔다가 다시 또 절망열차를 탔다가.


어쩌다가 발을 살짝 디딜라고 하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시 발을 올려 버리는 강아지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내가 왜 이 수술을 시켰나. 강아지 다리 나중에 굽어서 바보 되면 바보 된 채로 돌보면 되지 왜 강아지들 고생시키고 나는 나대로 고생이고 강아지들은 강아지대로 고생을 시켰나. 비용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저렴한 병원에다 내가 그런 선택을 했나 자괴감에 시달린것도 만큼의 흉터로 남았다.


수술한지 이제 만으로 한달하고 2주를 넘어가는 지금, 빵구는 어설프게나마 네발로 디디고 아기같은 걸음을 시작으로 재활을 시작했다. 재활이라고 해봤자, 집에서 가벼운 뛴 걸음으로 반쯤 뛰거나 재활기구를 끼고 밸런스볼위에 서서 30초를 버티는게 다이지만 그나마 이제 네발로 잘 디디고 선다는것 만으로도 큰 위로이자 기쁨이다.


빵구가 네발로 디디고 선 데에는, 아주 고마운 강아지 한마리와 고마운 분의 큰 도움이 있기도 했다. 내가 활동하던 아반강고카페라고 아픈 반려 강아지와 고양이의 케어법과 그리고 케어팁들을 공유하는 카페에서 끓어 오르는 울분을 무슨 쓰레기통 버리듯 버리던 때가 있었는데, 거기서 만난 귀인이셨다.


예전에 나는 할머니 장례를 치루고 할머니 집으로 와 냉장고를 열었는데 할머니가 담아두신 반찬들이 다 쉬어 나자빠져 가는데도 그게 내심 버리기가 아까워, 이거마저도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나면 할머니는 더이상 내옆에 없을거란 이상한 정신적 흐름으로 그 쉬어빠진 반찬을 정신없이 주워먹다 들켜서 발악을 하고 난리를 쳤던적이 있다.


나도 그랬음에도 강아지를 먼저 무지개 다리로 먼저 보내시고, 내 손에 오롯이 남은 강아지의 흔적은 그 물품들 밖에 없을터인데, 내 강아지에 체취가 그대로 남물품을 타인에게 나누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도 염치 없이 받아든 재활기구. 수십만원대의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는 제품이었다. 강아지의 이름은 로니였고, 강아지를 그렇게 보내 버리고 남는 허탈함과 그리고 미안함을 채 헤아리지 못하고 덥썩 받아든 제품이 아직도 내심 죄송하고 그렇다.


그렇게 큰 호의와 정성으로 내 손에 쥐어진 물품을 강아지 다리에 끼우고, 재활을 시작하며 매번 로니가 강아지별에서 잘 쉬고 있기만을, 그리고 로니 보호자님의 마음에 평안이 오시기를 매번 바라고 기도하며 재활을 시작한다. 그 큰 사랑과 호의 덕에 빵구는 더 빨리 네발로 디디고 서있는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든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지만, 로니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이 세상에 아주 큰 사랑과 그리고 나밖에 모르던 나에게 더 큰 사랑과 그 사랑을 행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로니와 로니보호자님께서 알려주신 사랑은 3~4만원 아무 거리낌 없이 시켜먹던 배달음식에는 아무 거리낌이 없다가 매번 큰 돈이 들까봐, 이럴까봐 횡령할까봐 저럴까봐 걱정하며  주저하던 내 마음에 큰 울림이 되었고 지금은 배달음식을 줄이고 그 돈을 조금씩 쪼개 유기견 보호소에 간식이나 물픔을 몇차례 후원하게 되었다.


물론 먹는 즐거움이 사라진데 있어서 조금은 아쉽지만? 내가 잠깐의 불편함을 겪고 조금이라도 편해지고 기뻐질 강아지들과 고양이를 생각하면 또 그만큼의 기쁨은 또 없다는 사실.


내가 후원한 있는 강아지보호 시설중, 공개된 한곳이다. 폐견처리 속칭 강아지 공장에서 새끼를 계속 빼내다 이제 생식능력도 상품으로서의 가치도 아무것도 없어진 강아지들이 모이는곳. 거기서 구조된 치와와 한마리는 작고 작은 새끼를 빼내고자 식사도 신선한 물도 아무것도 제공되지 않은곳에서 너무 큰 고통을 받았나보다.


작은 몸에서 작은 새끼를 계속 빼내야 하니 강아지는 굶어서 2kg이 채 나가지 않았고, 그 몸으로 계속 새끼를 뽑아내니 강아지는 자기 뒷다리에서 야금야금 칼슘을 녹여내고 관절을 녹여내서 그 작은 몸으로 작은 새끼를 키워냈나보다.

아주 환장하고 미쳐 돌아간다는 2kg의 작은 덩치임에도 불구하고 저 아이의 안타까운 사연에 조용히 오르는 하트수와 댓글 말고는 이 아이에게 따듯한 밥한끼 먹을 기회조차 오지 않는 이유는 새끼를 계속 적출당하느라 굳어버린 뒷다리 때문일까? 아픔이 있는 강아지들에게 사랑을 베풀지 못하는 사람들의 야박함 때문일까.


나의 힘은 너무 작아서 아무것도 못하지만, 부디 릴리라는 저 친구가 좋은 가족을 만날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만을, 또 그렇게 좋은 가족을 만나 네 다리로 건강한 식사를 하고 건강한 물을 마시고 건강한 산책을 하며 남은 여생을 건강하게 살다갈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출처 : https://www.instagram.com/reel/C_421xAMGig/?igsh=MXhiemN0MG55YTJ5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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