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랑 May 21. 2024

욕심부린 남자

대사관 긴급전화입니다

현지에서 한국인이 체포나 구금을 당하면 대사관에 연락이 온다. 

간혹 연락이 오지 않는 경우는 크게 2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노숙자인 경우에는 일괄단속을 하기 때문에 

굳이 일일이 신원을 확인하지 않고 신분증도 없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경찰에 신고를 한 측에서 뇌물을 주거나 따로 부탁을 하여 대사관에 바로 알리지 못하게 하는 경우이다. 


그래서 대사관에서는 주재국 교정기관에 정기적으로 한국인 수감자에 대한 자료 업데이트를 요청하고 정기면회 때에도 새로 들어온 한국인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앙헬레스 구치소에서 체포기록이 없는 한국인 수감자가 발견되어 즉시 통화연결을 했다. 

50대 초반의 이 남자는 본인이 언제 어떤 이유로 들어왔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했다. 

뭔가 숨기는 눈치였다.


구치소에 관련기록을 요청하여 며칠 후에 회신을 받았는데 앙헬레스 한인타운에 위치한 모 호텔에서 근무를 했던 걸로 나와 있어서 그 호텔에 연락을 했다. 


전화연결이 된 한국인 매니저는 그 남자의 이름을 듣고 조심스럽게 말을 아꼈다. 

새 매니저는 수감된 남자의 후임으로 그를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한다고 했다. 


이 호텔의 주인은 필리핀에서 사업을 오래 하다가 건강문제로 한국에 귀국하면서 매니저에게 본인을 대신하도록 많은 권한을 위임하였는데 그동안 성실하게 근무하면서 주인의 신임을 산 그는 주인이 귀국하자마자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주도면밀했다. 현지 직원들에게 호텔 주인과 직접 연락을 못하게 하고 직접 연락하는 직원은 꼬투리를 잡아서 해고했고 간도 크게 호텔 전체를 매각하려고 시도하다가 잘 안되자 사인을 위조하여 건물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았다. 


큰돈이 생긴 그는 거물 행세를 하며 카지노와 유흥업소를 드나들면서 돈을 탕진하고 은행에서 대출금 상환 압박이 들어오면서 호텔주인도 그 사실을 알게 되어 필리핀에 입국하여 그를 횡령과 사기 혐의로 신고하여 처넣은 것이다. 


필리핀에서 사기나 횡령은 중범죄로 취급하며 변제나 합의 전에는 보석허가도 잘 나오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사기 등 금융범죄의 형량이 높아졌으면 한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평생 감옥 안에 있을 정도는 아닐 것 아닌가?

이전 26화 신변보호 요청한 여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