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서둘러 시작하진 않는다
2024.2.16.
아침을 서둘러 시작하진 않는다. 일어나면 브금처럼 강의를 켜놓고 들으면서 잠이 깨면 일어나고 피곤하면 그냥 더 자도 상관없다는 느슨한 마음이다. 그런데 오늘은 공교롭게도 일어나고 얼마 안 있어 노트북을 켜고 단순 작업을 시작했다. 그냥 그렇게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느긋해도 된다고 하니 열심히 하는 청개구리 같은 마음일까. 스스로가 이상하게 느껴진 아침이었다.
2월 프로젝트 중 하나를 끝냈다. 정기적으로 하는 일이기에 3월이 되면 다시 해야겠지만, 어쨌든 이번 달 분량은 마쳤다. 끝냈다는 작은 성취감과 안도감, 그리고 개운함이 느껴졌다. 주말이기도 하고 카페에 가서 작업할까 하다가 환기를 시키고 미뤄뒀던 청소부터 했다. 언제 이렇게 더러워져 있던 건가 싶을 정도인데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
깔끔해진 바닥에 요가매트를 깔고 폼롤러를 하면서 음성지원 기능으로 책을 읽었다. 요즘 백색소음이나 음악을 켜두는 것처럼 강의를 틀어두거나 음성지원 기능으로 책 내용을 듣는다. 꼭 내용을 애써 다 듣지는 않는다. 카페에서 대화하는 사람들 소리처럼 듣게 되기도 하고 흘리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 귀에 들어오는 내용이 참고가 되기도 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시간은 저마다 다르게 걸리는 경우가 있다. 그 시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오래 걸리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나만 안 되는 일로 바뀌기도 한다. 쉽게 성공한 이야기만 관심과 주목을 받게 되니 체감하는 평균과 기준은 더 높아지기 마련이다. 쉬워서 성공하는 사람이 많은 일이라고 해도 그 이상으로 실패하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말이다.
요즘엔 쉽게 할 수 있다, 잘될 수 있다는 말보다 여러 번 실패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말이 오히려 더 위안이 된다. 그건 내가 그 일을 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러 번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큰 성공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래도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만큼은 해낼 수 있다면 된다고.
올해가 시작된 지 이제 한 달 반이 됐다. 그동안 뭘 이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면 현재의 자신에 대해 초라한 기분이 들었는데, 어떤 차이를 만들어 냈는지를 생각하면 뿌듯함이 느껴진다. 한 달 반 전과 지금은 분명히 다르다. 그렇게 생각하니 불안하고 초조했던 마음이 많이 가라앉고 기운이 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여기까지 오기도 했다. 길을 잃고 헤맨 것 같기도 한데, 너무 열심히 헤매다 보니 우연히 맞는 길로 가기도 하고 다시 샛길로 빠지기도 한 기분이다. 한 번에 잘 찾아가는 게 좋지만, 헤매는 걸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하긴 이것도 다 지나고 나야 비로소 할 수 있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