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로 시간여행을 다녀오다

은희경의 '새의 선물'을 읽으며

by Jerome 예롬

캐나다에 와서 자주 들리는 곳 중의 하나는 도서관이다. 집 근처에 도서관이 많아서 좋다. 에서 자동차 20분 거리 안에 4개의 도서관이 있 그 근처에 일이 있으면 한국어로 된 책을 빌려오곤 한다.

어떤 때는 작가이름을 보고, 어떤 때는 근사한 제목을 보고 선택한다.

신간서적일리가 없고 한국어 책이라 읽는다는 것이 솔직한 이유다.

그동안 읽은 책들은 개 책표지를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음악과 함께 업로드했다. 그것은 SNS의 목적처럼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고 외에서 한국어책을 읽었다는 자기만족의 표시이며 냥 흔적 뿐이다.



얼마 전 도서관에서 은희경의 장편소설 <새의 선물>을 려 읽게 되었다.

열두 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

프롤로그의 제목이 인상적이었다.

내 머릿속에서 그 열두 살의 발칙한 소녀는

주요섭의 소설 <사랑 손님과 어머니>의 첫 문장 나오는 여덟 살 난 처녀애도로 연상했었다.

그러나 책을 점점 읽어 내려갈수록 주인공, 12살 소녀의 진희는 깜찍다기 보다 어른의 세계를 이미 알아버린 조숙한 인물이었다.


진희는 어머니를 여의어 외할머니댁에서 이모, 삼촌과 같이 며 성장한다. 삼촌은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며 가끔 집에 온다. 할머니댁은 집이 커서인지 를 들어 사는 사람이 많다. 진희는 이 어른들 삶 주변에서 영향을 는다. 아빠는 이미 가출해서 재감이 없으며 나중에 재회 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런 환경 속에 진희는 사랑을 대하는 여자의 태도, 짝사랑, 잘못된 사랑, 이별, 배신, 죽음, 낙태 다양한 인간사와 사회현상을 목격한다. 신의 모습 그리고 어른들의 삶을 해 고민며 성장하지만 결국은 랑도 삶도 냉소적로 변한다.

자기의 삶은 유년에 이미 결정되었다고 할 정도니까.

자기 자신을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로 분리시켜 스스로를 일정한 거리 밖에서 지켜고 있다.

진희는 한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주체성을 갖고 성장한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운명이 아니고 우연이라 한다.

이를테면 여자게 첫 키스나 첫 경험은 결혼의 구속요소가 니라고 한다. 그것은 운명이 아니니까.

첫사랑인 남자를 두고 다른 남자와 첫 키스를 하며 속박에서 벗어났다고도 한다. 그것은 우연이니까.

은 진희의 생각은 당시로서는 금기를 깨는 파격적 발상이을 것이다.


또한 진희 앞에 갑자기 나타난 아빠와의 재회를 "70년대식 농담"이라고도 표현한다.

90년대가 되었어도 세상은 진희가 열두 살이었던 60년대와 똑같이 흘러간다 말한다.

그녀에게 시간의 구분은 사물의 뜻을 공유하고 분류하기 위해 고안한 일종의 장치일 뿐이다.

그래서 열두 살 이후에도 그녀는 성장할 필요가 없다 한다.


일반적으로 소설의 구성은 인물, 사건, 배경이다.

이 소설서는 무엇보다도 시간적 공간적 배경에 너무나도 공감이 닿았다.

내게는 당시의 시대 묘사와 등장인물의 서사를 통해서 이 소설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고, 과거로의 시간 여행 되었다.

기억 속에 이미 사라진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이르는 한국 그리고 나의 유년시절, 학창 시절을 한꺼번에 소환기에 딱이었다.

소설을 읽 보니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린 시절의 기억의 파편들이 하나하나 연결되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난 소설의 내용보다는 시간여행 집중했는 지도 모른다.



진희 외할머니의 집 한가운데는 우물이 있다.

두레박으로 물을 긷고 양동이로 물을 엌으로 나르던 시절이었다.

우물 옆에는 세숫대야가 있고 빨래판도 있다.

대야로 세수도 하고 발도 닦낸 다음에 그 구정물은 수채구멍으로 버려진다.

가족이든 이웃이든 우물가로 오면 얼굴이 마주치고 자연스레 얘기를 나눈다. 로의 안부, 집안얘기. 동네얘기, 소문이 우물가로부터 퍼져나간다.

당시 네 우물은 마을의 생명줄이자 커뮤니티의 중심지였다.


진희를 조숙하게 것은 주변 어른들의 삶의 태도였지만 정서적으로는 삼촌이나 이모가 보 잡지책 <새농민> 일조했다는게 흥미롭다.

당시 <선데이서울> <여성중앙>과 같은 잡지는 연예계 소식과 더불어 18금 버금가는 재소설 담고 있다. 물론 어린이들에게 <어깨동무> <새소년> 같은 잡지가 던 것은 아니다.


진희 이모의 취미는 펜팔이었 펜팔로 애인을 만나기도 했다.

1970년대 펜팔은 청소년과 젊은이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아날로그 소통 문화였다.

잡지 뒷면 펜팔란는 펜팔능한 친구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

국제교류협회라는 그럴듯한 곳에 회원을 가입하면 친구를 소개해준다. 예쁜 이름만 보고 얼굴 목소리, 마음씨도 예쁠 거라며 밤새워 편지를 써보던 시절이 다.


진희 이모는 이불속에 엎드려서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는 장면이 나온다. 시 <밤을 잊은 그대에게> 같은 심야 라디오 프로에 심해 감성을 키웠으리라.

DJ의 차분한 목소리와 멘트는 청소년의 고민이나 방황을 덜어주고 위로해 주며, 열공하는 학생에게는 잠시 쉼표가 되어준 시절이었다.


소설 속에는 당시 처절하게 살아가는 여러 군상을 만날 수 있다.

승객의 승하차를 돕고 요금을 받으며, 문을 두드려 출발 신호를 보내는 버스 차장었다.
만원 버스에서 ​출발 신호로 "오라이!"를 외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남의 집에 살며 가사 가사를 돕던 식모라는 직업 눈에 띈다.

진희는 어렸지만 기지촌 여성, 신분 상승을 위해 야심을 갖는 웃 여자, 열악한 유지공장에서 일하는 이웃 여공의 죽음, 이모의 낙태, 사랑의 배반고 들으면서 여자들의 인생 굴곡에 대해 많은 생각을 된다.

그러면서 성에 대해 냉소하고 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알 것이 없다 한다.


몸빼차림의 할머니가 부지깽이로 혼내는 모습, 월남치마를 입은 여인의 모습. 고무신 신은 모습이 당시 패션 일부였다.


변또, 자석필통, 특활시간, 자습, 백일장대회, 음악감상실, 군장병 위문편지, 곤충채집, 교과서 표지를 싸기 위해 흰 달력 종이로 잘라서 쓰던 일 를 잠시 초등학교로 환하며 때를 그립게 만든다.


진희가 삼촌 친구를 짝사랑할 즈음 영화 <도라 도라 도라>를 보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 공습을 소재로 한 전쟁 영화 아련하게 떠오른다. 영화 상영 전에는 항상 <대한 뉴스>라는 홍보물이 있었는데 그것조차도 볼거리중의 하나였다.


이 밖에도 6,70년대의 의식주나 일상생활에 관련된 소설 속의 단어를 접하면 흑백사진처럼 그 정경이 눈앞에 절로 그려진다.

대청마루와 댓돌, 빨랫줄과 바지랑대, 포대기, 반짇고리, 장터의 약장수들의 공연, 엿장수, 차부와 대합실, 군민의 날, 군민잔치, 고구마소쿠리, 달구지, 과수원, 땅강아지, 기장, 석유풍로의 그을음, 변소, 요강등 수없이 많은 것들이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 이런 많은 어들 만나면 옛날얘기 같은 옛 고향의 정경이 머릿속에 가득 채워진다.

소설 속에서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이 더이상 낯설지 않았다.

진희는 결국 나와 생각이나 모습이 달랐을 뿐 민학교(등학교) 시절의 늘진 친구 중 한 명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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