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긴급전화입니다
마카티 번화가의 신축 고급호텔의 발코니에서 새벽에 한국 사람 2명이 차례로 뛰어내려 사망했다.
놀랍게도 둘은 한 살 터울의 친 형제였고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큰돈을 잃고 비관하여 자살을 선택한 것 같았다. CCTV나 외부침입의 흔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한국의 가족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안 됐다.
외교부와 해당 지자체를 통해서도 조회를 시도했지만 연락되는 가족이나 친척이 없었다.
이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무연고 시신 처리를 해야 한다.
마카티 시장에게 서한을 보내 장례 처리를 부탁했다. 보통 시에서 소유한 공동묘지에 묻히게 된다.
장례식장에서 계속 가족에게 연락해서 돈을 받아달라고 연락이 왔고 그 사이에 담당 영사는
사망서류를 외교부를 통하여 한국 주소지 관할법원에 보내서 사망신고를 했다.
몇 달 후에 전화를 한 통 받았는데 그 형제의 아버지였다.
그는 몸이 안 좋아서 속세와 절연하고 깊은 산속의 절간에 들어가서 꽤 오랜 기간 동안 요양을 했다고 한다.
몸이 어느정도 회복되어 산에서 내려와서 보니 그 사이에 아내와도 이혼이 되어있었고 다른 가족들과도 연락이 안 되어서 주소를 확인하려고 주민센터에서 가족관계 증명서를 발급받았는데 그제야 두 아들이 모두 사망신고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대사관에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아버지는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다 자기 잘못이라고 하며 비교적 담담하게 전화를 끊었다.
가족의 형태는 대동소이하지만 그 관계는 서로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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