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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드부루 Apr 10. 2024

K의 하루

4. 빛나는 아이들

K의 첫째딸 S는 아주 씩씩하고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집안의 모든 서랍과 문이란 문은 다 열어 보고 다 쏟아 놓는 게 일상이었다.  심지어는 자신이 싸 놓은 똥기저귀 안의 똥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콕 찍어 맛을 볼 만큼 궁금한 게 많았다.  


또 여자 아이라 이쁜 인형을 가지고 놀 것 같은데 장난감 총을 가지고 노는 것을 더 좋아했다. 


이러한 S를 돌보는 일이란, 30대의 K에게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K는 직장맘이다 보니 대부분의 돌봄은 K의 친정 부모님이 맡아야 했다. 


S가 두 살이 될 무렵 K 는 혼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S가 안스러웠다.  


결혼하기 전에도, 결혼 후에도 자녀계획을 깊게 생각해 보지 못했지만, S가 홀로 남겨질 먼 미래를 생각하니 S에게 동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한 결정은 남편으로부터 얻게 되는 고통의 시간과 저울질 할 법도 한데...

K에게 S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또 2년이 흘러 S의 동생이 태어나고 K는 몸은 힘들었지만, 아이들을 통해 삶을 더 굳세게 살 수 있었다. 


천사처럼 맑은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일은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을 깨끗하게 목욕을 시켜 잠옷으로 갈아 입히고, 저녁 식사와 설겆이가 다 끝나고 나면 K와 아이들은 함께 동화의 나라로 여행을 간다. 


하루는 호랑이와 토끼가 나오는 숲속을 가기도 하고, 하루는 멕시코의 작은 마을로 가서 칠리소스를 찍어 나초를 먹는 소년과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또 하루는 말랑말랑한 찰떡 삼형제를 만나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아이들은 엄마가 지어부르는 노래들을 어깨를 으쓱으쓱 거리며 신나게 따라 불렀다.  


빛나는 눈망울로 엄마가 읽어 주는 동화 이야기를 한참 듣다 보면 아이들이 하나, 둘 잠이 들었다. 

잠이 든 아이들의 이불을 발끝부터 가슴팍까지 조심스럽게 덮어주고 나서 안방을 살그머니 나온다.


사방은 고요하고 창 밖의 빛은 어느새 어둠으로 바뀌어 있다.  

까만 하늘에는 하이얀 달이 도시의 불빛으로 희미하지만 '나, 여기 있어!' 하며 자태를 뽐내는 시간. 


 그 신성한 시간이 K의 하루 중 가장 행복을 주는 시간이었다. 


K에게 아이들이 주는 행복은 너무나도 컸다.  


자식을 낳은 부모가 의례 그렇지.. 라는 생각도 하였지만.. 


이 아이들을 잘 지키고 키우는 일은 K에게 절대적인 사명이자 본분이라 여겼고, 그러기에 그 어떤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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