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때 반려견, 반려묘 병원을 선택하는것에 도움을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사실 이건 아주 고질적인 문제였다. 강아지의 변비. 27일 퇴원을 하고 3일은 붕대를 하러 매일 수술한 병원을 갔었다. 두 마리 다 붕대가 훌렁훌렁 벗겨져 버리니 두 마리를 얼싸안고 병원을 가면 꼭 소변도 대변도 이만큼씩 했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걸 누가 했는지를 모르니 미칠 지경이다.
내가 알기론 한 녀석은 이미 붕대를 한 채로도 꺼내서 대소변 자리 위에 올려놓으면 어떻게든 다리를 버티고 일어나 대소변을 보고서는 개운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다른 한 녀석은 하루 24시간 중 12시간 이상을 나랑 살을 꼭 맞대고 있어야지만 잠을 자고 원이 풀리던 애가, 소변을 보러 가는 것도 그리고 대변을 보러 가려고 자리에서 일으키면 금방 으르렁 거리며 내 손이 닿는 거 자체를 거부했었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예민했다.
강아지 변비에 대해 이리저리 인터넷과 구글링을 통해 얻어낸 자료를 요약하자면 이랬다. 매일 소량이나마 밥을 먹고 있고, 계속 이대로 변이 배출되지 않고 쌓이면 변비가 오고. 변비가 오면 대장이 대변에 수분을 흡수해 돌처럼 굳어 쌓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장이라는 직장 바로 위 대장의 말단부 기관이 축 늘어지고 운동능력을 잃게 되는데 이게 바로 거대결장.
거대결장이 오게 되면 이건 만성적인 질환이라 다시 마취 후 개복수술로 대장을 잘라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손으로라도 대변을 짜서 배출해야 하는데, 잘못했다가 강아지 장을 건드릴 수 있으니 정말 이건 최후의 수단이다. 어떻게든 강아지 대변을 보게 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했다. 이미 대변을 안 본 지 5일이 넘어가고, 9월 3일 실밥을 풀러 가면서 변비약이라도 처방받아와야지. 그전에 뭐든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자.
강아지가 으르렁 거리든 말든 입질을 하건 말건 울타리 안에서 꺼내 핫팩을 미지근하게 데워 배 마사지를 해주고, 변비해소에 끝판왕이라는 푸룬주스를 하루에 10ml씩 먹여보기. 섬유소가 굉장히 풍부하다는 미니밤호박에 불린 맵쌀을 가루로 만들어 넣어 죽을 끓이고 사료반 호박죽반 급여해 보기.
9월 3일. 강아지 실밥을 풀고, 변비에 대해 상담을 받았고 매일 아침저녁 3ml씩 3일을 급여해보란 말씀과 함께 강아지 변비약을 처방받아왔다. 아침저녁으로 쓰디쓴 약을 일주일을 먹고 이제 약을 끊는다 싶었는데 거기다 또 약을 먹이기엔 내가 너무 미안했다.
이미 내가 저질러 놓은 일이니 약은 최후의 수단으로 하고, 일단 내가 하고 있던 것들을 계속했다. 아침저녁으로 배마사지를 꾸준히 해주고, 푸룬주스를 하루에 10ml씩 꾸준히 먹이고. 미니밤호박죽을 꾸준히 먹이고. 그렇게 병원을 다녀온 지 만 하루하고 반나절이 지났다.
9월 4일 점심을 먹고 노곤한 몸을 소파에 대충 기대고 강아지 배를 문질문질. 어디선가 뿌직!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건 세상에서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냄새다. 이건 내 방귀 소리냐? 네 방귀 소리냐? 애처롭게 날 바라보고 있는 강아지의 눈길.
아! 신호 왔구나!
주저하지 않고 강아지 혼자 쾌변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항상 대변을 보던 자리에 강아지를 조심스레 내려놓고 나와 다른 강아지는 안방으로 대피해 충분한 쾌변의 시간을 주었다. 10분쯤 지났으려나. 살짝 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니 정말 형용할 수 없는 엄청난 변냄새와 함께 누가 보면 대형견이 본 것으로 오해하기 딱 좋을 크기에 대변이 세 무더기나 놓여 있었다.
개운하다는 듯 자리에 서서 날 애처롭게 바라보는 그 녀석의 눈망울. 나는 그날 그 순간 세상을 다 얻은 느낌이었다. 9월 4일 오후 2시 20분 무렵. 정말 나는 진짜 천하를 얻은듯한 쾌감에 기세가 등등했다. 내가 이 녀석의 변비를 고쳤다. 그런데, 기쁨은 그게 끝이었다.
붕대를 풀고 온 9월 5일 저녁부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붕대를 풀고 와서 예전보다 조금 더 자유로워진 뒷발로 5분마다 한 번씩 탈탈탈탈 뒷발로넥카라를 긁는 요란한 소리. 넥카라를 하고 있는와중에도 털털 털털 귀를 털어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게 밤새 이어졌다.
9월 6일 아침 단순히 넥카라를 하고 있어서 불편해서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럴 때마다 가끔 5분씩 넥카라를 풀어서 허리춤에 얹어놓거나 내가 대신 넥카라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목을 긁어주기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강아지가 뒷발로 넥카라를 긁고 귀를 터는 행위를 밤새 멈추지 않았다.
9월 7일 오전 11시경 탈탈털털 하는 강아지가 소변을 보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티를 내길래 울타리에서 꺼내 패드 위에 올려놨더니 처음엔 연노랑색의 예쁜 소변을 시작으로 끄트머리 5~6방울 정도 빨간 선혈을 쏟기 시작하는 거다.
당시 털털이 강아지가 봤던 혈뇨
단 한 번도 이런 상황을 겪어 본 적도 없었고, 이런 상황은 내 시나리오에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당황하기 시작했다. 다시 또 나는 네이버 아반강고카페(https://cafe.naver.com/healingdogcat)를 찾아 글을 올리고 비슷한 상황을 검색했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신부전 혹은 방광염, 최선의 상황에선 단순 요로감염. 단순 요로감염이면 좋겠지만, 방광염이면? 신부전이면? 어쩌면 좋지? 눈앞이 캄캄 해지고 온몸에 힘이 풀렸고 그냥 나중에 강아지 다리 굽어져서 못 걷게 되면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면서 살면 되는데 왜 네가 나서 강아지 고생 시키고 이제 와서 우는소리 죽는소리 하느냐며 강아지 혈뇨를 본 그 순간부터 밤새 나를 엄청나게 학대하듯 질책하고 몰아세웠다.
그저 단순요로감염이기만을 바라며 급한 대로 강아지 비상약통을 뒤져보니, 마침 요로감염에 쓰이는 동물약국에서도 판매하는 항생제가 보였고, 한알 꿀꺽 집어 먹이고는 다시 또 울고 불고 밤새 기도 메타가 시작되었다. 나는 죄인이로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