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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usHya푸쉬야 Apr 09. 2024

무소유 + 소유



많은 것들을 소유하며 살아온 지난날들을 고이 접어두기로 결심했다.

생각을 해 보면 탐욕과 욕심들을 끊임없이 붙이고서는 소유라는 감옥에 갇혀서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기본적인 의. 식. 주라는 것의 정의를 내리고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소유들을 펼쳐온 것이다.

어느 날은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하고 살았나를 떠올려 봤다.

매일매일 가지며 살아온 나는 더 이상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였다.

그럼에도 생활의 불편함과  '예쁨'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며 사고 또 버리고를 반복한 것 같다.


이번에는 이삿짐센터를 부르지 않았다. 

틈틈이 하나하나씩 짐들을 싸며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았다.

'옥탑방에서 많아봐야 얼마나 많은 짐들이 있겠어.'라고 생각해서 조금씩 포장하듯 하며 

시간을 보내며 보니 자잘하게 버리기도 뭐 한 것들이 참 많구나 싶었다. 

물론 이 옥탑방에 이사 오고 나서는 집이 작다 보니 

늘 사게 되는 문제를 고민하는 시간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사 갈 때가 되어서야 욕심을 많이 줄이고 미니멀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박스 몇 개정도로 짐을 가볍게 가져갈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부피가 크지 않을 뿐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것들이 많이 있고, 

그 물건들을 볼 때면 내 생각의 반경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며 

불필요하게 외부로 시선이 많이 닿아있는 내면의 모습과 마주하는 기분이 썩 완벽하진 않았다. 

편리성일까? 아니면 욕심일까?를 왔다 갔다 하며 

고민하는 시간이 어쩔 때는 괴롭기도 바보 같기도 하다.  


주부로서 요리를 할 때 도구를 사용하면 편하고 피곤함도 훨씬 줄어들겠지만 

나는 과감하게 칼 한 자루와 최소한의 채칼정도만 가지기로 했다.

시대에 흐름이 먹거리에 점점 문제가 생기는 지점에 이르러 

우리처럼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부부에겐 잘 챙겨 먹기란 사실상 어려운 현실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과감히 생채식을 선택했다. 



힘들게 일을 하거나 에너지 소모가 많은 날은 어쩔 수 없이 몸이 밥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는데 

그럴 땐 작업실 바로 옆에 있는 한 끼에 8,000원 하는 정식집으로 향한다. 

최근에는 감사하게도 작업실 바로 1층에 샌드위치 가게도 생겼다.

(최소 9,000원 이상인 샌드위치 / 샐러드를 사 먹을지는 미지수다.) 


그 외에 세탁기, 냉장고, 침대, 옷장 그리고 에어프라이기 등이 남았다. 

어쩔 수 없이 소유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적어도 동네 안에서 해결하지 못한다면 차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감과 적지 않은 비용을 써야 하는 단점. 

우린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생각해 볼까 고민해 봤다.

일단, 성향도 고려해 보아야 할 문제인데 남편과 나는 지금 현재 넉넉해서 이사를 한 건 아니기에 

위의 모든 가전들을 완벽하게 준비해 갈 능력은 없는 상황이다. 

원래 있던 가전들은 이미 오래도록 사용했고, 

하나씩 고장 나기 시작해서 중고물품에 내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 

헤어질 결심으로 참다가 폐기할 시점과 이사할 시점이 맞물렸다.

고장이란 것이 수리로 이어지지 않고 이사할 때인가 보다로 이어져서 감사했다. 

어려운 시기에도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주유비와 교통비용을 아낄 수 있는 효율을 생각해 봤을 때

작업실 위층이 그리 비싸지 않은 월세비용으로 나와준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 부부는 어디에 있든 일정 시기가 되면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다. 

한 곳에 뿌리내리고 오래도록 산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어려운 사람인지라 

새것을 사서 소유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힘든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가전은 렌털을 하기로 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러하다.

세탁기가 고장이 나서 거의 한 달 정도 빨래방을 이용해 봤으나 세탁기는 있어야겠구나 결론을 내렸다. 

느긋하게 주말에 빨래방 가기도 힘들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없고, 

오가는 불편함과 빨래방에서 기다리는 시간들을 생각하면 세탁기는 필요했다.

냉장고는 작업실에 있는 냉장고를 잘 이용하고 있는터라 또 다른 하나를 소유하고 싶지 않았다. 

이것에는 생채식이 한 몫했다.

확실히 생채식을 하니 과일과 쌈채소, 견과류 정도라 과일들은 다용도실을 이용하고 

쌈채소와 견과류만 각각 냉장, 냉동으로 보관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일물 전체를 모두 먹다 보니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 것도 좋았다.)

건강한 삶과 우리가 효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아주 좋은 선택인 것이다.



완전한 무소유란 어렵지만 불필요한 것들을 소유하는 것을 줄이면 생각정리에 도움이 된다.

정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물건을 살 때 필요한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물건이 쓰이고 어딘가로 보내어지거나 창고도 아닌 방 안에서 

그대로 박제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대부분 3~6개월 이상 쓰지 않은 물건들이 눈에 띄게 많이 보였다.

그것이 꼭 필요한 것도 특별하게 꼭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충동구매를 했구나라고 

생각한 것들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보여주기 위해 자리를 채우려는 욕망과 쇼룸에서 봤던 모든 것이 예뻐 보여 

우리 집에서도 똑같이 보일 거라는 착각 속에서 내 마음은 훔쳐지고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보고 있는 내 눈에게 충고를 하고 싶다. 

플라스틱이며 친환경 물품들을 사는 것보다 가진 것을 활용하거나 

불필요한 품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환경도 환경이지만 환경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우리는 지금 줄여야 한다는 것이 팩트다.

꾸밈없이 사는 모습을 꾸준히 담으며 보고 느끼고 반성하고 위로하는 삶을 담아 보려 한다.







**이사와 출장이 겹치면서 연재가 조금 늦었습니다.

집주인분께서 한창 집을 고치시느라 드르륵 드르륵 - 이 소리를 들으며 글을 씁니다.

기분 좋은 층간소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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