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h Wednesday에 나는 먼지가 되리라.

나를 낮추고 비우는 날

by Jerome 예롬

다가오는 2월 18일은 Ash Wednesday, 재의 수요일이다.

해마 이 날은 기독교, 특히 나다든 한국이든 모든 가톨릭교회에서는 이마에 를 얹으며 회개와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너는 에서 나왔으니 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라는 창세기의 말씀 묵상하게 된다.


본질적으로 재와 먼지, 흙은 다르겠으나 인간이 유한한 존재를 나타낼 때는 구분 없이 쓰이 것 같다.

성경 원문(히브리어)에도 은 언어유희처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재(Ash)는 '에페르' (Epher),​ 흙(Dust)은 '아파르' (Aphar)로 발음과 철자가 매우 비슷하며, 인간의 미천함을 강조할 때 "재와 흙(티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성경에서 뿐 아니라 시나 노래, 글에서도 이들 단어를 사용하여 인간의 유한성 표현하고 있다.

올드 팝인 Kansas의 "Dust in the Wind"는 차분하면서도 인생을 한없이 허무한 분위기로 빠져들게 한다.

........

Dust in the wind.

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

Now don't hang on.

Nothing lasts forever but the earth and sky.

It slips away.....


재의 수요일도 인간의 유한성과 허무를 자각하는 날인만큼 그 분위기는 실 무겁고 지는 않다.


그런데 이번 재의 수요일을 앞두고 정호승 시인의 "햇살에게"라는 시를 접하면서 그동안의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었다.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간이 한낱 먼지임을 자각하면서도 허무에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감사하 마음을 갖고 있으니 밝고 풍성한 느낌을 어서 좋다.




인간이 화양연화의 시절을 보고 있 명예와 부, 권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에 인간을 먼지, 재, 흙에 비유다면 실감 나지도 않고 공감을 얻도 어렵다.

그냥 종교적인 좋은 소리일 뿐이라고 가볍게 무시당할 수도 있다.


나 역시 한참 동안 재의 수요일을 종교의식의 하나로만 여겼던 것이 사실이다. 런데 육십을 넘기다 보니까 이제는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 자신이 점점 먼지로 수렴해 가는 느낌 어쩔 수 없다.



재의 수요일은 겸손을 배우는 시간이다.

즉 나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시간이다.

거대한 우주 속에서 나의 존재가 한 줌의 먼지처럼 작다는 것을 깨닫고, 비대해진 나를 뒤돌아 보는 시간이다.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바벨탑을 쌓아 올리고, 더 많이 소유하며 집착한다.

지나치게 집착하여 남에게 피해를 주도 느끼지 못하며 정당화한다.


끔은 니,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재의 수요일처럼 마음 가득 찬 탐욕, 교만, 이기심, 낡은 습관을 비워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재의 수요일은 내 삶에서 내 안의 모든 불순물들을 태워버리고 순수한 내면의 나를 마주하는 날이다.

따라서 덧없을 인식하는 동시에 나 자신을 워서 정화 새 생명의 거름이 된다.

그렇다고 나를 비움으로 모든 것이 허무로 끝나 주저앉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원한 행복을 누릴 삶을 위해 버킷리스트를 새롭게 채워나가는 희망찬 날이다.

그 버킷리스트는 '가고 싶은 곳'이나 '갖고 싶은 것'의 목록이 아니라, '되고 싶은 존재'에 대한 고백이자 결심이다.

이마에 재를 얹으며 시작하는 결심은 나의 취약함과 본질을 직시하고 내면의 새순을 우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목록을 만드는 일이다.

우리가 새해의 결심을 하듯이 재의 수요일에도 어떤 결심을 필요로 한다.

다만 새해의 결심은 개 외적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한 도약이라는 점에서 방향성에 차이가 있다.


재의 수요일은 40일간의 '사순절'이라는 긴 여정의 시작점에 있다.

봄을 기다리는 '인내의 겨울' 떠나는 여정의 출발이다.

이 겨울 동안 우리는 앞서 마련한 적인 버킷리스트를 실천하 보낸다.

신앙인은 자선, 기도, 금식, 용서 등을 통해 나를 태우고 새순을 워 나간다.

신앙인이 아니라도 이웃에 대해 사랑, 배려, 후원, 감사 인색하지 않고 나에 대해서는 절제 습관 보인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재의 수요일사순절이 지나면 침내 신앙인 화려한 축제인 부활맞이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 내면적 삶 새로이 시작 수 있다.




앞으로 내 인생에 얼마만큼의 재의 수요일을 더 맞이할지 모르지만 그날이 오면 는 기꺼이 먼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아침 일찍부터 난 먼지임을 고백하며 이 시를 기쁘고 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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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재의 수요일 #Ash Wedne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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