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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랑 Jul 31. 2024

연락두절자

대사관 사건사고 일지

월요일 오후에 대사관 긴급전화벨이 울렸다.

남편이 골프약속이 있어서 어제 일찍 나갔는데 아직도 안 들어왔단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골프를 치면 보통 저녁을 먹고 늦게 들어오긴 하지만 외박은 안 한다는데

같이 골프를 친 사람들이 누군지 물어보니 모임 멤버 중에 한인회 임원이 있어서 연락을 해보니 

운동을 마치고 같이 저녁을 먹고 집에 간다고 했다는 것이다.


골프장과 집의 위치를 물어보고 동선을 그려보니 반드시 SLEX라는 고속도로를 지나는 경로라서

도로공사와 관할 경찰서에도 혹시 사고접수 된 것이 있냐고 문의했는데 한국인 관련 사고는 없다는 것이다.


필리핀은 납치 사건이 가끔 일어나는 곳이라 이러면 가족이 극도로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납치사건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었다. 


납치사건은 즉시 대사와 본부(외교부)에 보고하고 전담 팀을 꾸려야 할 시급한 사안이라 

보고 전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아야 한다. 


차종과 번호판, 모임장소와 모임이 파한 시간과 동승자 등의 정보를 모아야 하는데 

순간 우리 대사관 직원 중에 같은 경로로 출퇴근을 하는 직원이 생각나서 

혹시 출근길에 SLEX에서 교통사고 난 거 못 봤냐고 묻자 

그러지 않아도 아침에 사고차량을 치우는지 고속도로 한 차선을 막아놔서 지각했단다.


위치를 묻고 다시 관할 경찰서에 연락을 했더니 새벽에 교통사고로 사망사고가 있었는데

지갑이나 휴대폰을 인근 노숙자들이 다 들고 가고 차량번호로 조회해 보니 회사이름만 나오고

시신도 피부가 검어서 한국인인지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결국 시신신원 확인 결과 그 남자가 맞았다. 


새벽에 음주운전을 하다가 도로 중앙에 있는 콘크리트 기둥을 받아서 즉사한 것인데

경찰이 발견 당시에 신분증이나 휴대폰이 없고

골프를 즐기느라 피부가 많이 타서 현지인으로 오해를 했던 것이다.


필리핀은 경찰이 음주운전 측정장비가 없어서 단속을 거의 하지 않아 음주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차량정체가 심해서 과속으로 인한 큰 사고는 많지 않지만 어쩌면 훨씬 더 위험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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