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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랑 May 15. 2024

신변보호 요청한 여자

대사관 긴급전화입니다

당직전화로 신변보호 요청이 들어왔다. 

통화를 해보니 젊은 여자였는데 한국인 사채업자에게 살해위협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여권도 없다고 하여 대사관으로 오라고 하니 불안해서 밖으로 나가기가 무섭다고 한다. 

감금상태도 아니고 전화도 사용이 가능하니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은 아닌 것 같았지만 신고자가 불안해하여 카지노 호텔 인근에서 만났다. 


평범해 보이는 갓 서른이 된 여자였는데 카지노를 하다가 돈을 다 잃어서 사채업자에게 천만 원을 빌렸는데 

못 갚으니 호텔 방에서 감금을 당했다가 몰래 도망쳤다고 한다. 

여권 재발급을 받아 귀국하라고 하니 가족에게서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대사관에서 금전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다고 설명하고 인근의 호텔을 하루 예약하고 체크인을 도와줬다. 


그녀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조회하여 집에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는데 상황설명을 하니 연신 한숨만 쉬는데 딸의 안전부터 걱정하는 일반적인 반응이 

아니어서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다.


그녀는 지방의 은행에서 근무하면서 아무 문제 없이 살았는데 친구와 휴가를 내어 홍콩에 여행을 왔다가 마카오 카지노에서 큰돈을 따고는 완전히 변했단다. 잦은 휴가와 병가를 내고 마카오와 강원랜드를 자주 들락거리다가 은행의 공금에도 손을 대어 해고당했는데 더 큰 문제는 부모님 집 서류를 위조하여 몰래 대출을 받아서 그 돈까지 도박에 모두 잃고 집을 나갔다고 한다. 부모는 곧 길바닥에 나앉을 상황이란다. 


카지노 쪽 정보원을 통하여 들은 얘기도 그 여자의 주장과는 달랐다. 

도박을 하다가 사채를 쓰고 못 갚은 건 맞는데 그 여자가 일하면서 갚겠다고 하여 한 달 정도 일을 시켰는데 

사무실 금고에 보관 중인 돈을 가지고 카지노에서 다 잃은 뒤에 도망쳤다는 것이다.


그 여자는 이후로 연락을 받지 않았고 한국에 돌아가지도 않았다. 계속 카지노 주변을 전전하며 살아가면서 매춘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도박중독은 개인의 파멸로만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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